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개방된 서울광장의 개정조례를 놓고 서울시장이 대법원에 제소까지 하게 됐다. 조례개정을 놓고 한 달여 이상 끌어온 시의회와 시장의 공방은 말 그대로 난장판 정치싸움이다. 싸움을 건 쪽은 오세훈 시장이다. 시민들의 발의로 시의회에서 통과한 것을 시장이 재의요구하자 다시 통과된 안건을 시장이 공포하지도 않고 대법원에 제소하자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오세훈 시장이 대법원에 제소한 근거는 두가지다. “광장은 공공시설이자 공물이어서 공공시설물을 허가제로 채택한 상위법에 위반된다”는 것과 “광장의 사용목적에 집회와 시위를 추가한 것도 도로의 통행이나 공원에서의 산책처럼 일반화됨으로써 시장이 가진 허가권과 관리권이 없어지는 결과가 되며 이는 시장의 집행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두 근거가 다 행정적 권한에 대한 법적 논리에 치우쳐 옹색하다. 시장이 행정적인 권한을 누리지 못해 공공시설물이 관리되지 못하는 것과 집회시위를 금지함으로써 공공시설물을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전체주의 회귀를 보는 것 같다. 마치 3공화국시대 과거 관료적 권위주의(군부독재정권)때나 나올 법한 생각이다. 법적 논리와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더 중요한 인간 기본권인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데도 우선 순위가 뒤바뀐 행동을 하고 있다. 더 좋은 행정과 정책을 위해서는 시민의 민주적 의사표현을 활성화시키고 시민들의 정책참여, 정치참여를 북돋워야 한다.

오 시장의 오만함과 서울광장 개방을 막는 자신감없는 행동에 시민들의 불신이 크다. 오시장의 대법원제소는 ‘광우병 촛불시위’같은 대규모 집회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다. 우리 시민들이 촛불집회 때 보여준 집단지성의 놀라운 경험, 평화적인 직접민주주의의 세계적 모델을 자랑스러워하는 시민들의 자긍심을 짓뭉개는 처사다.

정치인 오세훈의 역량과 인기는 시민들의 지지에서 나온다. 시민들의 인기와 지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능케하는 권리와 자유의 하나인 집회의 자유, 집회장소의 자유로운 이용을 가능케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막아서는 행정과 정치적 행보는 소속 정당이 어디이든, 대통령의 영향을 받는 자치단체장으로서의 한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10만 서울시민의 서명으로 발의된 조례를 거부하고 무효화에 앞장서는 것은 시의회와 부조화, 갈등뿐아니라 평범한 시민에게는 선전포고나 다름아니다. 한나라당내 대통령 선거 도전의 꿈나무로서 서울시민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정치, 뺄셈정치다.

“민심이 무섭다.” 6.2 지방선거에서 개표당일 막판까지 패색이 짙었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초췌한 모습으로 방송인터뷰를 하며 한 말이다. 패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서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선거때만 민심이 무서운 것을 느껴서는 안된다. 늘 시민을 섬기고 모시고 머리숙여 허리숙여 가깝게 듣기 위해 현장을 찾는 시장이 되겠다는 약속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의 서울광장 개방 의사를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면 서울시장의 오만과 시민무시 행태는 정치인 오세훈의 한계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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