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없는 폐기물 에너지화사업

정부가 폐기물 에너지화사업을 추진한지 6년,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지 2년이 지났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했지만 2조원이 투입될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인류가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경제적 풍요를 이루었으나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온난화라는 문제에 직면하였다. 선진국들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생활과 건설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축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저감 할 목적으로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을 추진하고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젼으로 발표하였고 환경부는 폐기물 에너지화사업을 핵심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하였다.

그러나 정책의 목적과 방향이 옳다하여도 그 추진과정과 결과가 잘못 됐다면 그 정책은 폐기될 수밖에 없듯이 정부의 폐기물 에너지화사업이 폐기되어야할 수순을 밟고 있다. 환경부의 폐기물 에너지화사업과 저탄소녹색성장의 목적이 다르다. 환경부의 에너지화사업은 ‘매립되는 폐기물 중 일부를 회수하여 연료로 만들어 매립장 수명연장과 매립량 감축’이고 저탄소 녹색성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환경정책과 기술개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설되어 운영 중인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은 수도권매립지, 부천시, 원주시, 남해군, 부안군 시설이 있고 이중 수도권매립지와 부천시, 부안군 시설은 시범사업이다. 정부의 시범사업시설들은 폐기물 건조를 위해 화석연료(전력, LNG, B-C유 등)를 사용하고 있어 화석(化石)연료 의존도를 낮추거나 탄소 흡수원 확충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한다는 ‘저탄소’정책과 다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녹색기술개발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정책과 다르게 폐기물의 환경적 유해요소를 제거하거나 온실가스배출을 감축하는 기술개발이 없는 현재의 소각장과 유사한 시설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UN기후변화방지기구는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여 메탄발생을 억제하는 공정에 탄소배출권(CDM CER)을 인정한다. 정부가 유기성폐기물 처리가 없는 기술과 공정으로 생산된 연료(RDF)는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국제적 기준으로 RDF는 신에너지(화석에너지 변환)일 뿐 재생에너지(Renewable)가 아니므로 CDM 대상이 되지 않아 저탄소와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저탄소도 아니고 녹색성장도 아닌 이 기술로 생산된 고형연료가 열량이 낮아 연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여 이를 소비해야할 제지회사나 시멘트회사 발전소 등이 외면하자 아예 이 고형연료를 태우기 위한 발전소를 10개나 건설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몸통이 꼬리를 흔들고 있다. 눈먼 혈세로 쓰레기를 가지고 장난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정부는 수도권매립지에 하루 1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고형연료제조시설과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 수도권매립지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유기성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탄소배출권이 인정되지 않는 기술, 화석연료를 사용한 쓰레기 건조, 음식물 직매립 금지법 위반, 화재발생, 시설완공 후 가동률 40%, 고형연료 생산 목표의 30%, 잦은 시설교체와 개보수 등 많은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1단계 본 사업이 추진되고 여기에 발전소까지 추가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당장 사업발주를 중단하고 문제해결부터 시작해야한다. 폐기물 에너지화사업의 방향은 옳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사업방향과 기술선정 등 판단이 잘못되어 빚어진 것이다. 책정된 예산을 써야하기에 중단할 수 없다는 황당한 애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하고 시험하여 실패하지 않도록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