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지난 9월 8일 지상파 3사가 “지상파 채널 재송신의 대가를 지불하라”며 CJ헬로비전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 5개사를 대상으로 저작권 등 침해 정지 및 예방 등을 청구한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하였다. 일부 승소의 내용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지상파방송사에 대해 이용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 지상파방송 신호를 동시재송신하는 것은 원고의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하므로 중지되어야 마땅하나,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은 각하한 것이다.

이로써 ‘난시청 해소’와 ‘다채널TV 확산’이라는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KBS2, MBC, SBS에 대한 무료 재전송 관행의 파기가 선언된 것이다. 즉 법원은 지상파방송의 보조전달수단으로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행해온 역할이 아날로그 방송 환경에서의 역할로 한정된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시점은 지상파방송이 소를 제기한 12월 17일을 기준으로, 12월 18일 이후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에 대해서만 지상파 재전송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판정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판결의 내용을 이처럼 자세하게 인용?해석하는 이유는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사안의 본질이 각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당히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시청자와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양자의 갈등을 봉합하고 원칙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 수준을 넘어, 직접 선수로 개입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1500가구의 재전송 중단 선언을 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문제제기가 시청자의 편익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12월 18일 이후 가입자에 대한 재전송료를 강제한 법원의 판결과도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언론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즉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중단 엄포는 시청자를 담보로 한 과잉 실력 행사임에 분명한데, 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는커녕 이를 두둔하기조차 하니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상파방송사들 또한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디지털 직접 수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사회적 책무는 외면한 채 재전송료 지불에 대한 승소 판결만을 부각시키는 보도 행태를 드러냈다. 더구나 자신들의 요구로 인해 지상파 재전송이 중단될 경우, 당장 피해를 입게 될 시청자에 대한 적극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그저 인프라 확충에 투여될 비용은 회피한 채 재전송료만을 챙길 수 있는 꼼수가 없을까를 궁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양비론에 빠져 모두를 질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은 유·무료 서비스의 공적 책무와 권한이 혼재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을 원칙적으로 재구성하는 출발점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해법이 유?무료 방송의 권한과 책무가 구분되는 디지털 방송 환경의 밑그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는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가?

첫째,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사회적 강제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더불어 유?무료 방송의 권한과 책임이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과는 상관없이 정리되는 것을 감시 견제하여야 한다.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재전송료를 요구할 수 있으려면 무료 직접 수신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 환경에서도 난시청으로 인해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에 의한 간접 전달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의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방송의 대가 산정이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둘째,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 2012년 12월 31일 이전의 시점에서 난시청 해소 대체 수단으로서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공인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는 시점까지 한시적 ‘의무 재송신’ 혹은 ‘의무 제공’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MB정부 하에서 이러한 과제들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지배적 영향력 유지는 현 정부가 사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편채널의 안착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중심의 수신환경이 아니라면 종편의 영향력은 절반으로, 삼분의 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상파 직접 수신 인프라 구축이 많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해법인 이유다.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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