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대법관·광역단체장·감사원장 등 자리이동 임명동의·유권자 ‘안하무인’
공직 사퇴 자체 금지 원칙…선거비용 반환·보궐선거시 미공천 페널티 줘야

국회는 지난 1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가결시킨 날, 지난 7월 8일 대통령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임태희 씨의 의원직 사퇴서도 처리했다. 한 사람은 감사원장에서 국무총리로,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지역구 국회의원에서 대통령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직자의 임기 약속’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임 실장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가 사망이나 당선무효, 그리고 범법행위로 인한 중도 사퇴가 아니라 다른 선거를 위해서 출마하거나 여타 공직을 수행하기 위해서 사퇴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점이다. 선출직의 의미가 무엇인가? 선출된 임기동안 그 역할을 다하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하고 선거를 통해 당선된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다른 것에 앞서 임기를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의원이나 기초단체장들이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서, 국회의원들이 광역단체장선거를 위해 중도 사퇴하거나, 임 실장처럼 3권 분립을 표방하는 국가에서 입법부 의원으로 선출된 자가 행정부 대통령 실장직을 맡기 위해서 자신을 선택한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사퇴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사퇴가 단지 개인의 진퇴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궐선거까지 몇 개월 동안은 주민을 대표할 의원이나 단체장이 부재한 상황을 만들고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들여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 설령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의원이나 단체장을 선출하더라도 역대 보궐선거 투표율은 상당히 낮았다는 점에서 대표성 논란 역시 불거져 나오게 된다.

현재 몇몇 광역자치단체장들 경우 역시 임기 중에 치러지는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에 벌써 후보군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도 나경원, 김충환 후보들은 자신들은 당선되면 임기를 완수하겠다고 서약하면서 오세훈 시장한테 임기 준수를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서약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선되면 서울시장 임기를 완수하겠다고 서약했던 두 후보 역시 현직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만일 시장 후보가 되었다면 국회의원 임기는 완수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여섯 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광역단체장 출마를 위해서 5월 13일 사퇴하여 지난 7월 28일 보궐선거가 실시되었다.

선거로 당선된 공직자뿐만 아니라 김황식 국무총리 경우처럼 국회의 임명동의를 통해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 직에 있는 사람이 임기 중간에 다른 공직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특히 김 총리는 이번뿐만 아니라 2008년 감사원장이 될 때도 대법관 임기를 마치지 않고 자리를 옮겼었다. 당시 정영진 서울서부지법 현직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서 “헌법상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대법관이 임기의 반도 채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국회가 그 임명동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임명동의를 한 국회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으로 법률상 허용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따라서 선출직을 비롯하여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 임기가 보장되는 공직인 경우 여타 선거나 공직을 위해서 사퇴하는 것에 대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 혹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말할 수도 있을 줄 모르나, 다른 직업 소유자나 여타 공직자에게 제한을 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그 직을 원해서 출마해서 당선된 공직이라면, 그리고 국회 임명 동의 과정에서 그 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천명해서 임명된 공직이라면 임기동안 당연히 그 공직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지, 여타 공직을 위해 사퇴하는 것은 공직을 자신의 출세의 도구로밖에는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이며, 적절한 제한 방안이 요청된다.

먼저 선출직 경우 여타 공직을 위한 사퇴 자체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겠으나 위헌 소지가 있다면, 몇 가지 불이익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개인에게는 보전 받았던 선거 비용 반환, 다음 선거에서 동일 선거구에서 출마 1회 금지, 출마시 유권자 세대로 배달되는 선거공보에 사퇴 사항 기재 등의 방식으로, 그러한 사람을 공천한 정당은 보궐선거시 미공천 같은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처럼 국회 동의를 통해서 임명된 공직 역시 이들에 대해서 임기를 보장하고 국회 동의의 절차를 밟는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임기 중 여타 공직 임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김황식 총리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여당 대변인 출신 감사위원 임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성에서 벗어날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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