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조 예산인데 낙찰총액은 8조로 5조1300억 부풀려 편성 의혹
편법발주 알고도 ‘모르쇠’…국회차원 검증특별위원회 설치 절실
“4대강 생명 그곁에”…환경단체 잇단 후원의 밤 열고 전열 정비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가 연이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시민환경단체가 주장했던 문제제기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예산의 불투명성으로 예산낭비는 물론 대운하로 가는 수순, 홍수피해 가중, 부실한 사전조사(문화재 지표조사),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으로 민주주의 후퇴 등 4대강 사업의 허구가 밝혀지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번 국감장을 4대강 사업의 문제 집결판이자 백서라고 꼬집는다.

여주 신진교 붕괴 원인은? 4대강사업저지범대위와 대한하천학회는 지난 11일 환경연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주 신진교 붕괴 원인 및 2010년 수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21일 무너진 남한강 여주 신진교에 대해 정부는 집중호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인제대 박재현 교수가 당시 강우량과 홍수위, 지천의 수리수문 특성을 분석한 결과, 4대강 본류의 과도한 준설로 인해 신진교가 위치한 연양천 하류 2.4km의 구간의 유속이 2배로 빨라졌고 이에 하천이 4배의 힘을 받으면서 바닥 토사가 유실돼 신진교가 무너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홍수를 예방한다던 4대강 사업이 오히려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환경연합

◇공사예산 부풀려 편성= 우선 4대강 보와 준설 등 공사예산이 부풀려 편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대강 사업이 규모는 대운하보다 축소되었지만 사업비용은 무려 6조원이 증가했고, 정부가 책정한 4대강 사업 예산도 실제 집행금액 보다 2배 가까이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 산출근거가 투명하지 못하고 일부 예산이 주먹구구로 부풀려져 편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실련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지난 14일 “4대강 사업 예산 22조2000억원 중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시설공사 예산으로 13조1300억원이 배정됐지만 건설사가 이들 공사를 낙찰받은 총액은 8조원에 불과했다”며 “64%에 해당하는 5조1300억원이 애초 부풀려져 편성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실련과 강 의원은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원·하도급 내역서 등을 분석한 결과, 국토부가 주관하는 170개 공구 가운데 166개 공구의 낙찰금액은 7조7000억원,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4개 공구의 예상낙찰금액을 포함해도 대략 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또 70개 공구의 계약의 공종별 계약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사는 하도정비 공사이며 사업비용이 1.9조원으로 전체의 33.7%이다. 두 번째로는 다기능보 공사로 총6627억으로 11.8%였다. 21개 대형공사 사업장의 하도준설단가는 ㎥당 4035원, 8개 가격경쟁사업장의 하도준설단가는 3039원으로 평균단가는 3811원으로 나타났다.

계약 평균단가를 국토부가 발표한 준설량 5.7억㎥에 적용하면 준설비용은 2조1723억원이다. 이는 직접공사비용이므로 간접공사비(경실련이 분석한 4대강 공사비 분석자료에 제시된 직접공사비로 간접공사비는 8:2의 비율임)를 가산하면 하도준설비용은 총 2.82조원으로 추정된다. 결국 정부예산 5.16조는 실제 집행된 비용보다 1.8배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4대강 사업 예산 8320억원 중 시설비에서 토지매입비로 2746억원을 과다하게 전용하고, 국가하천정비사업 시설비 등에서 79억원을 전용해 홍보비로 집행했다”며 “국회의 예산심의 확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었다. 조 의원은 “올해 결산국회에서 4대강 사업 시설비 과다 전용 등 시정 요구사항이 의결된 만큼 이들 문제점에 대한 실태 파악 점검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4대강 검증특별위원회 설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근거 없이 부풀려진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사업비용, 사업자금, 사업기간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양심선언자에 사직 종용= 지난 2008년 정부의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대운하 계획’이라고 양심선언을 한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책임연구원에게 건기연이 조직적 탄압을 하며 심지어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글을 올리도록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강창일 의원(민주당)은 지난 14일 김 연구원이 보내온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건기연의) 4대강 사업 지원업무와 관련하여 제가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하에 사직을 권유하셨고, 사직하지 않으려면 소위 ‘대운하 양심선언’이 저의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해명서를 작성하여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게재하라고 말씀했다”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권고사직 또는 해명서 작성에 대한 지시는 실장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원장과 같은 윗선의 지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조직적 탄압 의혹을 제기했다.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감에서 민주당 김충조 의원과 문학진 의원은 “6.2지방선거 당시 선관위의 조직적 동원 등으로 관권선거 논란이 있었고 사실상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며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을 비판했다. 중앙선관위가 6.2지방선거에서 4대강 관련 주장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행위’라고 확대 해석해 반대 입장의 종교·환경·시민단체 등의 발을 묶었었다. 이와는 반대로 행정안전부는 4대강 사업 홍보를 내세우고 있는 5개의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원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4대강 편법발주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감사원이 올해 초 4대강 사업의 편법공사 발주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시정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감사원 국책사업팀 8명이 올해 1월26일부터 2월19일까지 낙동강 사업2팀에 대한 감사를 해, 공사 발주가 잘못됐고 계약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놓고도 아무런 시정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주심 감사위원을 맡았던 은진수 감사위원이 그동안 ‘문제로 드러난 것에 대해선 감사결과를 의결하기 전이라도 현장에서 개선해왔다’고 밝혀온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광역단체·시민단체 대응= 경상남도 산하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가 정부가 경암지역에서 벌이는 4대강 사업을 전면 중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주목된다. 농경지 침수와 식수원 오염 우려 등 문제점들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는 보고서에서, 경남도가 위탁받은 구간인 낙동강 6~15공구는 “준설에 따른 탁수 발생, 불법 매립된 폐기물 발견 등 때문에 상수원 오염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경남도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완강히 반대해온 메이저 환경단체들도 잇따라 후원의 밤을 열고 전열을 재정비한다. 녹색연합이 지난 14일 창립 14주년 후원의 밤을 가졌는가 하면, 환경연합이 25일 “4대강 생명 그곁에”를 주제로, 28일에는 환경정의가 각각 후원의 밤을 열어 4대강 사업에 대한 저지를 불태우고 있어 정부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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