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국격(國格)입니까?

G20회의가 1주일 정도 남았다. 부디, 국격(國格)도 높아지는 등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공적인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에 따르면 국격(國格)이란 국가 및 구성원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품위와 격조로 일반적으로 정의되며 국민-사회-국가의 품격의 총합이라 한다.

정부는 국격(國格)제고를 위해 4대 실천 운동을 벌이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운전습관도 고치고,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길거리에 휴지 등을 버리지 말자. 또한 사이버 상에서 예절도 지키자. 오죽했으면 국격(國格)차원의 운동을 펼치겠는가? 우리 모두 정신 좀 차리자. 그런데 4대 실천운동 내용을 보니 왠지 씁쓸하다.

이번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민사회가 주관이 된 학술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 학술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리다. 외국의 논문발표자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던 사람인데도 말이다.

또 있다. 신촌 언저리에 있는 유수의 대학이, 학술행사 장소를 대여하기로 약속한 대학 측에서 행사장소를 내어주지 못하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학술대회 장소를 구하는 데 힘들다는 것이고, 관련한 국내외 교수전문가들이 분개하고 있다는 소리이다. 국격(國格)과 이러한 행위는 무관한 것인가?

세계적으로 국가 혹은 정부차원의 국제회의가 개최될 경우 그와 동시에 순수민간차원의 회합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국가 혹은 정부차원과 민간 혹은 시민사회차원이 바라보는 이슈에 대한 시각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순수민간차원에서 개최되는 회합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껏 해야 반세계화 혹은 정부수준의 공식회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외양, 즉 집단적 시위만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것에 무관심한 일반 시민들은 활동 단체를 과격하고 반정부, 반국가 이적 단체로 이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게 있다. 국내외적으로 시민사회는 인권, 정의, 평화, 평등, 환경, 민주주의, 복지와 건강 그리고 여성, 장애인, 소수자 등등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위한 모든 주제를 다루고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다. 대안을 제시하면서 그런 방향의 구체적인 정책을 추동해 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나 국가나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고, 이에 대한 혁신적 대안을 제시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대부분의 이슈와 정책들은 바로 이와 같은 시민사회에서 제기되었고 시민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해온 것이 정부와 국가였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우리나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앞장서서 노력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국격(國格)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것은 아닌가?

OECD 30개국 중 한국의 자살율이 가장 높다. 통계청 조사 2009년 기준으로 보면 인구 10만 명당 31명이고, OECD평균은 약 11명으로 나타났다. 연간 1만5413명, 하루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으로 계산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0년 남녀 성격차지수(GGI)도 0.634로 134개국 중 104위이다. 영국 유수의 싱크탱크인 신경제학재단(NEF)이 산출한 2008년 행복지수는 178개국 중 102위이다. 또 있다. 2007년 기준 한국의 경제 불평등(최상위9분위소득계층/최하위1소득계층)은 OECD회원국 중 미국4.85, 한국 4.74로 두 번째로 심각하다. 근로자 연간 노동시간이 29회원국 중 2316시간으로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이다. 도대체 무엇이 국격(國格)인가?

지도급인사들의 위장전입, 탈세, 부동산투기, 군복무 면탈 등 지도자들로서 치명적인 도덕적 흠결을 관행쯤으로 인식하는 것과 국격(國格)은 전혀 무관한 것인가? 힘없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소비자들을 장기판의 졸(卒)로 아는 법제도를 방치하고도 국격(國格)은 상승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