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절차적 독립성 개선” 목소리

출범한지 9년된 국가인권위원회가 총체적 위기 국면을 맞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의 독선적 운영이 결국 문제가 된 것이다.

파행 근본 원인은 그동안 누적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원인은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일부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서였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인권위 상임위 권한은 약화되는 반면 위원장의 기능은 크게 강화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즉, 인권위에서 상임위원의 권한과 역할은 대폭 축소되고 현 위원장의 전횡은 가능하도록 운영규칙이 바뀌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 1일 문경란(한나라당 추천), 유남영(노무현 전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이 개정안 상정에 반발, 동반 사퇴하면서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에 현 정부들어 변질된 인권위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해 오던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를 결성, 긴급행동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일, 인권위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위가 우리 사회의 인권을 깎아먹고 있으며 그 중심에 현병철 위원장이 있다”며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현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책회의가 점거 농성에 들어간 후에도 현병철 위원장은 이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등 일체 반응없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가 인권위원회가 정상화되기 위한 첫 번째 선결 조건은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라며 “시민사회인권단체가 지난 2000년 겨울, 고난속에서 만들어낸 국가인권위원회를 더 이상 비 인권전문가인 현병철 위원장이 유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인권위원회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을 때까지 농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병철 위원장이 사퇴하더라도 그 후임으로 임명될 위원장 역시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 요구와 별개로 현재의 인권위 위원 및 위원장 결정 방식에 투명성과 절차적 독립성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상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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