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다

연평도 사건 근본 원인은 NLL의 영해 인정여부 싸움
지난 3년간 서해해상경계선 방치한 결과일수도 있어
중국과 미국이 포함된 ‘국제공동조사위원회’구성 제안

온 나라가 연평도 포격문제로 매우 군사적 긴장이 감돌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보복과 응징, 나아가 전쟁불사론이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통일뉴스=조성봉 기자

시민사회와 야당은 지난달 30일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을 갖고 “군사력을 앞세워 또 다른 무력 충돌을 야기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더 큰 전쟁의 참화를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북한과 미국, 한국 정부, 그리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긴급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23일 2시 34분 북측 해안포가 서해 연평도 육지를 향해 해안포를 발사한 것을 계기로 이에 남한의 대응사격으로 40분간 남북한 육상교전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남한은 사망자 2명과 민간인 2명을 포함하여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북측도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이는 데 자세한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종전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 꽃게철이 되면 1999년, 2002년에 이어 여러번 서해 해상 교전이 있었다.

민간인 무력공격은 비난받아야

그러나 이번 연평도 교전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육상교전이라는 점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는 점에서 종전 서해교전과 차별성이 있다. 우선 관련 사상자와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드린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평화적 해결을 거치지 않고 북측의 이번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무력공격은 반드시 비난받아야 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

다른 한편 오늘의 남북관계가 이처럼 악화일로로 치달을 때까지 이를 방치 해온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 강경기조의 적대적 정책도 현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번 서해 연평도 육상포격을 보면서 단기적 대증요법위주의 해답제시 뿐만아니라 근본적으로 서해해상 NLL 문제를 비롯한 서해 5도 수역 문제 해법을 한반도의 장기적 평화문제 구축을 위한 장기적 대안도 병행하여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단기적 관점에서 이번 연평도 포격의 발생원인 분석과 대안을 찾아보자.

북측에서는 연평도 해안포 공격을 11월 23일 13시부터 ‘조선서해 연평도 일대’에서 남측의 호국합동행위라는 명분의 무력도발행위를 한데 대해 자위권차원에서 대응했다고 해석한다. 이는 우리 영토와 영해를 침략한 무력도발로 간주하는 남한측 입장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그래서 북한은 서해 5도 주변에는 북한측의 영해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NLL 문제로 수차례 해상에서 남북한이 교전이 있었다. 북한측의 표면적 주장과는 달리 연평도 포격의 실제이유는 북한 내부적으로 군부강성파의 불만 아니면 김정은 체제안정화를 위한 내부 결속용으로도 보인다.

어떤 이유든 엄청난 교전사건이 벌어진 이상 사건의 정확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매우 필요하다. 이를위해 남북한, 중국과 미국이 포함된 ‘국제공동조사위원회’구성을 제안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현재 정전협정 상 ‘군사정전위’ 소집을 요구해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1994년 이래 군시정정위는 더 이상 가동되지 않고 있고, 더구나 북한이 이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군사정전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이후 바로 UNC가 북미 장성급회담을 제안했다고 한다. 어떻든 대화의 채널로서 북미장성급회담을 이 사건의 논의광장으로 보아 우선 만나서, 반드시 쟁점과 서로의 입장을 명백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 경우, 제2, 제3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적대적 대북정책 도움 안 돼

둘째로 장기적 관점에서 연평도 사건의 근본 원인은 남북사이에 북방한계선(NLL)의 영해 인정여부 문제에 대한 싸움이다. 남측은 NLL을 자국의 영해라고 보고 있고, 북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측은 NLL은 1953년 정전협정 협상시 합의되지 않았고, 자국의 해안선 12해리 영해 안에 있는 수역이며, 서해 5도는 자국의 영해 안에 있다고 보고, 5개섬 출입시에는 자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허락없는 5개섬 주변에 항행 및 군사훈련은 영해 침해이자 군사적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하곤 했다. 이번 서해에서 한미 호국군사합동행위는 자국영해에서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으로 수차 자제해 달라고 우리측에 FAX를 보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측이 이에 응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자위권 차원에서 행하였다고 강변한다.

우리측도 NLL은 20년 이상 우리가 관리하여왔고, 북한이 이를 2년 이상 간 묵인하였기에 영해라고 보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불가침에 대한 부속합의서 제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선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한바가 있다.

동북아정세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

그래서 북한은 여기서 ‘각자의 관할하여온 구역’에 NLL이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번 북한의 해안포 포격에 대해서는 남한 영해선인 NLL선 안쪽 서해남측에서에 호국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데, 북한이 해안포사격을 하였기에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사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측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은 남북기본합의서, 정전협정, UN헌장 제2조 4항 위반으로 보아 UN안보리에 제소도 검토한 바 있다.

연평도 포격전은 군사적 남북관계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반도 주변에 평화정착이 되고 남북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어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이 실현되는 데 유익하다고 본다.

현재 미국 ‘조지 워싱턴’호라는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입함으로써, 중국이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사회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가장 긴급한 것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이미 합의하고 설치된 ‘남북군사공동위’를 조속히 개최하여 남북한 책임있는 당사자가 만나서 진상규명과 상호 잘잘못을 조속히 청산하는 길이다. 차선으로 중국과 미국 그리고 남북한이 포함된 4자가 만나 서해 NLL 문제를 포함하여 장기적 한반도 평화체제구축문제를 진지하게 토의하여야한다. 중국이 제안한 긴급 6자회담도 우리가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러면 위 남북한 양측의 주장에서 우리는 서해해상경계선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평화통일시기까지 과도기적 해결방안을 생각해본다. 서해 5도 주변은 꽃게가 많이 나는 지역이고, 특히 꽃게는 북한의 주요한 외화벌이 상품이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물론이고 특히 북한의 어업은 현재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더구나 서해 5도 어로구역의 오염 때문에 꽃게가 잡히지 않아 남한 어부들은 생계를 위해 월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NLL에 대한 명확한 쌍방간에 합의가 없는 매년 6월초에는 북한 어선이, 6월 말이면 남한 어선이 상호간에 월선함으로써 이러한 무력충돌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NLL에 대한 법적 분쟁이 당장 해결될 기미도 없기 때문에 서해 5도 인근 수역에 대한 평화적 관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거부할 이유없다

그리고 지난 1999년 6.29 서해교전이후 우리 해군의 교전수칙도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축하였고,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후에도 교전수칙을 또 높여 우발적 확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남북 쌍방은 잠정적으로 평화통일 시점까지 서해5도 주변의 3해리를 연안수역으로 인정하고, 그 나머지 수역(NLL 이남과 어로저지선 이북)을 ‘남북공동어로수역’을 지정, 경협차원에서 ‘남북공동어로협력합의서’을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같은 합의서에는 ‘남북공동어로수역’을 관리하기 위해 남북한 동수로 구성되는 ‘남북공동어로관리위원회’를 규정하면 된다. 이 주장은 1999년 6월 연평도 교전시에 홍순영 외교통상부장관도 북한과의 협의해 볼 용의가 있다는 뜻을 비친바 있다. 현재 연평도 어로구역에서 폐그물에서 오는 심각한 오염 때문에 남한 어부들도 ‘남북공동어로수역’의 설정을 매우 환영하고 있다.

이 ‘남북공동어로수역’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풍부한 어획량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오염되지 않는 어장과 값싼 노동력이 결합으로 남북 어부들의 공동이익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서해 ‘남북공동어로수역’ 아이디어는 이미 2007년 10.4 제2차 남북정상선언에서 남북한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항구적 평화를 담보할 목적으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잘 수렴되었다.

그래서 이어 같은 해 11월 27-29일 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국방장관급 회담 합의문 제2조 2항에서 “쌍방은 해상불가침경계선문제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남북군사공동위를 구성, 운영하여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12일에서 14일까지 개최된 제7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전향적 분위기는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10.4정상선언을 부정하고, 2009년 5월 남측의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선언과 함께 급반전되었다.

그 결과 2009년 5월 북측은 남측의 PSI 참여를 전쟁선언으로 보고 서해 5도 주변의 남측 선박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서해해상경계선 문제는 10.4정상선언이전으로 후퇴했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은 서해해상경계선을 둘러싼 악화일로의 남북관계를 지난 3년간 방치한 결과일수도 있다.

기존 합의사항부터준수해야

이제부터 남북한은 우선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한다. 그래서 쌍방은 10.4남북정상선언을 존중하고, 2007년 12월 제7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대해 진전된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남한의 육지 공격과 무차별적 민간인에 대한 무력사용에 대해서는 조속히 사과해야 한다. 남한도 대북 적대적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 중국의 6자회담 제의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남북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만남과 대화에 인색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한반도에 평화가 깨지는 것은 결코 안 된다. 남북은 새로운 합의 보다는 기존 합의사항을 준수해야한다. 남북 쌍방은 특히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을 해결하는 가운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이행의 분위기 마련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