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자본주의’ 역설적 공존, 싱가포르식 공동체주의 정치 산물

기획특집/동남아시아의 주택정책과 주거권(1)싱가포르 김레베카l승인2010.12.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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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책과 사적시장이 함꼐하는 혼합경제적 특성 주목

총 23개 뉴타운에서 의식주 해결, 하나의 자족적인 유기체 풍광
풀뿌리 네트워크 활성화로 주민들에게 소속감과 영역보전도 큰 몫
주택투기와 저소득층 수요 등한시 양극화된 주거 정책은 여전히 문제

우리는 공간을 ‘사적, 공적’이라는 변별적 대쌍으로 구분하는 데 익숙해있다. 그러한 대쌍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도심공간이 MB정권-오세훈체제의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토건경제와 ‘스펙타클 정치’ 양자의 볼모가 되면서, 갈수록 공간의 ‘창조적 향유’에 걸림돌이 되는 방식으로 통합되어가고 있다. 원래 시민들의 공공재였던 공간 환경이 이제 전국의 하천수역까지 ‘국가적 이익’이라는 가짜 공공성의 이름 아래 남김없이 사유화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독창적인 ‘공공주택’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주택정책과 주거문화를 이번 ‘동남아시아의 주택정책과 주거권’ 시리즈의 맨 첫 꼭지로 선정한 것도 그래서인데, 싱가포르의 예를 통해 우리는 ‘공적 공간’과 ‘통합된 국민’ 양자의 동시적 탄생을 가장 선명하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공적 공간 Public Space’의 탄생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 싱가포르는 지역 내 입지가 가져다준 태생적 특성상, 또 인민행동당(PAP) 일당 장기집권이라는 정치체제적 특성상, 국공유지의 전략적이고 밀도 높은 이용이 가장 중차대한 국가 정책이 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동네센터’와 ‘타운센터’ 입지를 보여주는 ‘뉴타운’ 다이어그램.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현재 전국민 85% 이상을 수용하고 그중에서도 자가보유율은 2004년 현재 94%를 웃돈다. 그 정책입안 과정이나 건설과정, 특히 각 공공주택 단지가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조화되어있고 그 안에서의 일상생활을 통해 크게 4개 서로 다른 종족으로 구분되는 다문화 싱가포르사회는 또 어떻게 ‘규율사회’로 재조율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싱가포르의 ‘국가주의적’ 공공성 담론의 건조환경적 구현에 다름아닌 공공주택을 비롯한 기타 도시건조물들에 내재된 ‘공동체주의 정치’의 코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떠오르는 ‘공동체’는 사적인가, 공적인가? ‘성원됨의 대가’와 모두를 위한 민주적 경제 사이의 타협점은 어디서 발견 가능한가?

△싱가포르 공공주택 현황= ‘말레이 문명’은 핵심 요충지에 자리잡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인민행동당(PAP) 일당 체제의 정부에 의해 근대 국가로 형성되어 왔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도시화 비율이 100%에 달한다. 1990년 초부터 싱가포르 거주민 수의 증가율이 완만한 감소 추세에 있긴 하지만, 싱가포르 인구는 1950년대 말 이후로 거의 세배나 증가했다.

거기에 비해 전체 토지 면적은 18% 가량만 증가했을 뿐이다. 2007년 통계상으로 전체 인구 4백58만8600 명에, 인구 밀도는 k㎡당 6489명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역사적으로 싱가포르는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 그리고 유라시아인을 포함한 기타 종족 이민자들이 형성한 국가이고, 정부는 각 종족명의 영문 두문자 그룹핑인 ‘CMIO’를 통해 종족, 문화, 언어 상으로 매우 다양한 국민 성원들에 대한 관리를 제도화해오고 있다. 현재 주류 종족은 통상 ‘화인華人’이라고도 불리는 이주 중국인이며, 전체 인구의 75%를 상회하고 있다.

19세기 초 ‘캄풍Kampung’이라 불리는 말레이식 전통 목조 수상가옥 몇 채에 150여 명에 지나지 않던 인구는 한 세기도 지나서 않아 근 10만을 상회하게 된다. 싱가포르 공공주택 시스템의 막대한 강도와 포괄성은 1959년 싱가포르의 첫 독립 정부가 된 리콴유 내각이 직면했던 급박한 사회문제, 곧 처참할 정도로 과밀화되어 있었던 주거 현실을 먼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잘 이해하기 어렵다.

토지 90% 이상을 국가가 소유

1950년에서 1990대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공공주택의 완공 면적은 눈에 띄게 증가해 거의 50%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가 토지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보다 더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위한 국가 계획과 거대규모 국책 사업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싱가포르 국토 개발의 두 큰 엔진을 법정 기관으로 설립하고 유관 법률도 마련하게 된다. 엔진 중 하나인 HDB의 사명은 국가 주택청으로서 수준 높은 가용 주택을 공급하고 공동체 건설을 원조하는 데 있다. 이 HDB와 함께 국가개발부(MND) 소속으로 도시재개발청The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URA)이 설립됐는데, 사명은 비전과 창의성, 효율성, 질높은 서비스를 갖추고 싱가포르를 다른 어떤 도시와 비교해서도 차별화된 우수성을 갖춘 뛰어난 열대지역 도시로 탈바꿈시켜내는 것이다.

URA은 컨셉 플랜Concept Plan(변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10년마다 한번씩 재고되고 다시 연구되는 장기 플랜), 개발 가이드 플랜the Development Guide Plan, 그리고 보존 마스터 플랜Conservation Master Plan(특정 구역 혹은 동네를 위한 좀 더 특화된 내용을 개발하기 위해 매 5년마다 재고되는 중기 플랜) 같은 청사진들을 이용한다. HDB와 URA 모두 주거단지와 상업지구의 재정착 사업을 관할한다.

소유자보다는 사용자 개념

이외에도 법무부 밑에 2001년 네 개 유관기관을 통합, 싱가포르 국토청Singapore Land Authority(SLA)을 설립했다. 총 70만ha 중 80%가 국공유지인데 SLA는 이중 1만4000ha를 관리하고 있다. 토지 개발 업무는 맡고 있지 않으나 URA의 마스터 플랜에 따라 토지 비축, 공급, 국유지 및 건물 관리, 토지 등록 등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관할하고 있다.

이 업무를 위해 국유지 확보와 관련된 법제도를 정비해두고 입찰 방식을 통해 국공유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일을 주관하는데, 싱가포르에서 국공유지의 민간 ‘매각’은 국유지를 99년 장기 ‘임대’할 권한을 파는 것이다. 따라서 자가보유자 역시 ‘소유자’라기보다는 ‘사용자’인 셈이다.

또다른 매우 중요한 국가기제가 중앙적립기금(CPF)제도인데, 그로부터 주택마련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노후보장 등 다른 모든 복지 혜택이 보장되는 일종의 강제저축시스템이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CPF에 가입하여 소득의 일정부분을 매달 불입만 하면(노동자보다 사용자가 부담률이 더 높고, 그때그때 차이는 있지만 소득의 15~20% 선이다)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언제든 대출받을 수 있다.

CPF는 원래 영 제국이 마련했던 제도를 리콴유 정부가 그대로 계승, 현 싱가포르의 ‘포괄적 복지제도’는 물론이고 싱가포르 경제 전체의 모터로 삼은 것이다. CPF에 축적된 기금으로 정부는 각종 투자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정부 통화청(MAS)이 국채 등으로 보유했다가 해외에 투자하거나 경제개발청(EDA)가 국내로 해외투자를 유치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시기에 따라 분담률을 조정함으로써 거시경제 지표(임금 등)도 원할히 조율 또는 통제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성격 때문에 그동안 CPF는 적지않은 논란에 휩싸여왔다. ‘강제저축’시스템을 사회보장제 존속을 위한 일종의 세금으로 볼 수 있다고는 쳐도, 소득 양극화를 해소(부의 재분배, 소득 이전을 통한 사회통합 기능)하는 데 전혀 도움 안되는 시스템인데다 철저한 자신 또는 자신의 가족 부양 책임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층을 위한 공공부조적 성격이 CPF안에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 2005년도에야 마련해 실행 중인ComCare 공공부조 정부출연기금 또한 국가 전체 지출 대비로 봤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빈민 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공공부조 소요 재원이 되는 이 기금을 위해 정부는 2005년 2.5억 달러, 2006년에는 1억 달러를 지출했다. 후자는 당시 정부 총 예산 대비 0.3%, GDP 대비 0.047에 해당한다.

△공공주택 단지 구조= 1960년부터 1980년까지, 총 네 단계의 5개년 건축계획 아래 총 35만호(戶, unit)의 공공주택 아파트가 세워졌다. 피크였던 1977년에는 총 3만호가 지어지기도 했다. 당시 싱가포르 인구의 근 70%를 수용했고, 그 중 62%가 자가소유자였으며, 4분의1 정도가 재정착에 쓰여졌다. 각 호는 다섯 가지 기본 유형(방 한 개 형에서 다섯 개 형까지, 면적상으로는 최소 33㎡ 에서 최대 123㎡까지) 아파트로 분류되고, 거기에 가장 넓고 비싼 임원급 아파트executive apartments를 건평145㎡ 에 지어 올렸다.

1970년대 초부터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지어지기 시작한 아파트들은 이 다섯 가지 기본 유형의 혼합형으로 되어있고, 각 타운은 총 12만5000에서 25만명에 이르는 주민을 수용하는 2만5000에서 5만여 개 호로 이루어져 있다. 각 뉴타운은 또한 2만명에서 3만명 정도를 수용하는, 4천서 6천개 정도 호로 조직된 ‘동네neighborhoods’(‘이웃공동체’라고도 번역된다)라는 하위 범주로 나뉘어진다. ‘동네’는 다시 ‘구역precincts’으로 세분화되는데, 각 구역은 500에서 1천 호 정도의 아파트로 이루어지고 주거 인구는 2500에서 5000명 정도다.

주민들이 ‘개별 주거단위’로 인지하는 것이 바로 이 ‘구역’인데, 주로 5에서 7개 정도의 아파트 ‘블럭’으로 조직되어있으며 각 블럭당 연결로, 구역경계표지, 입구 등을 갖추고 있어 폐쇄성(차별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마다 보통 지리적으로 정중앙에 위치하게 되어있는 타운 센터가 있고, 동네마다 동네주민들이 걸어서 3분 내지 5분 내로 도달 가능한 위치에 동네 센터가 있다.

다양한 지역조직체들이 공공부조기금의 전달주체로

싱가포르 전역에 적게는 5만2천여 명(‘풍골Punggol’ 뉴타운)에서 많게는 23만3천여 명(‘주롱 웨스트Jurong West’ 뉴타운) 주민을 수용하는 총 23개 뉴타운과 기타 3개 단지가 있고, 각 타운은 학교, 노천식당hawker’s centre, 공동마당void deck, 각종 종족별 행사(결혼, 장례 등을 포함하는)가 벌어지는 타운회관, 상업지구, 일정한 고용 창출 의무가 있는 지역 기업체 사업장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완전히 자족적인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또한 상호부조적인 공동체 생활이 더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지역 단위 위원회들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종족별 풀뿌리 단체에 그 종족 소속인 주민의 CPF 구좌에서 불입금 중 일정금액이 매달 따로 적립되도록 하는 제도는 그 좋은 예이다. 이는 지역사회에 대한 국가 공공부조 역할의 이전으로서, 자립, 상호부조, (빈민 부조에 다양한 지역 지원주체의 역할을 활용해야 한다는) 복지다원주의를 주요 원칙으로 하고 있는 싱가포르 공공부조제도ComCare(지역사회복지출연기금)의 일부를 이룬다.

싱가포르 섬 동북부 ‘앙모키오Ang Mo Kio’ 뉴타운(2.83 km² 면적에 28만 인구를 수용하는 총 5만4000호 공공주택 단지)의 조감도.

중앙부처는 지역개발청소년체육부(MCDYS)이지만, 핵심적 역할은 분권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다섯개 지자체Districts 아래에 있는 지역사회발전위원회(CDC), 풀뿌리조직, 자원복지조직 등이 사업의 주요 제공주체다. 또 시민자문위원회(CCC)가 있어 이러한 주체들이 기금 사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8년 현재 84개 CCC가 활동 중이며 정부는 ComCare 기금 중 4000만 달러를 CCC 기금으로 배정하고 있다.

‘인종 섬’ 현상 사라져
주택시장서 투자 통한 부 쌓을 기회도

△관리·환매조건부 분양 정책= HDB 아파트 입주 자격조건은 시기마다 조금씩 변동을 보여왔으나 원래 저소득층과 대가족 가구에 우선권한을 줬다. 최소 가구 규모는 5명 인원이었다. 그러나 주택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되면서, 자격요건에 해당되지 못하면서 훨씬 더 비싼 민간주택으로도 가지도 못하는 가구를 위해서도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는 가구당 인구를 다섯 명에서 두 명으로 점차 줄이는, 또한 더불어 시민권 자격요건까지 점차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다수 인구가 노령화가 되어가면서, 기혼자든 독거인이든 상관없이 노령인구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새로운 규칙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가 같은 단지 아파트를 매입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러한 가구의 소득상한선이 1980년 매달 2500달러에서 4000달러로 올려졌고, 그 다음해에는 각각 3500 달러, 6000 달러로 늘어났다. 2004년 현재 자가보유율은 94%를 상회한다. 공공주택 자산가치 증가를 통해 국부 전체가 증가하면 이를 다시 잉여 예산화하는 과정은 주로 공공주택의 업그레이딩과 (HDB아파트의 환매나 자유매각을 한번씩은 가능하게 한) 가치증식 정책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행된다.

지난 20년간 HDB가 추진해온 단지Estate 재생 프로그램은 주로 다음을 중점 사업 내용으로 했다: 1) 낡은 단지 재구획re-planning; 2) 임대 아파트 재개발redevelopment; 3) 구역precincts 업그레이딩 4) 블럭 당 선별 재개발 5) 단지 내 시설 개보수.

‘환매 조건부 분양’ 제도를개선하여 5년 이상 살고난 공공주택은 HDB에 되파는 게 아니라 시장에 직접 내놓을 수도 있게 된 1970년대 이후 싱가포르 국민은 주택시장에서의 투자를 통해 실질적으로 부를 쌓을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국가는 모기지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면서 시장에 나온 주택들을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보다 저소득층 가구에 보급해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조로운 디자인 못지않게 HDB 사업의 효율성 또한 문제거리가 되었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타운회의Town Councils에 단지 관리 업무 일부를 이관하는 것이었다. 타운회의가 공공주택 단지 내 일상생활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같이 담당하기 이전까지는, 주택 할당까지 포함해서 전체 단지 관리는 극도로 중앙집중적인 행정체계에 의해 이루어졌다. 타운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대게 ‘싱가포르 국민들로 하여금 더 강한 공동정신과 정체성을 갖도록 돕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타운회의는 사실상 인민행동당 정부가 공공주택 주민들에게 '싱가포르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감(능동적 시민성)을 불어넣고 또 정치적으로 동조세력화하는 데 채널이 되어주었다. 1960년 성립된 인민협회the People's Association(PA)는 대영제국 식민주의자들이 만들어 이용했던 공동체 센터Community Centres(CCs)를 감시하기 위해 법정기관으로 만들어진 조직인데, 이 공동체 센터 네트워크를 대규모로 확장하면서 PAP 정부는 공산주의 세력인 바리산 사회주의당Barisan Sosialis을 축출해낸 다음의 혼란기에 재빨리 권력을 공고화해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130여 개 CCs 가 1963년 총선 직전에 옛 Barisan 본거지 구역에 우후죽순 설립되었다. 이 CCs는 그를 통해 “PAP 지도자들이 내세운 새로운 정치 공동체 규범들을 육성하고 제도화하는 주요 채널”이 되었다. 1960년대 초 이후로, 과거 전통적인 종족에 기반한 파벌대신에 PAP 정부가 원조 육성하는 새 풀뿌리 네트워크가 전 공공주택 단지를 통틀어 생겨났는데, 주민들에게 “소속감과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겠다는 결심”을 주입해 넣기 위해서였다.

이 CCs 이외에도, 주민의식강화 목적으로 설립된 이러한 풀뿌리 단위 조직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국립 청소년 리더십 훈련원National Youth Leadership Training Institute, 관리위원회Management Committees, 커뮤니티 센터 관리위원회Community Center Management Committees, 앞에서 ComCare의 주요 전달주체로서 언급한 바 있는 시민자문위원회Citizens' Consultative Committees, 주민위원회Residents' Committees. 1980년대를 통틀어 국가 공공주택 정책은 주민들로 하여금 더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 싱가포르 국민으로서의 정체성(또한 출신 종족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물론 이 '주민의식 강화' 과정에는 각 공공주택 단지의 개선과 더 나은 공동체적 삶을 이끌어내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가령 의견발의와 수렴 같은 최소한의 민주적 과정이 매개되어 있다. 경영 민주화와 관련해서, HDB 아파트의 개보수, 재건축시 주민 70%이상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규정 같은 조항이 그것이다.

특히 HDB의 재개발 사업은 장기 마스터 플랜의 의무조항이기도 하지만 도로, 학교, 녹지, 보행자 통로, 커뮤니티 공간 확보 등 기반시설 우선 정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모두 공공자금을 투입해 사업이 시행된다. 재입주 부담액이 적어 원주민들의 재정착율도 매우 높은 편이다. 토지 소유과 개발에 있어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런 '공적' 측면이야말로 공공주택 단지는 사적 생활 공간이면서 동시에 '공적' 공동체 공간(각 타운의 '자족공동체'로서의 성격과 규율, 생활리듬)이라는 일상적이고 신체적인 인식지평과 맞물려 싱가포르 고유의 공, 사 통합적 공동체주의를 창출해낸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회통합을 위해 소위 '종족 문화 공동체'적 성격 또한 반강제적으로 각 '구역'에 부여했다.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중요 기제 중 한가지가 각 단지마다 방 1개에서 5개짜리까지 다섯 기본타입 아파트가 반드시 다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라면, 나머지 하나는 1989년 도입된 "동네 인종 한도Neighborhood Racial Limit(NRL)" 프로그램이다.

탕린 할트Tanglin Halt에 있는 ‘뉴타운 초등학교’의 전경.

NRL은 각 단지나 타운마다 전체 인구 종족 분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주민 종족 분포를 조절하는 기제로서, 아파트 임대, 구매 청약 단계에 양측 매매자에 적용된다. 가령 어떤 타운 내에 말레이 주민 수가 평균 인구 분포보다 더 많으면, 말레이인은 아예 입주 신청부터가 불가능하고 양도인은 말레이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하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이전까지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 기타 종족 주민들이 서로 다른 거주지에 자기 종족끼리 모여 살면서 생겨났던 '인종 섬ethnic enclave' 현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수요 공급 정확히 연결
저소득층 빈곤 심화는 어두운 그림자

△주거복지 모델이 던지는 시사점= 싱가포르의 주거복지 정책에는 물론 단점도 있다. 국가주도의 지속적인 개발과 공급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 특히 저소득층의 빈곤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CPF 저축과 대출 중심의 자가소유(=장기임대) 방법 등은 고령화 사회 싱가포르의 복지 전반에 드리워진 어두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또한 우리 사회 주거복지가 눈여겨보아야할 좋은 범례이기도 하다. 수요와 공급이 정확히 연결되는 '소득에 따른 차등 건설, 차등 보급' 정책 못지않게, 국가가 짓고 임대해준다는 '공공주택'으로서의 성격과 자본주의 시장 경쟁에 열려있는 투자재로서의 성격 양자의 일견 역설적인 공존이야말로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의 주된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주택 문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사회는 아직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의 가장 유의미한 강점은 도외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택지를 국유화'하자는 주장(손낙구)도 제기되고 있고, 현재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아 ‘환매 조건부 분양제’도 부분적으로나마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2002년에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중 절반은 자가소유자가 아니라는 극심하게 양극화된 주거 현실 속에서도 정부 정책은 토지국유화, 또는 선분양제 개발방식의 혁신을 통한 주택 투기 차단과 저소득층 수요 우선 제안에 아직도 굳게 귀 닫아걸고 있다.

'공공'정책적인 측면과 '사적 시장'의 측면이 공존하고 있는 싱가포르 사회 특유의 혼합경제적 특성은 그만큼 쉽게 카피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일관되고 강력한 추진의지와 능력 못지않게 사회공동체 전체의 오랜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할 것이다.


김레베카 기자

김레베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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