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아, 잘 있었니?

이제는 엄마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어렴풋하게만 말했지. 엄마는 외로운 아이들, 즉 엄마나 아빠가 없어서 살기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단다.

너희들도 엄마, 아빠 때문에 괴로웠지? 엄마도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까, 엄마처럼 외로운 사람들을 돌보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깨달았다. 엄마가 하는 일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힘들게 지내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주 소중한 일이란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역아동센타를 운영하는 것이란다. 물론 일도 많고 힘이 들지만 의미있는 일이라서 기쁘고 행복하단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어른들이 문제아로 낙인을 찍어 버림으로써 아이들이 가능성을 펼치지 못하는 불행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단다. 무조건 문제아 취급을 받는 이혼녀의 자녀도, 사립학교에 갈 수 없는 가난한 집 자녀도 훌륭하게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세상에 증명하고 싶단다. 차별과 천대가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잘 알기 때문에 엄마는 차별받지 않도록, 천대받지 않도록, 하나님이 주신 생명, 그 자체로 얼마나 귀한지,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란다.

꿈꾸는숲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지리산 둘레길을 여행하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사랑하는 해인아, 너희들도 엄마 아빠 때문에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그 아픔을 자신감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구나.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그 과거를 거울삼아 더 건강하고 더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면 좋겠구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가장 가치있는 일이란다. 또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당연히 여길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복을 주실것이란다. 사람은 서로 돕고 살 때 행복하단다.

해인이도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지역아동센타 아이들을 바라보면 좋겠구나. 그리고 해인아, 오늘 네가 속이 불편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한창 건강할 때, 아토피 때문에 몸이 너무나 약해진 것 같다. 빨리 아토피가 나아서 밝게 웃고 에너지가 넘치는 해인이를 기대한다. 차에서 지쳐 잠자는 것을 보고, 엄마로서 마음이 아팠다. 해인아, 언제까지 그렇게 아토피를 달고 다닐래? 아토피와 이별하고자 하는 너의 굳은 의지가 필요하단다.

해인아, 담임선생님이 참 따뜻하고 좋으신 분이시더라. 해인이에게 엄마가 가장 필요한 때인 초등학생 때, 해인이에게 엄마가 없어서 생활습관이 잘 안든 것 같다고 하더라구. 엄마가 맘이 아팠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느껴지고 너와 함께 생활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지.

담임선생님도 네가 아토피 낫기를 바란단다. 긁적이는 네가 안쓰럽고, 반 친구들도 네가 아토피가 있으니 싫어하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구. 그럴수 있지. 그러니까 더 건강해지도록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또 담임선생님도 얼른 아토피치료를 해야 앞으로 공부할 양이 더 많아지는 것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

엄마도 담임선생님의 의견과 같단다. 앞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공부할 양과 질이 더 많아지고 또 고등학교에 가면 더 많아진단다. 건강관리 안하면 감당하기 어렵단다. 현재의 체력으로는 도저히 힘들단다. 지금 조금 고생하고, 남은 인생 90년을 편하게 살래, 아니면 계속 아토피를 달고 살면서 괴로울래?

선택은 너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엄마가 도와줄 수 있을 때 치료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엄마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렴. 언제까지 젊지 않단다. 엄마가 벌써 40이 넘어가고 있단다. 엄마는 해인이가 있어서 힘이 난단다. 네 덕분에 살고 있단다. 해인아, 아토피 치료하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자. 그래서 내년에는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가자꾸나. 함께 여행하면서 실컷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꾸나.

엄마가 요즈음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아니? 해인이에게 본이 되기 위해 엄마는 없는 시간 쪼개어가면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해인이와 함께 일본에 여행가서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해인아,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단다. 앞으로는 함께 헤쳐나갈 밝은 미래만을 보자꾸나. 해인아, 네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고 하면, 정말 좋은 사람은 네 곁에 없게 된단다. 너는 지혜로우니까, 새겨들을 거라 믿는다.

지금 네 나이에는 생활습관도 중요하고, 식습관도 참 중요하단다. 무기질, 비타민, 섬유소, 단백질, 탄수화물 등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정신도 건강하게 되지. 요즈음, 청소년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가 인스턴트 식품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다는 연구결과가 있단다.

옛날에 비해 폭력성이 더 많아 진 것도 다 먹는 것 때문이라고 여기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 자연속에서 나오지 않은 가공된 먹거리가 사람을 헤치게 되는 것이란다. 아토피도 마찬가지야. 네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식품을 신경써서 먹으면 분명히 건강해진단다.

네가 아토피와 정면돌파해서 싸우지 않으면 아토피는 너를 계속 괴롭힐 거야. 엄마는 믿는다. 해인이가 아토피에서 완치되면, 마음도 넓어지고, 따뜻한 사람으로 돌아갈 것을. 1년 후 우리 서로 웃으며 여유있게 오늘을 이야기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해!
2010년 겨울눈이 내리는 밤에 엄마가

문기정 꿈꾸는숲지역아동센터장

문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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