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한국군 기지가 공격을 당했다. 한국 정부는 탈레반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을 때 미치게 될 사회적 파장을 걱정해서인지 확실하지도 않는 경호회사가 공격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성급하게 발표했다. 그런데 만약 경호회사의 공격이라면 사실은 더 큰 문제다. 아프간에서 한국군은 누구나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고용했던 사람들이 공격할 수 있는 존재라면 그 누가 한국군을 공격했다 한들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탈레반의 공격만 아니면 된다니, 생각이 아예 없는 사람들 같다.

지금 아프간에는 공식적으로 한국인이 들어갈 수 없다. 다른 말로 파병 한국군의 활동을 감시할 민간의 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부와 국방부는 이런 황당한 발표를 주저 없이 할 수 있다.

만약 한국군이 교전에 휘말리고 그래서 아프간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군이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사살했을 뿐'이라고 발표를 하면 믿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국의 기자와 평화운동가 그리고 구호단체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나토 연합군마저도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면 이를 덮고 넘어가고자 시도한다. 많은 경우 현지 활동가나 취재진의 노력으로 그 민간인 피해의 실체가 밝혀지긴 하지만, 밝혀지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특정 분쟁지역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해 놓고 민간인의 여행을 금지 시키는 여권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싶다.

먼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저항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라크나 아프간 파병과 같은 잘못된 정책에는 비록 분쟁지역이라도 들어가서 파병에 반대한다는 저항 의사를 표현하는 것 역시 기본적인 권리다. 또한 분쟁지역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는 것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 하겠다는, 다시 말해 자신의 생명에 대한 결정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 의미에서 안락사를 할 수 있는 권리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도 안락사에 대해서는 점점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분쟁지역의 구호활동이나 평화활동 그리고 취재 활동 등을 제약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법안은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법안이다. 위험한 분쟁지역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을 갖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사후에 받게 될 가벼운 처벌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법안은 사후에 처벌만이 가능할 뿐 사전에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즉 쓸데없는 범죄자만 양산하는 법안이란 의미다.

또한 나중에 마주하게 될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은 밀입국 등의 방법을 시도할 것이고 이는 더욱 큰 문제가 된다. 밀입국이란 방법 자체가 정상적인 방법보다 훨씬 그 사람을 훨씬 위험하게 만들고, 또한 한국 정부에서 이 사람의 입국 사실을 알 수 없게 되기에 이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정부 차원에서 도와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나 평화, 구호 활동가는 현지의 정치적인 그룹과 대사관 등의 정부기관 보다 훨씬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즉 현지에서 한국군이나 대사관에 대한 공격 정보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경우 비록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부측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부수적 효과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급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막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한국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미국이나 나토의 회원국이, 자국이 파병했다는 이유로 혹은 분쟁지역이란 이유로 자국민의 입국을 법으로 막는 경우는 없다. 단지 현지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후 여행 여부는 철저히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한국의 평화운동과 언론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한국군이 파병된 분쟁국가에서 한국군의 활동을 감시하고 현지의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한상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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