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도입 시기 선택의 문제

국민의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각 정권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적인 성장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사회양극화를 보는 시각은 여러 갈래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현상이다.

이 현상은 한국 산업의 불균형적 구조에서 비롯되고 이는 또한 모든 정부의 대기업에 치우친 정책결과다. 따라서 동반성장(참여 정부 때의 상생)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관료정책의 보완적 성격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할 일은 그야말로 태산 같다. 그런데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으로 내외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의 시각차는 물론이려니와 이건희 회장의 발언, 정치권의 발언들이 위원회를 맹폭했다. 정치권의 발언은 그 자체로서 포퓰리즘이므로 논할 가치가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발언은 따질 필요가 있다.

먼저, 최중경 장관의 “애초부터 틀린 개념”이라는 발언이다. 그분은 경영학을 전공한 분이라는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익공유제(PS)는 두 가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다. 그 하나가 바로 성과배분제이며, 다른 하나가 이익배분제다. 경영학에서는 스캘론 플랜과 럭커 플랜으로 오래전에 알려져 왔고, 좀 더 확장하면 인사관리분야의 생산성성과배분제는 물론 공급관리 분야에서 그 원리를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성과배분제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틀린 개념은 아니다. 또한, 그분이 회계학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윤을 기술적으로 나누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측면이라면 일견 이해도 간다. 그러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학분야에 권위있는 국내 최고대학 전문가는 회계학적 관점에서도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건희 회장은 “사회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익배분제(PS)는 이미 삼성에서 2000년부터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1년 동안 경영실적을 평가해 당초목표로 잡은 이익을 초과달성했을 경우 초과분의 20%를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삼성전자 왜 강한가? p114).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사회주의 기업이란 말인가?

경제학자들도 그렇다. 경제학원론에 명시적으로 ‘초과이익배분제’라는 단어는 없다. 굳이 이익 배분제를 찾는 다면 원론에 나온 분배론에서 찾을 수 있다. 아담스미스가 강조한 최저임금의 사회경제적의미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도 1776년 아담스미스가 강조한 이래, 한국에서는 1988년에 비로소 도입되었다. 케인즈가 시장에 정부개입 주장을 펼 때도 그는 사회주의자로 매도당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경제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학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배분이나 이익배분제가 회사 내에서는 일반화되어 있지만, 그것을 회사 밖에 있는 다른 법인들과 나눌 수 있는가하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하도급거래에 있는 기업은 준내부조직으로서 간주되어 온지 오래이기 때문에 완전히 외부조직이라 할 수 없다.

아울러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글로벌경쟁이라는 것이 기업 간 1대1 경쟁이라는 생각은 거의 착각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최종제품과 최종서비스를 산출하는데 수많은 또 다른 기업들이 있다. 이를 공급망(supply chain)이라고 하며 여기에 중소하도급기업들이 주로 포함된다. 즉, 이들의 경쟁력이 강할 때 비로소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글로벌기업들의 인식은 20세기 후반에 시작되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중소기업이 강한 경제대국들, 즉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이와 같은 인식에 따라 명칭은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익공유제를 널리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20세기 전반까지의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익공유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언제 도입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회계학적으로 어렵다하여, 경제학에 없다고 하여 도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편,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 근본적 배경이다. 한국의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구조는 대기업과 정부와 국회가 만들고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공정거래법과 하도급거래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완전한 3배손해배상제도 도입, 중소기업 카르텔 일부허용, 협동조합의 활성화 등등을 통해 대중소기업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