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자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기록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야하고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각오한 자위대원·소방대원·원전 직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보도하는 일부 한국 언론은 역사의식의 부재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도를 넘어선 선정성을 드러내고 있다.

진보언론이라고 알려진 경향신문이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3월 17일 웹사이트 머리기사로 '원전 가미가제 투입'이라는 제목을 버젓이 내걸었다. 원전 복구요원과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강제 동원되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미군 함정에 뛰어들었던 가미가제(神風·かみかぜ)를 동격으로 놓은 것은 몰 역사의 소치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이런 보도를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경향은 슬그머니 제목을 ‘결사대원’으로 바꾸고 사과 한 마디 없이 넘어갔다.

인터넷 조회건수가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진 머니투데이는 ‘일 가미가제식 원전 틀어막기 나설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넷서울신문도 이 순간 가미가제 투입이라는 기사를 올려놓았다.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배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중앙일보도 역사의식의 부족은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이 터지자 중앙일보는 계속해서 ‘한국판 색계 파문’이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이 신문이 독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부족한 역사의식 수준은 감추지 못했다.

영화 ‘색계’는 애국심에 가득 찬 중국 청년들이 제국주의 일본의 괴뢰정권인 왕징웨이 정부 정보책임자를 맡고 있는 매국노를 처단하기 위해 미인계를 쓰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혹시 이 젊은이들을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공작을 도와준 집단은 장개석 국민당 정부의 특무인 ‘남의사(藍衣社)’였다.

이쯤 되면 한숨만 나온다. 한국 기자들, 제발 역사 공부 좀 합시다.

태평양전쟁에 가미가제 특공대원으로 동원된 조선인 인재웅을 놓고 마쓰이 히데오 송가(頌歌)를 불렀던 한 유명한 시인의 ‘작품’을 읽어본다면 당신들이 지금 무슨 용어를 남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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