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땅에서 희망의 NPO를 보다

실업극복국민재단 '세계 희망경제 프로젝트' 르포 라현윤l승인2007.08.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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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방글라데시의 사회적기업 활동 현장을 가다
“저소득층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자립지원 역할”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는 빈곤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60억 인구 중 총 40억, 전 세계 가구 수의 89%에 이르는 7억6천만 가구가 빈곤인구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빈곤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인도와 방글라데시다. 인도의 경우 10억 인구가 절대빈곤층(하루 1달러 미만의 생활)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방글라데시는 지금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보다 그 정도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우리가 인도를 벗어나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도착했을 때 이러한 빈곤의 격차는 더욱 확연히 드러나는 듯 했다.

그나마 우리가 이번 탐방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비영리조직들이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연세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대학생들로 구성된 네트워크 그룹 ‘Nexters’와 함께 지난 8월 4일부터 19일까지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빈곤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NPO(비영리기구)와 기업들을 방문하며 이러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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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비영리조직들이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존재하고 있다. 인도 도시빈민가 가정.

우리는 이번 탐방 기간 인도의 델리, 하이데라바드, 뱅갈로르에 위치한 HUL, HP 등과 같은 다국적기업 방문과 더불어 셸 재단(Shell Foundation), 바이라주 재단(Byrraju Foundation), Dr.Reddy's lab, IDEI(International Development Enterprise India), CSIM(Centre for Social Initiative and Management) 등과 같은 NPO를 방문할 수 있었다. 또한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더욱 유명해진 유누스 총재가 설립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도 방문했다. 여기서는 지면의 한계상 기억에 남는 NPO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며 이러한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NPO의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서론이 너무 길면 재미없으니, 서울에서 메일과 전화만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고 ‘빈곤의 땅’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무대포로 떠난 좌충우돌 탐방 이야기를 이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1. 바이라주 재단-과학적 평가·전문성 담보한 NPO

인도 탐방이 중순으로 접어들었을 무렵, 우리는 인도의 대기업인 시스템 컴퓨터 서비스(Satyam Computer Service Ltd)의 운영자 B. 라말링가 라주(Ramalinga Raju)가 설립한 바이라주 재단을 방문했다. 탐방단을 반갑게 맞아준 재단의 하쉬 바르가바 씨는 자신의 몸을 조각하고 있는 한 사람의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재단의미션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운명을 스스로 만들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마을이 스스로 자생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바이라주 재단의 미션입니다.”

바이라주 재단은 인도의 낙후된 농촌사회를 개발하기 위하여 각종 보건, 의료, 환경, 사회교육과 성인문맹 퇴치교육, 직업기술교육 등 11개 주요서비스를 저소득층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72개 마을의 2천500만 명의 삶이 바뀔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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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주 재단의 사업 설명

바이라주 재단을 방문하면서 우리가 관심이 갔던 부분은 그들이 맺는 독특한 파트너십과 과학적인 평가시스템이었다. 재단의 경우 빈곤에 관한한 전방위의 문제접근 방식을 취하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의지가 있는 기업, 정부, NGO 파트너들과 함께 적절한 방법을 통해 농촌 사회에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을 제작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또한 이것이 최소의 비용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복제될 수 있도록 철저히 수치로 평가하고, 평가 후에도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했다. 바이라주가 다른 NGO들과 달리 높은 효율성을 가지고 세계적인 협력단체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바로 이러한 전문성이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IDEI -제공자에서 조력자로

8월 13일, 우리는 드디어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한 NPO가 지원하는 농촌현장 방문에 나설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빛의 논밭과 붉은색 땅을 바라보며 그제야 탐방단은 우리가 인도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뱅갈로르 도심에서도 북쪽으로 10km 떨어져 있는 툼쿠르 지역에서 만난 농부 꼬빈드라주 씨의 얼굴은 뜨거운 햇볕으로 새까맣게 그을려져 있었다. 다양한 원예작물이 심겨진 밭을 일구던 꼬빈드라주 씨는 꼬치꼬치 묻는 우리가 귀찮을 법도 한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예전에는 소작농과 잡역부 일을 했지만 지금은 가족의 재정상태가 훨씬 좋아졌다”는 말을 우리에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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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I가 지원하는 농촌현장 툼쿠르 지역에서 만난 농부 꼬빈드라주 씨.

꼬빈드라주 씨가 이처럼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립이 가능했던 데는 인도의 비영리기구인 IDEI가 추진하고 있는 KB-Drip(페달 펌프)사업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IDEI는 농민들에게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자 자체 기술로 개발된 ‘KB-Drip’이라는 상품을 저렴하게 저소득층 농가에 판매함으로서 그들의 빈곤탈출을 돕고 있었다. 이들은 빈곤층을 도움의 수혜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고객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빈곤을 해결하고자 했다.

실제 이 사업에는 245개의 NGO와 2천여개가 넘는 사기업, 2천여명의 지도자들, 4천여명의 기술자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IDEI에서는 향후 500만 가구를 기업적 해결방식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우리는 이러한 사업이 인도 각지에서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IDEI의 CEO가 가진 마인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NGO활동가이자 IDEI의 대표인 아미타바 씨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이렇게 답했다.

“나 자신이 우선 좋은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 주위를 둘러보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그들에게는 그런 권리 또한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 생각했습니다. 기업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그라민 은행-자립지원과 잘못된 관습 타파

8월 15일, 독립기념일을 인도 꼴까따(캘커타)에서 보낸 후 그라민 은행이 있는 방글라데시 다카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홍수로 인해 국토의 절반이 물에 잠겨있는데다 설사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인도에 머무는 내내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라민 은행측에서 물난리가 났으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해오는 통에 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우리로서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다카에 도착한 탐방단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는 금요일이 휴일이다. 우리 탐방단이 다카에 도착한 날은 목요일 오후. 다음날 그라민 은행을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던 탐방단은 다음날이 휴일이라는 사실에 경악을(우리의 무식함을 자책하며) 금치 못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날아왔으니 포기할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라민 은행 매니저로부터 인터뷰와 현장 방문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아마 우리를 위해 있는 것이리라.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그라민 은행 본사 건물은 허름한 다카 건물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20층짜리 건물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가는 길에도 우리는 그라민 은행이 운영하는 그라민폰의 광고 간판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이라는 모토답게 그라민 은행은 사회가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연금 서비스 제공에서부터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휴대전화 대여사업과 같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실제 우리는 이곳에서 그라민 은행의 신용대출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 변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시마 씨는 10년 전 5천 다카를 대출한 것이 인연이 되어 현재까지도 그라민 은행 대출을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두바이에 노동자로 가 있는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이끌어가야 하는 그녀는 조만간 30만 다카를 대출해 양계장을 크게 운영할 계획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라민 은행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출만 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회원들에게 16개의 강령을 준수하도록 하며 여성들의 권익신장과 교육, 위생 등에 있어서 빈곤과 함께 사회의 잘못된 관습을 바꾸는데도 노력을 펼치고 있었다.

#4. 인도·방글라데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외에도 많은 NPO들을 방문하며 필자는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단순히 NPO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인도 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의 문제가 단지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풀어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기업·NGO·정부 등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 가고 있었다. 다른 주체들의 진척된 고민과 깨달음을 연구하고 자신들의 작업을 함께 공유함으로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셸 재단의 경우 단순히 돈만을 지원하지 않는다. 모든 파트너들과 밀접하게 연계해 빈곤계층을 돕는 방식을 취하는데, 예를 들면 매우 건조한 지방의 인도 농부들을 돕는 한 NGO와 파트너십을 맺어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멘토링’까지 제공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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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장 탐방 후 현지 어린이들과 함께.

둘째로 이들은 어떤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지속가능성을 반드시 추구한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듦으로서 지속가능성을 가지며 자신들이 하는 사업이 단순히 한 지역, 한 국가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다른 빈곤국가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낙후 지역에 장기 저리로 태양력 패널을 보급하는 ‘Solar NEST’의 경우 인도뿐만 아니라 저개발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램프를 개발유통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셋째로 이들은 단순히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줌으로서 빈곤층이 자생적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NPO 활동가들은 인도의 빈곤계층을 단순한 수혜의 존재로 보기 보다는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통합될 수 있는 소비자 혹은 생산자로서 이들을 바라봄으로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기업가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실업극복국민재단 '세계 희망경제 프로젝트'는?

실업관련 공익재단인 (재)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일하는사회’가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사업이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이 해외 희망경제가 실현되고 있는 현장을 탐방하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여론형성과 이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신 인재육성을 위해 마련되었다. 올해는 그 첫 번째로 연세대·한국예술종합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젊은 네트워크 그룹 ‘Nexters'의 인도·방글라데시의 사회적기업 탐방을 지원했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를 토대로 희망경제(사회적기업, 지역경제 활성화 현장, 새로운 영역의 중소기업체, 대학벤처, 공정무역, 마이크로크레딧 등)가 실현되고 있는 세계 곳곳을 젊은 세대들과 둘러보고 새로운 희망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세계 희망경제 탐방 공모전’(가제)을 진행할 계획이다.


라현윤 실업극복국민재단 홍보팀

라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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