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세상은 생명력 그 자체다. 꽃들은 앞 다투어 시샘하듯 피어나고 수목은 겨울 내 숨겨왔던 잎들을 내놓으며 대지는 한껏 새로워진다.

이렇듯 새 생명이 시작되는 4월, 48년 전의 4월엔 부정과 부패에 맞서 대한민국을 바로잡고자 했던 학생과 시민들의 함성이 있었다.

51년전 이 땅의 청년들은 부패한 정치권력의 도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다. 자유당 정권은 장기집권의 야욕을 앞세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헌정이후 초유적인 3.15 부정선거를 실시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산 터였다.

당시 정권은 임시정부수립 이후 이어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끄럽게 하는 부정과 부패, 폭력과 언론탄압으로 얼룩진 정권이었다. 급기야 3.15 마산의거 시 행방불명 됐던 마산상고생 김주열 군이 눈에 최루탄에 박힌 싸늘한 시신으로 바다에 떠오르면서 학생들과 시민들의 분노도 극에 달해 4월 19일, 민주혁명의 봉기가 거대한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4월 20일 이후 전국은 비상계엄 상태였지만 학생과 시민들은 정권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며 투쟁했다.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함에 있어 선두적 역할을 한 열사들과 시민들의 항쟁으로 인해 그 해 4월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드디어 1960년 4월 26일 오전 10시 30분,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하야 성명이 발표되자 거리는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이렇게 시민의 승리로 끝난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부산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정권의 무자비함에 스러져간 열사들을 비롯한 많은 부산시민과 학생들의 순결한 정신은 중앙공원 내 4.19위령탑과 영령 봉안소에 오롯이 남아 있다.

독재와 탄압에 당당히 맞서며 이 땅의 주인은 누구도 아닌 바로 국민임을 선포한 4.19의거. 이 4월의 정신은 5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들에게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어 불타고 있다. 비록 미완의 혁명이라는 평가가 공존하기는 하지만 4·19 민주혁명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서고 국민이 주인된 국가로서 새로운 출발선상이 마련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2011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제 2의 4월 혁명이 필요하다. 민주의 제단에 신성한 피를 흘린 열사들의 정신을 이어 반목과 불신, 개인주의로 얼룩진 사회 분위기를 바로잡고 선진한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민들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던 신동엽 시인의 싯구처럼, 우리의 선배들이 진정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과거의 역사에서 배울 것이 없는 민족은, 그 미래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윤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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