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 “시간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점검”
지역주민, “수명연장 논란 잠재우기용...당장 폐쇄하라”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태 이후 국내 노후원전에 대한 수명연장 문제가 원전안전성 논란의 중심으로 부각되면서 시민사회, 지역정치권, 지역사회에서 노후 원전 폐쇄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월성원전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계속운전) 승인이 당초 예정시기보다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제출한 경주 월성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와 관련해 시간에 개의치 않고 조사·보완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성원전1호기의 수명연장과 관련, 당초 KINS는 올 4월 중으로 심사보고서를 낸 뒤 두 달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6월 말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25일, 윤철호 KINS원장은 “월성1호기의 경우 후쿠시마(원전 사태)를 봐서라도 점검 부분에 보완이 확실히 돼야 한다”며 “법이 그렇다고(일정 기간 내에 조사 완료 명시) 해서 조사를 대충 하는 일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월성원전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이 당초보다 상당기간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KINS의 이같은 입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고리원전1호기 폐쇄’ 등 노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은데 따라 ‘철저한 점검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계속운전에 들어간 고리원전1호기가 지난 12일 전기계통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민주당을 비롯 정치권에서 고리1호기 수명연장 과정의 은폐·부실의혹이 제기되자 정부와 한수원이 서둘러 고리1호기 정밀점검에 들어가는 등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위한 정략적 해법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관련 KINS 관계자는 “이번 윤 원장의 발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 고리1호기를 검사할 때보다 더욱 철저히 검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사보고서가 6월까지 작성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며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여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와함께 또 다른 KINS 관계자도 “미국에서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포스트 스리마일’이라는 보완조치가 나왔는데, KINS도 ‘포스트 후쿠시마’라는 원칙이 나올 때까지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짓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실시된 ‘21개 원전 종합점검’에서 울진원전 지역 주민 대표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정확한 원인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원전종합점검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정확한 원인에 대한 기본자료 없이 행해지는 원전종합점검은 사실상 종전의 확률론적 시각에 바탕한 비효율적 점검이라는 게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시각이다.

‘포스트 후쿠시마 원칙 수립 후...최소 1년 이상 지연’
월성반핵위 “당장 폐쇄...5월 초 대규모 집회 예고”

남효선

월성원전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 결정이 당초 예정일인 올 6월보다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주 양북면 주민들을 비롯 지역시민사회단체는 "당장 폐쇄"를 주장하고 있어 정부의 이같은 입장이 수명연장 반대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진은 지난 19일, 경주시 양북면 방폐장 앞 광장에서 있은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반대 및 방폐장 공사 중단' 주민 집회.

‘포스트 스리마일’은 당시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미국 정부가 원전 취약점을 검토·확인하기 위해 제시한 원칙으로, 스리마일 원전 사고 1년 뒤 확립됐다. 이에따라 ‘포스트 후쿠시마’ 원칙이 마련되려면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여부는 당초보다 최소 1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KINS의 입장이 지역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문제의 고리와 월성원전 인근 지역주민들 사이에 수명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김상왕 월성반핵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노후 원전일수록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수명연장 결정 시기를 늦춘다 해서 원전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시간벌기용에 불과한 것이다”고 일축했다.

경주 양남면 주민들로 구성된 월성반핵비상대책위원회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9일에 이어 연일 반대 집회를 열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10기 중 수명을 연장한 4호기만 폭발했고 가장 먼저 문제를 일으켰다”며 “이는 노후한 원전이 같은 충격에도 더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월성1호기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5월 초에 대규모 주민집회도 예고해 놓은 상태이다.

또 지난 12일, 부산지역 변호사회에서 ‘고리원전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데 이어 경주시의회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중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 한수원은 2009년 12월에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KINS와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었다.

KINS는 원자력법시행령에 의해 한수원이 제출한 평가보고서를 심사한 뒤, 최종 보고서를 교과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수명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원자력법시행령은 심사부터 수명연장 결정까지의 기간을 18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당초 KINS는 올해 4월 심사보고서를 낸 뒤 두 달간 원자력안전위의 논의를 거쳐 6월 말 경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월성1호기는 1983년 4월22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2009년 4월1일 수명연장을 위한 압력관 교체 작업에 들어가 2011년 3월에 마무리했으며, 현재는 가동이 정지된 상태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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