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잘살자’는 도덕적 해이

사설 시민사회신문l승인2011.04.2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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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채용’ 노조, VIP우선 인출 사태는 공동체 무너뜨리는 시발점

우리나라 노블리스 오빌리제의 대명사로 자주 등장하는 ‘경주 최부자집’에는 6가지의 가훈이 있다. 최부자집이 12대 만석꾼, 400년의 부자집의 명맥을 유지한 것은 가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가훈을 철저히 지켜내도록 후손들에게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그 가훈의 밑바탕을 흐르는 정신은 물질적 부 못지않게 나눔과 베품의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최부자집은 이를 실천하는 것 또한 중요함을 늘 후손들에게 가르쳤다.

최부자집 6가지의 가훈은 첫째 진사 이상의 벼슬을 금지해 부와 귀를 동시에 소유하지 못하게 했다. 둘째 만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말라고 했으며 셋째, 찾아오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넷째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못하게 하여 남의 불행으로 재산 늘리는 일이 없도록 했다.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3년간은 무명옷을 입도록 했으며, 보릿고개 때는 집안 식구들도 쌀밥을 못 먹게 하고, 은수저 사용도 금했다. 여섯째 흉년에는 곡식을 풀어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도록 했다.

최부자집은 이 6가지 가훈을 대대로 실천했다. 이웃의 가난과 불행이 없도록 자신의 재산을 나눔으로써 ‘나만 부자’를 버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부자로 400년을 이어온 명가가 됐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이어가는 한 이같은 우리 선조의 아름다운 정신과 실천사례를 윤리경영, 상생경영의 모범 사례로 본받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불거진 두가지 사건은 최부자집 사례와는 정반대의 사건이라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웃은 안중에도 없는 ‘나만 잘살자’식의 생각들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마저 느끼게 한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의 노사단체협약에서 보여준 ‘정규직 세습 채용’이 보여준 이기심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젊은층과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지 않은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행위의 시발점이다. 부산저축은행 불법인출 사태도 역시 도덕적 해이, 윤리 불감증의 전형이다.

업무정지 이후에는 예금 인출이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은행 직원들은 영업정지 전날 밤 은행에 파견된 금감원 직원 3명이 상주했음에도 친인척과 고액 고객(VIP)들에게 연락, 예금을 불법 인출함으로써 일반 고객들의 비난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불법 인출 사태는 부산저축은행 뿐아니라 2달전에 있은 저축은행 영업정지때에도 벌어졌지만 금감원은 쉬쉬해왔다고 한다.

영업정지를 위해 대주주의 신청서를 받기로 함으로써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불법인출을 방조한 금감위는 이사태의 발원지였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공조직을 믿고 예금을 맡기는 국민만 피해자일뿐이다. 고객인 시민의 피해를 방치하고 묵과한 금감위의 도덕적 불감증과 해이는 엄단해야 한다. 금융권에 대한 신용뿐 아니라 고액 고객과 특권층을 먼저 특혜 인출하는 예금 부당인출의 비윤리, 공공성을 저버리는 행위는 사라져야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가 회복된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이 지난 20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통해 단체협약안을 확정했다. 협약안은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채용가산점을 주는 등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협약안은 정규직을 세습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어 사회 각계의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노동운동의 평등과 연대, 노동운동의 도덕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정규직을 자녀에게도 물려주겠다는 채용시 가산점 부여는 아무리 고용안정이 불안하고 노동자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만의 조직이기주의 노동운동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정규직 세습을 주장하기에 앞서 현재 같은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적 사내하청과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위한 의사표명이 필요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철폐 해소를 위한 정규직 노조의 의견도 함께 담고 주장했어야 했다.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웃과 비정규직 동료의 고용차별 해소,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서 싸운다면 우리 사회의 노동자산으로서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활화산처럼 타오를 것이다.

굳이 최부자집처럼 우리가 이웃에게 자신의 부를 나누는 모범을 보이지 않더라도 이웃을 배려하고 이웃의 어려움과 고통과 가난을 함께 풀고 짊어지려고 하는 나눔과 상생, 협력의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 일기를 바란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먼저 살아남기’식의 신자유주의의 질곡과 정글자본주의를 우리 손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내 이웃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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