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환경단체 “고리1호기 평가보고서 제대로 공개하라”
한수원, “질의서 제출하면 답변 제공 검토”

“한수원의 고리1호기 수명연장 보고서 공개는 한마디로 대국민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국내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확산되면서 “고리원전1호기 폐쇄” 요구가 잇따르자 정부와 한수원이 서둘러 정밀점검에 들어가고 문제의 수명연장 평가보고서를 공개했으나, 공개 방식을 놓고 지역주민을 비롯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울산환경련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고리원자력 1호기의 '계속 운전 안전성평가보고서'가 2일, 일반에 공개된 가운데 울산,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은 "550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복사.기록 등은 금지시킨 채 열람만으로 공개한 것은 일반인들이 알 수 없도록 하는 면피성 공개"라며 "보고서 일체를 국민 모두에게 재대로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고리원전본부에서 공개된 평가보고서를 열람하고 있는 모습.

특히 고리원전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싸고 제기된 은폐·부실의혹은 더욱더 증폭될 조짐이다.

한수원은 2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에 열람대를 마련하고 ‘고리원전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지난 2007년 고리 1호기 설계수명을 10년 추가로 연장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 5권 △주요기기 수명평가보고서 3권 △환경영향평가보고서 1권 등 모구 9권이며 총 5440여 페이지 분량이다.

정보공개 방식은 복사, 촬영, 메모 등 기록적 방식은 모두 배제된, 눈으로 보고서를 살펴보는 ‘열람’방식만 허용됐다.

특히 평가보고서가 55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 만큼, 일반시민들이 이해하기 용이하도록 분야별 쟁점사항을 간추려 놓은 요약본 등은 갖춰지지 않았다.

정보공개 첫날, 고리원전본부를 찾아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열람한 울산·부산지역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은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5500쪽에 달하는 평가보고서를 복사, 촬영, 기록을 금지한 채 눈으로만 열람하도록 한 것은 정보공개에 대한 진정성은 차치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한수원은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을 중단하고, 고리 1호기 수명연장에 관한 평가보고서 전부를 국민에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반핵울산시민행동과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2일, 성명을 통해 “5,500 쪽에 달하는 분량의 보고서를 촬영, 기록, 복사등은 전부 금지시킨 채 단순 열람만 가능하게 한 고리 1호기 수명연장 평가보고서 공개는 한마디로 대국민 코미디”라며 “이는 면피성 공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수원 측의 처사를 비난했다.

또 이들 시민단체는 “한수원이 이런 코미디 같은 정보공개의 이유로 국가안보와 영업 비밀을 들고 있지만 고리1호기는 세계적으로 이미 폐로의 운명에 접어든 구형 핵 발전 시설이고, 더구나 원천기술이 우리나라에 있지도 않다”고 지적하고 “이런 고리1호기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면 국익을 해치거나 영업상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는 거의 망상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한수원의 이런 코미디 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이미 경주 방폐장 부지조사 보고서도 눈으로만 열람하게 했다가 결국 조승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이들 시민단체는 “한수원이 이렇게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을 우롱해도 교육과학기술부나 지식경제부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 성역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비호와 핵산업계의 든든한 동맹으로 한수원의 비밀주의와 독선은 견제 받지 않는 공룡이 돼버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한수원은 어쩌면 고리1호기에 관한 국민의 고조된 여론을 달래기보다는 '볼테면 보라'는 식의 으름장을 놓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난이 일자 한수원 관계자는 “일부 요약본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금의 방식대로 열람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해 ‘열람’방식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함께 “열람신청을 하면서 관심 있는 분야에 질의서를 제출하면 해당분야에 대한 답변과 목차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기록·복사 금지시킨 열람은 사실상 검토 봉쇄 행위” “국회에서 제출받아 전문가·시민단체 함께 검토해야” 환경련, 고리1호기 평가보고서 공개 관련 국회 역할 강조 수명연장 과정에 대한 은폐·부실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고리원전1호기와 관련, 정부와 한수원이 2일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공개했으나 공개 방식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이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은 1일 성명을 통해 “기록, 복사 등은 금지시키고 열람만으로 한정한 5,440쪽짜리 수명연장 보고서 공개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며 “원전 안전성 검증을 위한 관련 국회 상임위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국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촉구했다. 환경련은 “안전성 여부를 검토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보고서가 제출되어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역시 열람만으로 심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며, 어떤 전문가들도 단지 열람만으로는 보고서를 검토할 수 없다”며 “열람은 가능하되 기록과 복사가 금지되어 사실상의 보고서 검토는 불가능해졌다”고 비난했다. 또 환경련은 또 “고리 1호기는 구형 모델로 세계적으로도 폐로되고 있는 노후한 원전에다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원자로여서 누출될 영업비밀이 있을 리 만무하다”며 “(이같은 이유로 기록과 복사를 금지하는 것은) 핵산업계가 고수해 온 ‘비밀주의’의 발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환경련은 “한수원이 여론에 떠밀려 열람까지는 가능하게 한 것도 큰 진전”이라고 평가하고“그러나 고리 1호기 안전성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관련 평가보고서가 일체 국회에 제출되고 객관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며 “지식경제위, 교육과학기술위, 원전지역 국회의원들은 평가보고서 일체를 제출받아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분석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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