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통의 새로운 방법

‘소통’이 온 사회적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이것은 마치 ‘주차 금지’ 안내판처럼 그것이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발 잘 좀 해보자는 취지로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 ‘주차 금지’ 안내판이 서 있는 곳치고 불법 주차 없는 곳이 별로 없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같은 논리로, ‘소통’이 강조되는 곳치고 소통이 제대로 되는 데가 별로 없다.

이런 뜻에서 한국 사회를 둘러보면,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 단위라고 하는 가족 안에서조차 소통이 잘 안 된다. 부부 사이도 그렇고 부모와 자녀 사이도 그렇다. 학교는 어떤가? 교사와 학생 사이 또는 교장과 교사 사이에 소통이 잘 되어 행복한 경우가 참 드물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상사와 부하 사이,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 심지어 같은 노동자끼리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정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보궐 선거 국면에서도 다시 한 번 경험한 것이지만, 다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음에도, 여당과 야당 사이는 물론, 다양한 야당들 사이, 나아가 같은 정당이라도 그 수뇌부와 일반 당원 사이에조차 소통이 참 어렵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또한 그것이 중요하다고 사회적으로 떠들썩하면서도, 정작 현실적으로 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바로 이 지점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주는 사례에 주목하자. 2011년 4월 중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회가 개최한 ‘자녀와의 올바른 대화법’에 관한 세미나이다. 요점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자녀가 어리다고 무조건 내려다보지 말고 한 생명의 고유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신뢰하라. 둘째, 자녀와 수시로 열린 대화를 하되, 어른들이 먼저 판단하고 충고하려 들기보다 자녀가 충분히 말하도록 끝까지 경청하고 공감하라. 셋째, 말로만 자녀를 사랑한다고 하지 말고 자녀의 현재 감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라.

그렇다. 역시 존중, 신뢰, 경청, 공감, 인정, 수용 등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녀와 부모 사이의 대화에서는 물론 대부분의 사회적 소통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통분모다.

이런 잣대로 우리 현실을 돌아보자. 행여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내면적으로 행복하고 충만하게 생활하는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시험 점수나 전교 석차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그 와중에 자녀와의 소통은 얼마나 원활한가? 부모 자신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면서도 자녀와의 관계도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 속에서 창조적으로 형성하고 있는가?

정치가들은 어떤가? 진심으로 민초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데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가, 아니면 자기만이 옳다고 믿으며 돈과 권력의 욕망에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어가는 건 아닌가? 특히 정치가들과 민초 사이의 소통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일상적인가? 혹시 선거 때만 소통을 강조하고 선거 직후부터는 모든 것을 망각하는 건 아닌가?

기업은 어떤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강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여 효과적으로 공급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한 이윤 논리와 경쟁 논리를 내세우며 다른 모든 점을 무시하는 건 아닌가? 그 과정에서 특히 노동자들과 인간적 소통을 하고 있는가?

나아가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어떤가? 행여 기존의 관행이나 매너리즘에 빠져 수시로 등장하는 새로운 도전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특히, 자본과 권력에 저항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과 권력을 닮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과 타자 간 소통이 올바로 되기 위해서라도 자신과 자신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어느새 우리는 자신과의 소통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체면과 위신, 명예나 권위, 기득권과 이해관계 등에 집착하는 것이 표면적 자아라면, 참된 마음의 평화, 기쁨,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심층적 자아, 참 자아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 자신 속에 분열된 두 자아가 깃들어 있는 한, 참된 사회적 소통은 불가능하다. 나 자신과의 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데, 어떻게 타자와의 소통, 사회적 소통이 되겠는가? 결국, 사회적 소통의 열쇠는 바로 ‘나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