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같은 돌팔매 장난들

“돈 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을 캐치프레이스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농어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기대를 모으며 출범한지가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다.

이명박 정권이 농림분야에서 첫 번째로 안겨준 실망은 이 정부 초대 경제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처음으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농업이란 말은 이제 그만하자! 농민문제는 복지차원에서 풀면된다.”라고 농업포기의 뜻을 밝히면서부터 시작하였다. 농업정책은 정부차원에서 그만하고 농민들에게 생활보조금이나 대주면 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전국의 농민을 경악시켰다.

정부 당국자 농업 포기발언, 농민들 경악

아니나 다를까, 이명박 대통령께서 미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만나기로 한 하루 전 서울서 열리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수입 협상과정에서 한국측 협상대표가 갑자기 새벽 2시에 지난 수년간 견지해 오던 정부입장을 버리고 ‘광우병 의심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와 부산물(위험물질 포함)의 수입개방을 전격 합의해주었다. 그리고 워싱턴 디시에서 대통령은 이 소식을 알리면서 ‘소수 축산농민들에게는 안됐지만 소비자들은 반길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이같은 안이한 정책판단이 근 3개월간의 촛불시위라는 사상 초유의 사회적 대재앙을 불러들인 것이다. 청소년, 유모차 등 남녀노소가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이어 갔다. 깜짝 놀란 대통령이 두 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어렵사리 다시 미국과 재협상한 끝에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와 일부 위험 부산물의 수입개방으로 수정되었다. 국가가 단 한명의 국민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보호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을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두 번째 장면은 지난해 말 한·미 합동 서해포격훈련과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훈련참여에 대한 대미 보은(?)조치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속개된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미국이 문제 삼은 자동차 수출조건을 대폭 양보했고 쇠고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후속조치로 머잖아 연령제한 조치가 곧 풀리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미국 쪽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한 EU, 한미 FTA로 인해 우리나라 농축산업은 천문학적인 피해가 예상되어 문자그대로 풍전등화격인데도, 협상의 주역을 맡은 통상교섭본부장은 얼토당토않게 우리나라 농민 탓, 농민을 폄하하는 폭탄발언을 했다. 재협상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어느 세미나에서 그 분은 느닷없이 “다방 농민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문제이다. 정부가 투자했더니 엉뚱한대로 새더라.” “이제 우리(정부)가 (농업을 위해) 할 수 있는 한계에 오지 않았냐는 게 저의 솔직한 고백이다.”라고 마치 자기가 모 경제장관인양 공개적으로 주장하였다.

‘다방 농민들’의 모럴 해저드가 문제라고?

‘다방농민’이란 말이 무슨 뜻인가? 오죽했으면 수많은 농민들이 엄동설한임에도 서울에 올라와 통상교섭본부장의 망언을 규탄하며 사퇴를 요구하였다. 진짜 다방농민이야말로 그동안 정부로부터 수백억 원의 지원을 받아 자못 성공한 농업 CEO인양 행세하며 치부하고 출세한 이 정부 초기 ooo, xxx 같은 사람이 아니냐고 외쳤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동안 FTA가 좋다고 정부가 선전홍보하는데 백수십억 원 넘게 써놓고도 번역비용이 적어서(?) 한-EU, 한미 FTA 협정문을 수백군데나 잘못 번역하여 국무회의와 국회에 몇 번씩 다시 심의케 하는 세계 뉴스의 웃음거리가 된 장본인이 되려 큰소리를 친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에 희망이 없는 것이 ‘다방농민’들 탓이라고 돌린 그 말씀 덕분에 그는 이 순간도 그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보다.

지금 대한민국 산야엔 구제역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전국의 농민들과 국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의 대재앙인 350만두에 가까운 소, 돼지들과 600여만 마리의 닭, 오리들이 꽁꽁 얼어붙은 땅 속에 파묻혀 있다. 그것도 상당수 생매장되어 문자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구제역 매몰지 사후관리 대책보고를 받으며 관련조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농민들은 애지중지 기르던 생축을 묻고 나머지를 지키기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반죽음 상태가 되었다. 외지에 나간 아들 딸 손주들의 설날 귀성을 자제 시켰을 정도였다. 동네 밖 출입은커녕 이웃간 방문마저 삼가했다. 일선의 공직자들은 혹한에 살처분 매몰하느라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실제 몇 분이 죽어 갔다. 하늘이 내린 저주가 아닌지 천벌이 두려워 위령제라도 올려야 하지 않나 조신(操身)들 하고 있다.

그러했는데도 이 나라의 경제총수라는 장관은 느닷없이 축산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다.”라며, “현실 보상을 무작정해주기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구제역 발생이 마치 농민 탓인 양 말하였다.

구제역 발생이 진정 농민 탓인가

방역 당국도 국제기구도 최근 50년만의 최대 재난이라고 인정한 무능한 구제역 확산사태가 관재(官災) 때문이었다고 인정했는데도 당·정·청 회의에서 경제장관이 앞장서 축산농민 탓을 하다니, 이 정부의 고위 관료들에겐 “다방농민”만 보이고 자기들의 과실은 보이지 않는가 보다.

그렇다면 정부기관인 각지역 축산기술연구센터들 마저 구제역 감염을 막지 못해 마리당 10억 원이 넘는 씨 숫소들을 살처분했는데 그것도 ‘다방농민’ 탓이란 말인가. 제대로 구제역을 방비하기 위한 검역기구 장비 인력 예산조치도 확보하지 못한 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다. 이 나라 여당의 국회 사령탑이라는 의원님은 우리나라에 축산업이 맞지 않는다라는 뚱딴지같은 폭언을 했다. 세상에 축산이 없는 경종농업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며 마치 모든 육류 우유 달걀 등을 수입에 의존하면 된다는 말인지, 아무리 무능무식하더라도 그렇게 함부로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한술 더 떠서 전직 장관인 여당의 최고위원께서는 최고위원회에서 자기가 한 때 농사를 지어봐서 아는데 구제역 매몰지의 침출수로 유기질퇴비를 만들어 쓰면 된다고 폭론을 피력하며 친히 지방에 내려가 실험까지 하셨단다. 이 모두가 ‘돈 버는 농업, 살 맛나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뜻을 받드느라 나온 언행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후보시절, 대통령은 우리나라 유기농업 발상지 중의 하나인 팔당지역 유기농가를 방문해 경운기도 몰고 쌈채소로 점심까지 드시면서 유기농업이 우리나라 농업의 대세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바로 그 지역의 유기농민들을 정부가 강제로 4대강 자전거 길과 녹색공원을 만드는데 장애가 된다고 몰아내고 있다. 그리고서도 얼마전 대통령께서는 최근 공개적으로 유기농업 예찬론을 다시 피력하시었다. 말 따로 정책 따로, 행동 따로가 도를 넘고 있다.

말 따로 정책 따로 행동 따로 도 넘어

명색이 환경부장관이란 사람이 국회에서 유기농업이 일반농사 보다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고 증언하고, 당시의 농림부 장관은 그 말이 맞다고 태평스럽게 맞장구 쳤다. 차기대권을 꿈구는 모 지사는 팜프렛과 TV 광고까지 동원하여 유기농업이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펴서 이 분들의 발언이 외국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유기농업계에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오는 9월말 자신이 유치했던 세계유기농대회에서의 파문을 예상하였던지 최근 슬그머니 팔당 농민들을 찾아가 사과하는 사태를 빚었다. 대통령이 좋아할 말이라면 앞뒤 돌아보지 않고 먼저 폭론 폭설일지언정 일단 발언하고 보자는 것인지 그 속내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옛말에 “동냥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일랑 깨지 말라”고 했는데 이 정권하의 현, 전직 고관들은 쪽박을 깨버리기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높은 곳의 한 분을 제외하곤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모양이다. 이솝우화의 어린아이들의 돌팔매 장난질 이야기가 떠오른다. 남의 생명이 오고가는 중대사를 장난삼아, 그것도 윗분에 잘 보이려고 함부로 돌팔매질 해대고 쪽박마저 깨버리려 한다.

이 정권의 생명농업, 농민 모욕 언행들이 이렇듯 도(度)를 넘고 지나쳐 민심(民心)을 거스르고 자칫 천심(天心)마저 거스려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이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아직 1년반이 더 남아 있으니 더욱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