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심은 나무, 지혜 열매로 피어나다

강상헌의 한자 숲 노닐기-나무 목(木) 강상헌l승인2011.05.0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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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5백년 역사의 속살이 우리 가슴에 오롯이 전해져 오고 있어

목(木) 부수자에 딸린 글자 풀이 부분. 큰 자전(字典)의 100쪽이 넘는다.

오래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膾炙)되는 영문학자 이양하(1904~1963)의 수필 ‘나무’, 고독(孤獨)의 덕(德)을 지녔다고 이 작가는 나무를 기렸습니다. 미국 작가 셸 실버스타인(1930~1999)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나무의 본디를 ‘착한 심성(心性)’의 인격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視線)이 특징이지요.

‘나무’ 하면 생각나는 또 하나의 이름은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1895~1970)의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나무처럼 곱고 굳은 성품 지닌 한 사람의 신념과 실천이 나무를 통해 마침내 희망(希望)의 숲을 이룬다는 이야기지요.

나무는 착하고 어집니다. 그런데 동요나 동시로 나무의 이런 성품을 기뻐한 기억은 있지만, 철이 들고 난 다음의 인간은 좀처럼 나무와 더불어 즐겁지 않나 봅니다.

‘가왕’(歌王) 조용필의 노래에 영 쓸쓸한 존재로 그려지는 나무가 있기는 하지요. 화가 고암 이응로(1904~1989)의 문자 이미지 추상화는 나무의 나이테와 결이 작가 나름의 고독과 명상의 상징인양 하여 눈길을 더 붙잡는군요.

목(木) 림(林) 삼(森)의 고문자들.
갑골문(甲骨文) 사람들의 나무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림글자의 모양이 마치 두 손을 높이 쳐들고 환호하는 모양입니다. 단순하면서 경쾌합니다. 나무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 획 몇 개에 잘 안겨 있습니다. 그린 이가 기뻤으면 모름지기 보는 이도 기쁘지요. 여러분도 옛 사람들의 그 기쁨으로 인해 함께 기쁘시기 바랍니다.

옛 글자 모양을 살피면 ‘땅에 뿌리를 박고 선 나무의 모양을 본뜬 글자’라는 설명이 바로 이해됩니다. 해서체(楷書體)라고 하는 요즘 글자 모양[木]은 위로 치켜든 옛 글자의 가지 두 개가 가로 막대기 하나로 변했지요. 3천년 넘는 글자의 역사가 빚은 변화(變化)인데, ‘맛’은 좀 떨어지는군요.

이 글자가 거느리는 글자들의 수는 헤아리기 쉽지 않습니다. 한 문자사전(자전)을 보니 나무 목 부수자[木]에 딸린 글자 분량만 일백 쪽이 넘는군요. 이 글자들은 대개 나무 수(樹)자처럼 옆에, 위에, 아래에 목 부수자[木]가 붙거나 또는 끝 말(末)자처럼 木자를 바탕글자로 삼지요. ‘어떤 나무’라는 뜻, 또는 (어떤) 나무와 관계되는 뜻을 가리킵니다.

木자 하나만으로 너끈히 수 백자 이상의 단어의 뜻을 미뤄 짐작(斟酌)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 배워 열 깨친다’는 오래된 말은 새 발의 피,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합니다. 일석이백조(一石二百鳥)도 더 될 나무 글자의 다양한 변주(變奏)를 함께 즐겨봅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는 木 부수자가 다른 글자의 왼쪽 옆구리에 붙는 것입니다. 소나무 송(松), 잣나무 백(柏), 오동나무 동(桐), 버들 류(柳), 복숭아나무 도(桃) 등은 여러 나무의 이름입니다. (나무)가지 지(枝), 목재 재(材), 널빤지 판(板), 기둥 주(柱), 지팡이 장(杖) 등은 나무에서 비롯한 물건이지요.

위나 아래에 木 부수자가 붙는 경우도 많습니다. 옆구리에 붙는 부수자에 비해 넙죽하지요. 오얏 리(李), 조사할 사(査), 물들일 염(染), 밤(나무) 률(栗), 선반 가(架) 등입니다.

목 부수자가 바탕글자로 쓰인 경우는 뿌리 본(本), 아닐 미(未), 묶을 속(束), 동녘 동(東), 열매 과(果) 따위입니다. 넙죽한 木 자에 점[?] 선[―] 글자[日]를 더해 만든 글자입니다. 얼핏 나무와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따져 보면 이런저런 인연(因緣)이 담쟁이넝쿨처럼 떠오릅니다.


'인신’(引伸)이라는 말은 한자의 뜻을 헤아릴 때 편리한 개념(槪念)입니다. ‘끌어 오고[引] 넓게 편다[伸]’는 뜻입니다. 문자의 여러 요소의 응용(應用)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한자의 인신은 고무줄처럼 신축성이 큽니다.

같은 글자를 거듭 쓰는 것으로 그 글자와 관련한 다른 뜻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림을 보듯 이해하기 쉽습니다. 수풀 림(林), 나무 빽빽할 삼(森)이 대표적인 글자지요. 둘을 합쳐 삼림(森林)이란 말로도 씁니다.

이응로의 문자추상 그림(1976년작). 나무 나이테와 결이 문자의 모양과 함께 표현의 도구로 쓰였다.
木 그룹의 글자들은 제자(製字)원리가 각각입니다. 출신(出身)이 다양한 것이지요. 동(東)은 우두머리 글자 木처럼 사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象形)문자, 본(本)은 일이나 상태를 상상하여 그린 지사(指事)문자, 림(林) 목화 면(棉)은 글자의 뜻을 모은 회의(會意)문자랍니다.

가장 많은 경우가 木을 뜻 요소로, 다른 글자를 소리요소로 하여 합체(合體)한 형성(形聲)문자입니다. 동(桐) 류(柳) 재(材) 등에서 木에 붙은 소리요소 글자는 소리를 결정하기도 하면서 ‘어떤 나무’ ‘무슨 나무’의 ‘어떤’과 ‘무슨’의 뜻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생각의 보물창고’ 나무 글자를 다시 봅니다. 시(詩)를 읽거나 추상화를 보는 섬세(纖細)한 마음을 지니면 이 글자가 보듬은 3천5백년 역사의 속살이 문득 우리의 가슴에 전해져 올 수 있습니다. 문자(文字)를 아는 또 다른 보람일 터입니다.
토/막/해/설

음양오행설

고대 동양에서는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세상을 설명했다. 음양은 달[陰]과 해[陽], 땅과 하늘, 여성과 남성 등과 같은 대조적(對照的) 요소. 이 두 요소가 마주하여 커지고 작아지고 하는 상호작용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 ‘음과 양’의 영향으로 우주 만물이 생겨나고[생성(生成)] 스러지는[소멸(消滅)] 변화의 모습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 형태다. 우주의 구성요소인 이 다섯은 서로 친하고[상생(相生)] 멀리하는[상극(相剋)] 성질이 있어 균형(均衡)을 이룬다.

木은 방위(方位)는 동쪽, 계절은 봄. 색깔은 푸른색을 각각 가리키는 오행의 하나다. 火는 불, 土는 흙, 金은 쇠, 水는 물. 동양 학문은 복합적이다. 요즘 서양 학문에서 많이 논의되는 통섭(通涉 consilience)이란 개념이 도리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강상헌 논설주간/ 우리글진흥원 원장

강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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