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전 회장은 "왜 때만 되면 꽃을 가지고 이렇게 흔드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면서 아마 힘없는 농가가 대부분이고 조그마한 소규모 점포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이러지 않나 하는 것이 화훼사업 종사자로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신동욱 한국 난 중도매인 연합회 전 회장

화훼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의 화분 선물 금지 조치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일면 정부 조치는 이해하지만 난 꽃을 받아서 무슨 비리가 일어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난 화분 선물 금지로 중앙부처 공무원 뿐만 아니라 지자체 및 유관기관 부처를 비롯하여 일선 학교, 정부투자기관과 사기업에서까지 난 등 화분을 선물하지 않는 현상에 화훼업자들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화훼업계 현장에서 종사하는 신동욱 한국 난 중도매인 연합회 전 회장(현 감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들어봤다.

- 처음 화훼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나는 노동운동을 하던 운동권이었다. 80년대 서울 노동운동단체협의회와 서울 기사련 공동의장 등을 역임하다가 92년 공안사건에 연루되어 4년간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때 0.7평 삭막한 독방에서 컵라면 먹고 난 후 남은 빈 용기에 금잔화 한 포기를 심고 창틀에 키운 적이 있는데 처음으로 꽃이 주는 작은 행복을 느꼈다. 그래서인가 석방 후 생계를 위해 사업을 모색하던 중 그때의 기억과 주변 지인의 권유로 화훼 도매농장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좋은 물건 보는 눈도 없고 단골도 없어 수업료가 많이 들어가고 돈도 손해 봤다.(웃음) 현재는 한국 난 중도매인 연합회 감사로 일하면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그럼 꽤 오래 종사한 것 같은데 가장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있었을 것 같다. 언제였나.
"97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벌써 14년이 되었다.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하지만 가장 장사가 잘된 때는 2000년 초부터 약 2~3년 정도였던 것 같다. 가장 힘든 때는 사실 지금이다. 몇 년 전부터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려왔는데 요즘은 정말 견디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겠지만 생각해볼 때 2002년에는 우리나라가 IMF 관리를 막 벗어나는 시기였기에 희망이 많았던 때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았고 자영업자도 활발하게 문을 열다 보니 소비층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언론 보도처럼 주 소비층인 '중산층 붕괴'로 인해 꽃을 살 여유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특히 동네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분들의 경우가 이 영향을 많이 받아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고 실제로 영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은 동네 꽃 가게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국민 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난' 화분 선물 금지 발표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그 후로 매출이 더 급감하고 있어 고통이 심한 상태다."

"난 화분 선물 금지, 중앙부처 공무원 등으로만 국한된 것 아니다"

- 정부가 3만 원 이상 난 선물 등을 금지한 것은 공직자의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봐야 하지 않나.

"물론 국민 권익위의 부패 근절 노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탁상 행정으로 인해 죄도 없는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면 그것은 잘못이 아닌가.

지금까지 알려진 부패 사건 중에 꽃을 받아서 그걸로 무슨 비리가 일어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꽃을 선물했다고 무슨 부정한 청탁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실제로 공직자 청문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 역시 모두 다 부정한 땅 투기라든가 병역 기피, 이중국적이나 고가의 옷, 그림. 골프 회원권 수수 등이었다.

물론 공직자가 부정한 1원이라도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꽃을 뇌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뇌물이라고 하면 통상 은밀한 방법으로 누구도 알 수 없게 전달하지만 꽃은 오히려 거꾸로다. 버젓이 주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보내지 않느냐? 또한 금이나 상품권처럼 꽃은 사실상 '환금성'도 없다. 그런데 왜 부패 방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이 꽃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지 우리로서는 억울할 뿐이다."

- 권익위 발표로 인해 화훼 농가가 입는 피해가 그렇게 큰가.

"매우 심각하다. 정부에서는 지난 WTO 협정 이후부터 농가에 쌀 농사를 그만하고 대체 작물로 화훼산업을 하도록 대대적인 장려 정책을 펴 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화훼농가에 대해 많은 지원까지 해주며 적극 독려해왔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화훼농가가 많이 늘어난 상태인데 최근 화분 선물금지 조처로 이들 수많은 화훼 농가들이 파산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권익위의 발표 이후 '난' 같은 경우 시장 경락가는 30%가량 급락했다. 문제는 이같은 난 화분 선물 금지가 중앙부처 공무원 등으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미노 현상처럼 지자체 및 유관기관 부처를 비롯하여 일선 학교, 정부투자기관과 사기업에서까지 난 등 화분을 선물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 그렇다면 3만원 이상을 규제한다고 하니 그 미만의 가격으로 난 화분을 판매하면 되지 않나.

"그러니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먼저 난을 생산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3만원 미만으로 규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상품성 있는 난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이 난의 경우 대략 2년 반에서 3년 정도 걸린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경비가 적지 않다. 또한 주문받은 난 화분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통상 자동차를 이용하는데, 오토바이는 꽃잎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배 비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는 통상 택배 비용은 만원 이상이다. 결국 이러저러한 경비 등을 감안해 볼 때 3만원 미만으로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가격과 상관없이 권익위에서 '난' 화분 선물을 받으며 징계하겠다는 발표가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이 화분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공직자가 굳이 배달되었으니 별 생각 없이 성의를 생각해서 화분을 받았다가 감사실에서 경위서를 썼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굳이 화분을 받으려고 하겠느냐. 정말 답답하고 이것이 요즘 실상이다. 그렇기에 화훼 농가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화분 선물 금지 정책을 철회하는 것뿐이다."

"왜 때만 되면 꽃을 가지고 이렇게 흔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 4월 12일, 이같은 요구로 국회 앞에서 농민들이 집회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에서 반응은 있었나.

"선물 금지 정책 철회에 대해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농수산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상정 하겠다는 입장은 들었다."

- 화훼사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지금 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웃음) 솔직히 말해도 될까. 지금 심정은 '하지 마십시오', '딴걸 찾아 보십시오'라고 말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화훼농가와 우리 입장에서는 이 사안이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절박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의 목소리를 다뤄주는 언론이 없어 너무나 괴로웠다. 가사 중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라는 노래가 있지만 지금의 꽃집 현실은 결코 낭만적이지도, 예쁘지도 않다. 우리 입장에서는 왜 때만 되면 꽃을 가지고 이렇게 흔드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마 힘없는 농가가 대부분이고 조그마한 소규모 점포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이러지 않나 하는 것이 화훼사업 종사자로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제발 정부가 우리의 절박한 생존권을 이해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