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천만원시대, 불확실한 대졸 청년층의 미래

등록금 천만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계속되어 온 높은 등록금 인상률은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많은 대학생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연간 등록금이 800만원을 넘는 대학이 50개나 되며, 이미 천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생들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이 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현실이 대학생들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키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득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 나아가 빈곤의 대물림이란 사회적 문제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는데 있다.

통계청의 201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이용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25세이상 35세미만 청년층들의 고용상황에 대해 분석한 결과 월평균 2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이들의 비율은 39%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임금근로자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47%였으며,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도 26%나 되었다. 이는 4년제 대학의 졸업장이 희망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충분한 보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청년들은 1년에 천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내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졸업장을 받아도 양질의 일자리는커녕, 일자리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 낮은 가구의 자녀들로 하여금 4년간의 대학교육을 선택하기 쉽지 않게 한다. 소득이 낮은 가구에게 1년에 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하지만 최근 등록금 대출을 통해 학생 스스로 대학을 졸업한 뒤 일자리를 통해 이를 갚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여 소득이 낮은 가구의 자녀들에게도 대학진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 그리고 높은 등록금은 이러한 선택조차도 쉽게 하지 못하도록 한다. 등록금이 높아질수록 미래에 갚아야 할 돈은 커진다. 대학 졸업 후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된다면 쉽게 등록금을 빌릴 수 있겠지만, 4년간 매년 천만원의 등록금을 들여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할 것이 예상된다면 신용불량 상태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불안은 소득이 낮은 가구의 자녀들로 하여금 쉽게 대학진학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의 경우, 저축해 놓은 돈을 통해 등록금을 해결할 수도 있고, 대출을 받더라도 이 후에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의 자녀에게 4년 동안 약 4천만원이나 되는 등록금 대출은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로 다가오게 된다.

특히, 대학 4년간의 생활비를 자신의 노동을 통해 충당해야 하는 이들의 경우, 같은 기간을 취업에 유리한 스펙쌓기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고용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의 불확실성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빈곤에 대한 위험이 아니라 신용불량이라는 아주 큰 위험에 대한 선택에 직면하도록 함으로써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의 자녀들이 대학을 선택하는데 있어 더욱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대학 졸업 후 불확실하고 불안정적인 고용상황에서의 높은 등록금은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수준의 양극화라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교육수준에 따른 평균 임금격차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감안할 경우 이는 나아가 빈곤의 대물림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가구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구의 자녀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더라도 4년제 대학교육을 선택함으로써 평균적으로 높은 임금의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지만, 가구소득이 낮은 가구의 자녀는 신용불량이라는 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선택해야 하게 될 경우, 이러한 현실은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와 함께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의 높은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등록금의 인하는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동시에, 소득이 낮은 가구로 하여금 낮은 비용 투입을 통해 대학진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대학졸업 후의 불확실성이 존재해도 대학교육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소득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나 빈곤의 대물림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발생을 억제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청년층 전체의 불확실하고 불안정적인 고용현실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의 불확실하고 불안정적인 고용현실은 대졸 청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므로 청년층들에게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고용할당제와 함께 점점 줄어드는 청년층 고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개발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