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는 결코 화풀이로 당겨서는 안 된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총기 사용’ 독려가 걱정된다 고상만l승인2011.05.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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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쏠 상황 여부 합리적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지 의문
총기 사용 이전 반드시 현장 상황 냉철하고 분명한 판단력 갖춰야
“인권단체와 함께 경찰의 총기 사용에 대해 주목할 것”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일 서울 관악경찰서 난우파출소에서 한 취객이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것이다. 결국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9일 개최된 지휘관 회의에서 "위급 상황에서는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강력 주문했다.

조 청장은 "경찰 관서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 취객이 있거나 조직폭력배를 제압하는 등 상황에서는 규정에 따라 과감하게 총기를 사용하라"며 더 나아가 "권총 등 장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직원은 퇴출시키겠다"고 까지 말했다.

이후 총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며 인권단체를 비롯한 적지 않은 국민들이 조 청장의 총기 사용 지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한 이유는 무엇이고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총기 사용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권운동가로서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신창원 사건으로 살펴본 '총기 남용의 추억'

1997년 1월, 강도치사죄로 부산교도소에 복역중이던 무기수 신창원이 탈옥했다. 그리고 경찰이 다시 그를 체포한 것은 무려 2년 6개월여가 지난 1999년 7월이었다. 이 기간, 경찰은 참으로 치욕적인 지탄을 감내해야 했다. 신창원이 전국 각지에서 모두 144차례나 강·절도 행각을 벌이는 동안 경찰은 무능했다. 아니, 무능을 넘어 신문과 방송으로부터 매일같이 조롱당했다.

그렇다보니 당시 경찰의 인사권은 신창원이 가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떠돌았다. 신창원이 출몰한 지역에서 그를 체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경찰서장과 파출소 근무 직원이 옷을 벗거나 좌천되는 등 파문이 일었고 심지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과 차장조차도 인사상 불이익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래서 경찰내에서 "제발 신창원이 우리 관할 지역에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말조차 떠도는 등 경찰의 처지는 말이 아니었다.

경찰청
조현오 경찰청장의 ‘적극적인 총기 사용’ 주문에 시민사회가 국민을 상대로 무기를 들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므로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2011년 경찰청 상반기 자체평가위원회를 갖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 화가 난 경찰이 선택한 해법이 바로 지금과 똑같은 '과감한 총기 사용'이었다. 그리고 이 '과감한' 총기 사용을 위해 경찰은 이전까지는 공포탄 두 발 발사 후 실탄 사용이었던 총기사용 수칙을 현재처럼 공포탄을 한 발로 줄이고 바로 실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정말 이 같은 '공격적' 총기사용으로 경찰은 신창원 검거에 성공하고 공권력의 권위를 확보했을까?

결론적으로 경찰의 기대와 달리 총기 사용은 신창원 검거에 있어 아무런 도움도, 그리고 긍정적인 의미도 거두지 못했다. 대신 이 같은 적극적인 총기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총기 사용수칙 개정 후 무려 10여 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죽거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 그것이다. 그중에는 범인 검거 과정에서 오발된 총알이 등교중인 여중생의 허벅지를 관통하거나 또는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던 남자 중학생이 등 뒤에서 쏜 경찰의 총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한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흉기를 들고 저항하거나 꼭 총기를 사용할 만한 다급한 사정이 있다고 보여지는 경우 역시 없었다. 대부분이 단순 절도범이었고 저항은 고사하고 이미 등을 돌려 도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어두운 밤에 도주하는 그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이유는 그가 혹시 신창원일지 모르고, 만약 그렇다면 신창원을 보고도 총을 사용하지 않을시 처벌하겠다는 경찰 지휘부의 압박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권단체가 지금, 조 청장의 총기사용 지시를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난우파출소 사건, 문제는 총이 아니라 '경찰의 판단력 부족'

조현오 청장은 문제 인식이 틀렸다. 이번 사건의 핵심을 흉기 난동자에게 경찰이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느냐, 아니냐는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잘못은 두 가지다. 첫째는 경찰이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9일 조현오 청장 스스로도 지적한 것처럼 경찰은 난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처 능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조 청장 조차도 "부하 직원은 칼을 든 사람과 싸우고 있는데 3단봉과 가스총을 갖고 있는 경찰관이 도망쳤다. 국민이 이런 경찰을 어떻게 믿겠나. 그런 사람들이 경찰관 제복을 입고 우리 조직에서 같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처럼 근본 문제는 잘 보고도 해법 제시는 엉뚱한 화풀이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답은 과감한 총기 사용이 아니라 사건 현장에서 접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적절한 '상황 판단력'과 이에 따른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이어야 한다.

지난 1998년 10월 21일. 이미 언급한 것처럼 당시 나는 신창원 검거를 이유로 급증한 총기 사용 과정에서 사람을 사망케 하거나 중상을 입힌 경찰관과 총기 사용을 적극 지시한 김세옥 당시 경찰청장에 대해 천주교 인권위, 인권운동사랑방, 민변 등 주요 인권단체 대표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이들을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및 권한 남용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서울지검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후 여러 언론 매체와 총기남용 관련 공청회 등에서 인터뷰와 토론에 참여했는데 그 당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역시 "지금과 같은 총기사용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답변은 하나였다. 과연 경찰이 총을 쏠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이성적이며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총기를 다루는 경찰이 총에 잘 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경찰도 인정한다. 이는 경찰이 훈련할 사격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한정된 사격 훈련조차도 고정 표적을 놓고 실시하고 있어 흥분해서 움직이는 범인을 상대로 경찰이 총기사용 수칙대로 대퇴부 이하를 조준 사격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하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총기 남용 논란이 빚어지는 사례를 분석해보면 출동한 경찰관이 극히 짧은 순간에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여 총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당황한 경찰이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총기사용 수칙마저 지키지 못한 채 총을 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나는 경찰 지휘부에게 지금까지 발생한 총기 남용 사례를 가지고 일선 경찰관끼리 그 적절성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해보도록 요구했다 .

그리고 실제로 지난 2004년 경찰청의 혁신단 회의 문서에서 이 같은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의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이번 난우파출소 사건에서 보여준 대처 능력을 통해 확인했다고 나는 본다.

경찰 총기 사용에 대한 불신... 잘못된 총기사용 사례 몇 가지만 봐도

물론 경찰 입장에서도 총기 사용은 달갑지 않은 문제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총기 사용, 그 자체는 불법도 아니다. 문제는 총기를 사용해야 할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과연 누가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있냐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경찰의 총기 남용 내지는 총기 범죄 사례를 따져보면 이 같은 불신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4·19 시위대에 대한 발포와 의령 우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승만 독재권력에 맞선 4·19 당시 경찰은 해서는 안 되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에 집단 발포하였고 결국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만약 4·19 시위가 이승만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실패했다면 경찰은 당시 총기 발포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했을까?

또한 경찰 총기 범죄 가운데 큰 사건 중 하나는 지난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에서 발생한 우 순경 사건이다. 당시 내연녀와의 다툼을 이유로 술에 만취한 의령경찰서 소속 우 순경이 마을 3곳을 밤새 돌아다니며 총과 수류탄을 난사, 주민 55명을 살해하고 35명에게 중경상을 입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총기 남용 내지 범죄 행위는 지금까지 심심찮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처럼 써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경찰이, 정말 꼭 필요한 어떤 상황에서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 2001년 8월 1일, 대전에서 발생한 세 모녀 인질 강도사건 과정에서 취한 경찰의 대응이 문제였다.

2001년 8월 1일, 대전의 한 식당에 강도가 침입했다. 뒤늦게 출근한 직원들에 의해 경찰에 신고가 되었고 이후 강도는 자신의 손에 칼을 동여맨 채 30대 초반인 엄마와 두 아이를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게 된다. 그런데 이 당시 출동한 경찰의 인질범 대응 태도가 논란이 되었다. 당시 KBS 9시 뉴스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된 이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의 입장은 그야말로 '황당스러움', 그 자체였다.

예를 들어 인질범이 아기 엄마의 목에 칼을 겨누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당시 경찰은 "해봐! 해봐!" 하며 인질범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당시 함께 인질로 잡혀 있다가 풀려난 식당 아주머니의 주장은 더 놀랍다. 신고를 받고 최초 출동한 경찰은 인질범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총에) 탄을 한 발 넣을까, 두 발 넣을까"라고 말하는가 하면 "야! 너 찌를 수 있어? 찌를려면 찔러봐, 찌르지도 못할 거면서 뭐 하냐. 인마!"라고 자극 하는 등 경찰의 황당한 대응에 분개했다.

결국 사건은 비극적으로 끝났다.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은 당시 칼을 동여맨 채 인질의 목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뒤로 다가가 각목으로 인질범의 손에 내려쳤으나 각목만 부러지고 제압은 실패했다. 그리고 흥분한 인질범이 끝내 마지막 저항 과정에서 인질인 아기 엄마의 목을 수차례 찔러 사망케했고 업고 있던 아기 역시 중상을 입어야 했다.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새천년민주당 함승희 국회의원은 보도자료까지 내며 경찰을 질타했다. 함 의원은 "경찰의 어설픈 진압으로 애기 엄마가 칼에 찔려 숨지고 등에 업힌 아이는 중상에 빠졌다"며 "칼을 동여맨 인질범의 제압 도구가 각목뿐이었을까? 살인을 한 인질범의 잔악성 보다 경찰의 엉성한 인질극 진압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 엉성한 진압이 한 사람의 목숨을, 그것도 두 아이 엄마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범인과 마주한 찰라, 총을 쏴? 아니면... '냉철한 판단력' 먼저 갖춰야

다시 말하지만 경찰이 총기를 굳이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 이전에 반드시 현장 상황에 대한 냉철하고 분명한 판단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정말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프로급의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국민은 요구한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 대해 일선 경찰관의 반발은 예상된다. "목숨이 오가는 극히 짧은 순간에 어떻게 다 합리적 필요성과 판단을 할 수 있겠냐?"며 "그것은 이상적인 요구이며 현실을 외면한 억지"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타자도 타석에 들어서면 불과 1초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그리고 성공적인 타격을 위해 그들은 부단히 훈련하고 또 노력한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이 사안에 대해 경찰이 엄격함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만 나열한다면 나는 차라리 절대 총을 쓰지 말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 1998년 경찰청장을 포함, 11명을 고발하자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면담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만난 당시 경찰청 고위간부는 총기 남용을 지적하는 인권단체의 견해에 동의한다며 차후 개선을 약속했다. 예를 들어 인파 다수 밀집 지역인 백화점, 병원, 극장, 도심과 시야가 어두운 야간이나 새벽에는 총기 사용을 금하도록 지침을 내리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면서 당시 그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총을 사용하여 문제가 야기된 직원을 보면 경찰로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총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며 "경찰이 워낙 많다보니 일일이 관리, 감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운전 면허증 제시 거부에 총 뽑았다면 믿을까

지난 1990년 10월 23일, 서울 서부경찰서 배아무개 순경(28)은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불법 좌회전한 택시를 적발했다. 그런데 적발된 택시기사 이아무개씨가 "한 번만 봐 달라"며 면허증 제시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자 경찰이 이씨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며 위협했다고 하여 큰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배 순경은 "택시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운행을 계속해 권총을 빼든 일은 있으나 차가 선 뒤 다시 총을 집어 넣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인 2001년 1월, 경기 성남시에서는 순찰차에 태워 달라는 취객에게 경찰이 실탄을 쏴 중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10년 후인 2011년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또 다른 불행한 총기 남용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까 경고하는 목소리에 경찰은 진지하게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방아쇠는 결코 화풀이로 당겨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에 힘을 주기 전, 이게 최선인지, 정말 확실한지 답할 수 없다면 방아쇠는 절대 당겨져서는 안 된다. 인권단체와 함께 경찰의 총기 사용에 대해 주목할 것이다.


고상만 객원기자

고상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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