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 가운데 정작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논란의 핵심은 검찰의 직업이기주의지만 검찰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또 다른 걸림돌인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파이기주의라는 생각이다.

먼저 ‘중수부 폐지’ 문제와 관련 정치권이 보여준 태도는 국민의 대표기관임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중수부 폐지를 합의를 발표하자 검찰이 자기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면서까지 태업을 하는가 하면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권력분립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태도로 입법권을 능멸하는 언사를 쏟아내고 있어도 정치권은 오히려 검찰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고 있다.

더구나 청와대에서 ‘중수부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자마자 한나라당은 태도를 바꾸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모습에서 거대 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슬픈 현실 앞에 국민의 기본권은 무너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타협안에 대하여도 반발을 하는 검찰에 대하여 대통령조차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며 질책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은 검찰은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검찰이 자기 밥그릇 챙기는데 연연하지 말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데 그러한 당당한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차기 검찰에 대하여 보험을 들어야 할 상황이 왔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찍소리를 못하는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공복인 검찰의 눈치를 보고 있는지 안타까움을 넘어 국민의 혈세만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 정치권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등에 업고 검찰개혁을 논의해 왔다. 그 중심에 검찰 권력의 축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 권력이 축소됐을 때 가장 좋아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과거에 권력을 가졌거나 지금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요, 지금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떨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검찰 권한의 축소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검찰은 합법적 인신구속력을 전제로 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권력기관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러한 권한을 합리적으로 사용했을 때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검찰의 권한이 권력형 부정부패에 철퇴를 가하고 억울한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데도 이를 오·남용하여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 등 불명예를 안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핵심과제가 검찰 권력의 축소이기도 하지만 검찰 권력의 ‘정치적 중립’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검찰의 개혁과 정치적 중립은 특정 정권이나 정파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는 절대적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검찰개혁을 정치문제로 변질시켜 모처럼 형성된 국민적 공감대를 사그라지게 하는 일은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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