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려고 읽는 책

책으로 보는 눈 146 최종규l승인2011.07.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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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바쁘기 때문에 끼니를 걸러도 되지 않습니다. 바쁘니까 하루에 한두 끼니만 먹는다든지, 밥때에 반 그릇만 먹어도 되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쁘기 때문에 잠을 안자도 된다든지 반만 자도 되지 않습니다. 내 몸을 살찌울 밥을 먹고, 내 몸을 쉴 잠을 자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책을 읽어야 합니다. 바쁘기 때문에 책읽기를 걸러도 되지 않습니다. 바쁘니까 한 해에 한 권을 사서 읽는다든지, 한 달에 한 권 가까스로 사서 읽는다든지, 아예 책이라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든지 해도 되지 않아요. 바쁘다 해서 내 마음과 넋을 살찌우는 책하고 등 돌릴 수 없어요. 바쁘니까 책을 읽습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밥을 굶어도 되거나 적게 먹어도 되지 않습니다. 돈이 많건 적건 배고프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가난하기에 잠을 적게 자야 하지 않습니다. 가난하대서 밤잠을 줄이거나 건너뛰어도 되지 않아요. 가난하니까 책 따위를 장만하는 데에 돈을 못 써도 되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마음밥을 안 먹어도 되지 않아요.

가난하기에 더 맛나게 밥을 먹어야 합니다. 가난하니까 더 달콤하게 밤잠을 즐겨야 합니다. 가난한 만큼 더 알차게 마음밥을 맞아들여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마음과 넋을 살찌우는 책을 장만하는 데에 품과 돈과 땀을 들여야 합니다.

1923년에 태어나 인천 화평동에서 수채그림을 그리며 마지막 삶을 빛내는 박정희 할머님 이야기가 담긴《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걷는돌,2011)가 새로 나왔습니다. 2000년에 처음 나왔으나 제대로 빛을 못 보고 스러졌는데, 새옷을 입고 한결 어여삐 태어났습니다.

새로 나온 책 머리말에 박정희 할머님은 “좋은 동화책을 찾아다니다가 구할 수가 없어 직접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 넣은〈육아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었다.”고 적습니다.

네 딸과 한 아들이 태어나 자란 자취를 곰곰이 되돌아보며 적바림한 육아일기는 아이들이 한글을 깨우치는 길잡이가 되기도 했고,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다섯 아이가 저희 어린 삶뿐 아니라 저희 새 아이들한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길동무가 되기도 합니다.

박정희 할머님은 당신 다섯 아이를 돌보며“유명한 사람,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즐기는 행복한 어른으로 크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입니다.

참 그렇습니다. 누구나 이름난 사람이 되거나 돈 잘 버는 사람이 되거나 힘센 사람이 될 까닭이 없어요. ‘어버이한테 효도하는 사람’이 될 까닭이나 ‘나라에 충성하는 사람’이나 ‘회사에 몸바치는 사람’이 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하며 아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동무와 이웃과 살붙이를 믿으며 어깨동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살아야 할 아이들이에요. ‘효도’하거나 ‘충성’하거나 ‘근면’한 삶은 자랑하는 책읽기입니다.

‘사랑’하고 ‘믿’으며 ‘나누’는 삶이 될 때에 비로소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책읽기예요. 착한 어버이가 착한 아이를 낳아 착한 책을 읽습니다.


최종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를 쓴 사람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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