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는 연대와 희망이다

사설 시민사회신문l승인2011.07.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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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노동자 정리해고 철회 요구 크레인 농성이 190일을 넘었다. 지난 9, 10일 김진숙 위원의 크레인 농성과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 185대를 타고온 전국의 1만여명의 시민들에게 경찰은 발암물질이 섞인 최루액 물대포를 쏘고 50여명을 연행했다. 이 물대포 진압으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이 실신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평화적인 집회를 가지려는 시민들을 향해 이처럼 군사작전 수행하듯 강경진압을 일삼은 경찰의 구시대적 행태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반인권적 진압을 지시하고 실행에 옮긴이가 누군지 반드시 가려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13일에는 심상정·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진 사태를 해결하라’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심 고문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정리해고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단식에 나선다”고 밝혔고, 노 고문은 “한진중공업 사태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단식을시작하며 정당과 시민사회가 릴레이로 동참하는 ‘1000인 희망단식단’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와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노조탄압이 계속되고 진보정당에 1만원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교사와 공무원들이 정치탄압을 당하고 있다”며 “한 여성노동자가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190일을 농성하도록 방치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10명도 이날 서울에 올라와 김 위원장과 함께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희망버스 운동에 참여한 김세균 교수는 버스안에서 열린 ‘정치학 강의’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태동한 이 희망버스 운동은 21세기 연대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한진중공업에서 노동자 투쟁이 격화된 원인은 노동자에게 있지 않다. 첫째 원인은 ‘돈을 벌어가지만 고용 같은 사회적 의무와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재벌의 탐욕과 파렴치함이다. 둘째 원인은 우리 사회에 그것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신규 수주 물량을 영도조선소에 주지 않고,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몰아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도조선소와 수빅조선소를 모두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 체제이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몰아주기가 사실이라면 요컨대 정리해고의 명분 쌓기를 위한 ‘조삼모사’에 불과한 기망 행위이므로 영도조선소 노동자의 해고는 위법이 된다. 그러나 이 조삼모사를 실제로 증명하고 제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진중공업이 보여주는 행태는 어떤 진실을 새삼 환기한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는 진실. 언제부터인가 ‘해외로 자본 철수 협박’ ‘고용 회피’ ‘조세피난처 통한 탈세’ ‘중소기업 쥐어짜기’ 따위는 이른바 ‘글로벌’하게 덩치가 커진 한국 기업들이 공유한 습속이 됐다. 지금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처한 상황이 언제든 우리 자신과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용역이란 탈을 쓴 청부 폭력이 난무하고, 시민의 자유로운 집회에 최류액을 쏟아 붓는 이 패악스런 사회에서 더 이상 민주주의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저항과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트위터가 민주적 언론을 대체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지탱하는 현 시국이 서글프기만 하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권력에 의해 농간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배터리 한 개로 위협받는 현실에서 트위터가 이를 지켜내리라고 믿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의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하고 싶어 185대의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달려간 1만여명의 희망버스는 연대와 희망의 상징이다. 아직 우리사회의 연대와 희망 의식이 살아있다는 증좌다. 트위터에 의지해 빼앗긴 언론의 자유,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소중함을 웅변해주고 있는 김지숙씨의 고공 농성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루액 물대포를 쏘고, 집회를 강제해산시킨다고 희망버스가, 연대와 희망의 움직임이 무너지지 않는다.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억누르고 무시할수록, ‘희망의 연대’는 더욱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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