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생리대 무상보급도 생각하자

사회적 약자 대변하는 여성복지의 첫 걸음 될 수도

최근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저서가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쪽에서는 정의에 목마른 사람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의의 기준이 부재하는 사회 속에서 이를 분명히 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라고 했다.

정의 신드롬의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존 롤스이다. 그는 자유의 평등한 분배와 동시에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 최소 수혜자의 입장을 개선시키는 입장에서만 가능하다는 차등원칙을 주장했다. 존 롤스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우는 윤리와 사상시간에 잠깐 접한 고등학생 필자도 무상 급식 등의 복지 정책이 중요한 정치적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배분적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무상급식은 선전 선동이라는 논란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 냈고, 각종 매체의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했다. 지금도 그 열기는 충분히 뜨겁다. 그렇다면 복지는 것은 과연 어느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포퓰리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실제로 복지는 부의 재분배의 측면에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아니,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이 그 범위라면 양극화가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자유시장체제에서,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나라에서 복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여성에 대한 각종 지원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솔직히 20년을 가까이 대한민국 여성으로 살아간 글쓴이는 딱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배려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물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신 부모님 세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여성 복지란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혜택을 받고 있는데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건가 의구심이 들기도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이는 여성 가족부에서 하는 업무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해당 부서는 그 목적에 맞게 일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식이 통용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정책까지 물고 늘어지는 꼴이 안쓰러워 봐 줄 수가 없다.

이래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물론 여성 발전 센터 같은 곳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복지라면 복지겠지. 그런 거 말고 좀 더 실질적인 것 말이다. 모두가 혜택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복지. 아무런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도 못하는데 욕먹는건 억울하니깐말이다.

고등학교에서 여성 용품의 무상 배급은 어떠한가. 여고에서는 갑작스런 상황에 생리대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여학생들의 모습은 비일비재하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친구들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어떤 여성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올바르지 못한 생리대 착용이 생물학적으로 불임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생리대 착용 같은 사소한 것 하나가 저출산율의 원인이 되고, 가족 해체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여성용품의 올바른 사용과 적절한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여성들은 이것을 복지의 영역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연히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또 지난 세월 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깐. 우린 당연히 누려할 많은 부분을 부담지고 살고 있다. 생리대도 그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었을 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이것을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시중보다 싼 가격으로 이것이 보급될 경우 집에 가져가서 사용할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것이 반대의 이유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그래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본 결과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되었다.

우선 배급의 범주에 대한 문제다. 전교단위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화장실과 보건실을 통한 것이다. 전자는 적절한 통제의 부재로 결국 양심의 가책 없이 남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후자는 혼란의 우려를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으나, 번거롭고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학급단위로 임원을 통해 수요를 파악하여 필요한 학생에게 적절히 보급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안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아울러 범주를 넓혀, 핫 팩과 같은 용품도 더불어 비치되어야 한다는 안도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경우에 따라 방과 후 학교, 자율학습이나 공휴일과 같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유상 구매를 해야할 때도 있는데, 이때 이용하는 자판기 판매 여성용품의 합리적 가격조정은 물론 제품의 질도 확실히 담보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위 대화들을 절대 오랜 시간이 걸려 도출된 것도 아니었고. 많은 수의 학생을 가지고 얻어낸 결과도 아니었다. 학생들이 이에 대해 평소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 이것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생리대 무상보급이 실시된다면 더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 우선 이것을 보급하는 회사 선정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이것을 추진한다면 분명히 투명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하다. 그렇지만 학교당국과 학생회, 그리고 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협의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이것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미래의 소비자가 될 학생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은 충분히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본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지원은 그 동안 위축 되었던 여성 복지의 문을 열어주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가치를 일깨워 줄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써 학생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며, 다양한 사회 참여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여성을 위시로 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국가 정책은 궁극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