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오판 ‘진흙탕’ 나락

편집인레터/ ‘MB 따라쟁이’ 오세훈의 말로 김주언l승인2011.08.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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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미달해/가실 때에는/등 밀어 퍼뜩 보내 드리오리다/강남에 우면산/진흙탕 물/아름 퍼서 가실 길에 뿌리 오리다/가시는 걸음걸음/놓인 뻘을/질퍽질퍽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아이들 밥 먹이기 싫어/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오리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뒤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5세 훈이에게 보내는 축시’이다. “아이들 밥 먹이는 데 시장직까지 걸고” 무리한 승부수를 펼쳤다가 패배를 자초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패러디다. ‘진달래 꽃’ 대신 ‘진흙탕 물’을 뿌리겠다는 ‘악감정’에는 오시장에 대한 누리꾼의 비난이 넘쳐 있다.

스스로의 덫에 걸리다

환경운동가로서, 방송진행자로서 참신한 면모를 보여 주었던 ‘정치인’ 오세훈은 자신이 처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그는 시민운동가 시절 개혁적인 면모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994년 MBC TV의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 진행을 맡으며 얼굴을 알렸다.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1996년부터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과 ‘시사저널’ 편집자문위원을 지냈고 1997년부터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환경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게다가 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와 시사토론 ‘오늘과 내일’ 사회를 맡으면서 훤칠한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지도를 높였다.

오시장이 정치입문을 위한 발판으로 시민운동을 택했는지 속내는 알 수 없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개혁적인 면모를 유지했다. 그는 당시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러브콜을 받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당을 택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정계특위 간사를 맡으면서 이른바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동료 의원들로부터 “너만 살려고 하느냐”는 원성을 받자 총선 불출마로 화답했다. 야인시절에는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으로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그러던 중 2006년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서울시장 인수위에 환경운동연합 간부들이 참여할 만큼 시민사회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대통령 불출마에 실소 자아내

이처럼 시민운동가로서의 개혁적 이미지를 유지했던 오시장이 나락으로 추락한 이유는 한마디로 ‘초심’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이라는 권좌에 올라 권력의 단 맛을 향유하면서 ‘대권욕’에 사로 잡혔다. 오죽하면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내년에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겠는가. 국민 누구도 그를 유력 대통령후보로 꼽지 않고 있는데도 뜬금없이 ‘대통령 불출마’를 들고 나와 실소를 자아냈다.

그는 서울시장을 발판으로 최고 권좌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을 롤 모델로 선정했다. 그래서 ‘이명박 따라하기’를 본격화했다. 환경운동가 출신임을 망각한 채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토건사업에 몰두했다. 청계천 복원을 따라한 한강 르네상스, 한반도 대운하의 새끼 운하인 경인 아라뱃길, 서울광장을 흉내낸 광화문 광장,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세빛둥둥섬이 그것이다. 겉만 번지르한 ‘디자인 서울’사업은 강을 파헤쳐 죽여 놓고도 시멘트에 녹색페인트를 칠하면서 ‘녹색 성장’이라고 부르짖는 이명박 대통령과 닮아 있다. 게다가 뜬금없이 광화문광장에 스노 보드대를 설치해 깜짝쇼를 펼치기도 했다. 일회성 이벤트에 수십억원을 들여 놓고도 서울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강변했다.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토건사업은 환경재앙을 부를 뿐이다. 시멘트 콘크리트를 뒤덮은 광화문 광장은 웬만한 비에도 물바다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에는 집중호우로 우면산이 무너져 18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서울시내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누리꾼은 ‘오세이돈’이 아라뱃길을 만들어 서울을 베네치아처럼 만든다더니 진짜 물바다로 만들었다고 비아냥댔다. 세빛둥둥섬은 한강물이 불어나면서 문을 닫아버려 ‘세금둥둥섬’이 되어버렸다. 환경운동가 출신 시장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보수 아이콘’으로도 부족

오시장의 ‘이명박 따라하기’는 시대에 역행하는 아둔함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누가 뭐래도 요즘의 화두는 복지이다. 복지는 ‘시대정신’이다. 보수원조인 한나라당도 내년 총선을 겨냥해 복지를 내세운다. 하다못해 차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박근혜의원조차 복지를 내건다. 그런데도 오시장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했다. 그는 초중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을 ‘망국적 유령인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아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게다가 이 전쟁에 시장직을 걸었다. “아이들이 밥을 먹지 못할 거라고 투덜거리면서 우는 건 봤지만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지 말자고 우는 어른은 본 적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오시장은 이번 기회에 ‘보수 아이콘’으로 우뚝 서 차차기 대선주자로 우뚝 서기를 바랬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시장 편을 들어준 것도 그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이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소망교회 등 대형 보수교회가 그의 편을 들어준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조차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들의 우상이 되었을 뿐이다.

오시장이 혼자 만들어 국민을 상대로 싸운 ‘오세훈 전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오직 오세훈뿐이다. 초심을 잃고 시대정신에 역행한 오시장의 정신연령을 따져본다면 다섯 살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섯살 훈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 이제 그의 앞에는 진흙탕이 깔려 있다. 그가 진흙탕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본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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