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공생발전.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집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친서민과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재벌때리기’에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오히려 여당의원들의 기세가 더욱 강경해 야당의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재벌구조의 폐해가 새삼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닐 진데,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분명 선거철이 다가오기는 오나보다.

수사적(rhetoric)으로야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대통령이야 진심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공생발전 하고 싶다 한들, 실제로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 내는 보수적인 공무원들과 특히 법 만들기에 있어서 최종적인 힘을 가진 친재벌 성향이 큰 국회의원들이 다수다 보니 청와대에서 아무리 그런 신호를 보낸다 할지라도 대통령의 뜻을 담은 정책과 법안이 나 올 리 만무하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대한 의원들과 관료들의 시각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공허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레임덕이라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30대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간단히 살펴보자. 국내 30대재벌의 자산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7년 55%→1997년 89%→2002년 53%→2010년 88%로 진행되고 있다. 매출액도 65%→83%→52%→81%로 진전되었고, 특히 범4대재벌(범삼성:삼성,CJ,신세계/범현대:현대기아차,현대중공업,현대,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범엘지: LG,GS,LS/SK)그룹의 자산비중도 21%→39%→35%→58%로 급증하고 있다.(김상조,2011). 또, 10년 동안 40대 민간기업 집단의 실질자산증가율은 2001년에 비해 연평균 12.3%씩 증가했고, 총수일가 출자지분이 20%이상인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평균적으로 55%가 낮았고, 순이익률도 연평균 1.5%나 높게 분석되었다(위평량·김우찬,2011).

이처럼 재벌로의 경제력집중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2001년 재도입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누더기가 되면서 2007년 3월 사실상 폐기되었고, 재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채택된 지주회사제도 도입과 그 제도의 완화, 금산분리제도의 완화,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전면적인 폐기, 제조업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하급거래에서의 불공정한 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의 개선에 대한 방해 또는 무관심, 대형유통업의 골목상권 진입에 대한 방관, 법인세의 인하 등등이 오늘의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을 입안하고 통과시킨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거수한 전·현직 관료들과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 나라에서 최고의 엘리트다. 따라서 이들이 이러한 부작용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와 같은 백면서생도 예견했고 인터넷의 많은 논객들도 오래전에 경고한 사안들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알면서도 위와 같은 정책과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켰을까하는 것이 궁금하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정책을 택해야 하는 것 때문인가? 아니면 정치는 상대방이 있고 이른바 종합예술(?)이기 때문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재벌들의 로비가 워낙 집요하고 치밀하여 대한민국의 입법,사법,행정 등 권력자들과 상층부가 재벌들에게 포획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로비라는 게 그냥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잖은가?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전경련의 로비문건과 정치인과 관료들의 뇌물수수 등에 관한 언론 보도, 퇴임 후의 물 좋은 자리로의 이동 등은 바로 그런 사실의 일부를 반증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돌이켜 볼 사람이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아버지라 불리고, 또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도덕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라 볼 수 있는 아담스미스다. 그는 결코 대자본을 두둔하지 않았고, 그들을 위한 자유 시장경제를 주창하지는 않았다. 그는 중상주의 정권과 상업자본의 나쁜 결탁과 특혜로 연결된 결과가 현대적 의미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부를 증가시키려면 이들에게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음을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가급적 높일 것을 주장하였고, 독점을 반대했으며, 특히 대자본의 이해는 항상 사회 일반적 이해와 대립되기 때문에 이러한 계급들이 제안하는 각종 법안에 대해서는 가장 의혹적인 주의를 가지고 장기간, 주의 깊게 검토한 이후에 정책으로 하거나 입법화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경제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일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 증가에 의한 국부 총량의 증가가 재벌 등 일부계층의 부 증가를 통한 국부 총량 증가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책입안과 입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엘리트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위평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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