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사회의 주요 트렌드의 하나로 ‘다문화 사회’가 자리 잡았다. 행정안전부의 ‘2011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조사결과’에 의하면, 2011년 1월 1일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1,265,006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2.5%를 차지하였고, 결혼이민자와 혼인귀화자 수는 외국인 주민의 16.7%인 211,458명이었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결혼이민자들은 영원한 이방인이다. 결혼이민자들은 자신의 가정에서조차 “외국인” 취급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창한 현지어”를 구사하는 남편과 자녀들은, “어눌한 현지어” 또는 “어딘지 어색한 발음”을 하는 아내와 엄마를 종종 외국인으로 대한다.

한국 내 결혼이민자의 사정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국제결혼 부부는 일반 한국인 부부와 마찬가지로 배우자 간 성격 차이, 경제적 문제, 남편의 음주 등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적·문화적 배경을 지닌 남녀의 문화·생활방식·가치관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고유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등 인권 침해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단체들이 ‘다문화가족 행복 만들기’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사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다문화가족이 별로 행복하지 못함을 뜻한다. 다문화가족의 갈등이 매우 심각하기에, 외부 사람들이 ‘다문화가족 행복 만들기’를 지원하는 것이다.

부부 갈등이 심각할 경우 이혼으로 귀결된다. 이혼은 가족 해체를 동반하여 자녀가 있는 경우 한 부모 가족을 만들어 내고, 당사자와 가족의 정신적 고통, 사회적 비용 등을 초래한다.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건수는 2000년 1,498건으로 전체 이혼건수의 1.3%를 차지했으나, 2009년 11,692건, 2010년 11,245건으로 급증하였다. 그것은 각각 같은 해 전체 이혼건수의 9.4%, 9.6%에 달했다. 2009년과 2010년의 연간 이혼건수는 2000년과 비교할 때 각각 6.8배, 6.5배 증가하였다. 결혼이민자 수의 증가율보다 이혼건수는 더 훨씬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결혼이민자의 이혼율은 일반 한국인보다 훨씬 높다. 더욱이 국제결혼 부부는 ‘협의 이혼’보다는 ‘재판을 통해 이혼’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2008년 통계를 보면, 한국인 전체 이혼 부부의 22.1%가 ‘재판에 의한 이혼’을 하였고, 77.9%는 ‘협의 이혼’을 하였지만,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 중 ‘재판에 의한 이혼’의 비율은 63.3%였고, ‘협의 이혼’은 36.7%였다. 김용현 서울가정법원장은 2011년 5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이혼 소송 가운데 여성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이 당사자인 사건이 전체 가사소송의 40%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 문제의 심각성을 잘 드러내준다.

결혼이민자 부부의 이혼 사유로는 ①국제결혼중개업체의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 제공, 경제적 거래에 기초한 결합 등 결혼과정 상의 문제, ②배우자나 그 외 가족의 모욕과 폭언, 신체적 폭력, 정신적 학대 등 외국인 여성 인권 침해, ③한국인 배우자가 여권, 외국인 등록증을 압류하거나 체류자격 연장이나 국적 취득에 협조하지 않는 등 체류자격을 둘러싼 갈등, ④결혼이민자의 사회적 관계를 둘러싼 갈등, ⑤결혼과정에 들어간 비용과 여성결혼이민자 친정에 대한 지원 등 경제적 갈등, ⑥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생활양식의 차이 등이 지적된다.

흔히 이민자가 한국사회 적응을 잘 할수록 안정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에 대한 연구 결과는 그 가설이 기각됨을 보여준다. 한국어능력 향상이나 취업이 이민자의 사회적 적응이나 경제적 성공을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결혼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월이 약이다.”라는 속담은 이민자의 한국사회 적응을 설명하는 데는 매우 유용하지만, 다문화가족의 행복을 설명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민자의 한국거주기간이 길수록 그의 결혼 만족도는 낮게 나타난다.

한국어에 능숙한 이민자가 더 높은 이혼 의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지만 사실이다. 부부 간의 의사소통은, 단순히 언어를 통한 의사 전달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바탕을 둔 감정의 공유를 뜻한다. 한국인의 이혼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혼한 한국인 부부의 대다수가 한국어로 원활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국제결혼부부의 이혼의 핵심 원인이 아님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와 관련하여, ‘국제결혼 가정 내에서 아내의 의사결정권한’이 높을수록 결혼 만족도 수준이 높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부부가 각각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여야 하는 바탕 위에 가정의 행복이 깃든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사회에서의 핵심가치이기도 하지만, 가정의 행복을 고취하기 위해서도 필수다.

설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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