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을 임진전쟁으로 바꿔?

시민운동2.0 이영일l승인2011.10.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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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동아시아사’가 정규 과목으로 신설된다고 한다. 이 과목에서 교학사와 천재교육출판사라는 곳에서 제작하고 국사편찬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이 검정한 교과서가 사용되는데 이 내용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주목을 끈다. '임진왜란'을 '임진전쟁'으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이 왜란(倭亂)의 '전쟁' 표기는 ‘‘조선과 일본, 명(明)이 7년간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명이 쇠망하고 청(淸)이 중국 대륙을 차지하는 등 동아시아의 판도 변화를 일으킨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는 학술 용어로 왜란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역사학계의 문제제기가 반영되었다 한다.

이임진전쟁의 표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신설 동아시아사에서는 임진전쟁으로 표기한다 하면서 기존 국사(한국사) 과목에서는 임진왜란을 그대로 사용한다 하는데 한쪽에서는 왜란으로, 한쪽에서는 전쟁으로 표기하면 학생들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시간이 가면 해결될 문제라 보는 것 같은데, 이는 역사의 재기술을현대의 재조명에 따른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임진왜란이라 명명했던 당시 세계관의 시각과 그에 따른 기술은 존중하지 않는듯한 느낌과아울러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고쳐 표기하는 것이 모두 타당하다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둘째, 임진전쟁의 표기가 학계에서 정식으로 논의되고 합의가 도출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알기로는 임진왜란의 표기를 두고 ‘7년전쟁’, ‘동아시아대전’등 다양한 표기가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 바, 해당 교과서를 집필한 학자가 사용하는 시각과 표기가 정식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차라리 임진전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합의점을 도출한 표기도 아닌 것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기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셋째, 일부 학자는 임진왜란이라는 표기가 조선의 피해의식과 적대감의 산물이고 ‘동아시아사'라는 과목 특성상 우리나라 시각이 담긴 표기(임진왜란)를 고집하여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에게 가르치는 동아시아사가 무슨 외국 교과서를 가지고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임진왜란이라는 표기가 조선의 피해의식의 표현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럼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도 조선의 피해의식의 발로인가? 병자호란은 병자년에 발생한 오랑캐와의 전쟁이라는 뜻이고 임진왜란은 임진년에 발생한 왜국과의 전쟁이라는 뜻이자 당대 표기의 방법으로 보인다. 일본의 국호가 7세기부터 등장하기는 하지만 고려말부터 조선까지 일본을 통칭하여 ‘왜(倭)라고 불렀던 것이 일반적이라고 본다면, 왜란이라는 표현이 왜인이 일으킨 난동이라고만 해석하여 적절하지 않다고만 할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임진왜란이라 명명했다는 것도 완벽한 논리성을 가졌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 보수우익은 아직도 임진왜란을 정명가도(征明假道)에 따른 정당한 출병을 통한 조선 정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구한말 일본의 침략이 조선을 위한 출병으로 미화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과 대한민국,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적 진실의 정리와, 미래지향적인 상호 동반자 관계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 과거사 규명과 일본 역사왜곡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임진왜란의 표기 하나를 가지고 우리 내부에서 합의되거나 정리되지도 않고 내부 교과서별 통일도 안된 상황에서 임진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역사 정립을 위해 시대에 부응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이런식으로 따지자면 세종대왕 시절 발명된 신기전(神機箭)도 현대적 시각에서 세계 최초 로켓엔진화살포로, 임진왜란때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비행기격인 비차(비거)도 무동력 유인 비행선으로 바꿔 불러야 하나? 임진왜란을 전쟁으로 불러야만 일본의 야만적 침략행위가 성립된다는 뜻인지, 역사학자가 아닌 필자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논란이다.


이영일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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