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특허 연계 예견된 피해,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라

시민운동2.0 권미란l승인2011.10.3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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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비준안에 대해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의약품의 품목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하기위한 약사법개정안이 10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었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제도하에서도 특허법 및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명된 의약품을 제조?수입하는 경우는 위법에 해당된다”며 현행제도와 허가-특허 연계 도입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하에서는 특허권 침해여부에 대해 식약청은 관여할 의무가 없고,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명되기 전’에 의약품을 제조,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엄청난 피해와 제도의 변화를 예고한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특허정보만 등재하면 후발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자동으로 막히기 때문에 특허권자에게 연계할 특허를 많이 만들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특허권자는 하나의 의약품에 대해 하나의 특허만 등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형을 바꾸거나 구조를 조금 변경하여 염(Salt), 수화물(Hydrate), 결정형(Crystal form), 광학이성질체 등에 새로운 특허를 받고 이를 계속 등재하여 연계되는 특허가 늘 살아있도록 하는 전략(이를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이라 함)을 궁리하게 되고, 이는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허가-특허 연계로 인해 이득을 본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초국적제약회사 GSK의 우울증치료제인 팍실(Paxil)과 똑같은 약을 캐나다 회사인 Apotex가 만들어 특허침해가 되지않는다고 주장하며 1998년 3월에 미국에 허가신청을 했다. 이에 GSK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여 Apotex는 자동으로 30개월간 허가정지를 받았다.

그리고 30개월이 거의 만료되는 2000년 11월 이후에 GSK는 추가적으로 9개의 특허를 등재했고, 제네릭의약품을 출시하려할 때마다 소송을 걸어 허가정지를 시킬 수 있었다. 결국 총 4차례 추가적인 침해소송을 통해 총 약 5년간 제네릭의약품이 허가되는 것을 지연시켰다. 특허권자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기만 하면 그 판결이 날 때까지 혹은 30개월간 제네릭의약품을 출시하지 못한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의 조사(2002년)에 따르면, 의약품 특허 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한 비율은 무려 73%나 된다. 이 가운데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56%,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이 46%이다. 한국의 경우, 2000년~2008년까지 유효약리성분(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의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소송에서 제네릭 의약품 발매 14개사가 오리지널 의약품 발매 제약사를 상대로 승소한 사건은 총 48건 중 37건으로 승소율이 77.1%이다.

즉,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되면 의약품특허가 무효인지 판결이 나기 전에 특허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제네릭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된다. 소송에서 약 80%의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이 나더라도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이 지연되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특허권자를 상대로 배상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제네릭의약품을 만드는 국내제약회사는 특허기간동안에는 소송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네릭의약품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고, 비싼 약값에 대한 부담은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즉, 전 국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특허권자는 제네릭의약품의 출시를 지연시키기 위해 특허소송에서 법원의 판결이 나기전에 보상을 해주고 합의를 유도하기도 한다(이를 ‘Pay-for-delay’ agreement라고 함). 미 연방무역위원회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월에서 2009년 9월사이에 ‘Pay-for-delay’는 보상없는 합의에 비해 평균 17개월 더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지연시켰다. 값싼 제네릭의약품을 사용할 기회를 막기 때문에 미 국민들은 연간 35억달러(약 4조)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Pay-for-delay’는 2007년에 14건, 2008년에 16건, 2009년에 19건, 2010년에 31건으로 점점 늘어났다. 미 행정부는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를 포함한 연방보건프로그램의 재정낭비를 막기 위해 올해 9월에 발표한 ‘경제성장과 적자감소를 위한 대통령계획’에 ‘pay for delay’금지를 포함했다.

허가-특허 연계는 한미 FTA 의약품/의료기기 협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비용·편익 비교 분석 결과 ‘단기적으로 국내제약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산업이 선진화된 산업구조로 재편되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이라는 추상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을 뿐이다.

의약품 가격과 건강보험재정 및 환자의 접근권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미국에서 허가-특허 연계로 인해 제네릭의약품 출시 지연, 이로 인한 연방보건재정 낭비 등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스란히 한국에서 재현하고 그 피해를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려고 한다.

청와대는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자 ‘더 이상 잃을게 없다’며 한미FTA를 10월내에 비준시키라고 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10월 31일에 약사법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하여 일방적으로 수순을 밟으려고 한다. 누가, 어느 정당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려는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허가-특허연계제도를 도입하기위한 약사법 개정안과 한미FTA비준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권미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권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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