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에게는 인권이 없다? 그건 아니지요”

고상만l승인2011.10.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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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조폭’ 인권 부정을 비판하다

인권 가치가 특수상황·조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
파출소 취객 난동 사건·매뉴얼 개정등 올해만 3번째 총기사용 주문

1998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당시 나는 서울중앙지검의 모 검사로부터 직접 고발인 조사를 받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소속 김승훈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인권단체 대표자 명의로 당시 경찰청장을 형사 고발한 사건의 고발인 대표 자격이었다. 요지는 경찰의 총기 남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경찰은 교도소에서 탈주한 신창원을 검문 과정에서 연이어 놓치면서 거센 국민적 비난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결국 선택한 방법이 당시에도 적극적인 ‘총기 사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청장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인권단체가 제기한 우려는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예상처럼 갖가지 총기 사고가 빈발했다. 특히 신창원 검거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경찰의 주장과 달리 총기 사용은 신창원 검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 검거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훈련되지 않은 경찰의 마구잡이 총기 사용으로 엉뚱한 피해자만 양산되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더 이상 안돼”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총기 남용의 최종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처벌해 달라고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런데 검찰로부터 의외로 연락이 참 빨리 왔다. 고발인 조사에 응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평소 조사는 검찰직 6급 계장이 하는데 이날은 ‘영광스럽게도’ 검사가 직접 고발인 조사를 하는 것 아닌가.

파격은 또 있었다. 물기 하나없는 건조한 어투로 통상 딱딱거리면서 고발인 조사를 하여 ‘이건 뭐 내가 고발한 사람인지, 아니면 고발당한 사람인지’ 불쾌하기가 한 두번이 아닌데 이날은 정말 달랐다. 놀라울 정도로 아주 공손한 말투에 커피, 쥬스 등 다양한 음료수까지 권하는 담당 검사의 친절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내심 “불친절하기만 해봐라. 여차직하면 한판 붙을테니?”라고 작심하고 들어선 스스로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니 ‘검찰도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순조롭게 조사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나를 격분케한 사건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마다 다른 인권의 기준?...친절한 검사의 반전 한마디

모든 사실 조사가 끝나고 이제 마지막 대목,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순서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참 친절한 검사가 느닷없이 “선생님이 나온 방송을 봤는데 오늘도 참 조리있게 말씀을 잘 하시네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조사를 앞둔 몇일전부터 몇몇 방송에 출연한 기억과 그 프로에서 경찰의 총기 남용과 관련한 토론을 한적이 있는데 아마 검사가 마침 이를 본 모양이었다.

그래서 물으니 당시 출연한 방송중에 개그맨 주병진씨가 진행하던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토론하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아하. 그래서 이렇게 친절 했구나” 싶었다. 물론 당시 검사가 원래 친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방송에서 본 사람을 보니 더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겠는가. 여하간 어찌되었든 그 덕분에 ‘지체 높은’ 검사로부터 싫지 않은 ‘특혜’를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없었다.

그때였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두어 발자욱 간격을 두고 자리한 검사실의 검찰 계장이 내지르는 호통 소리가 들려 온 것이다. 무슨 폭력 사건으로 구속된 것 같은데 호승줄과 수갑에 묶인 채 계장에게 조사를 받고 있던 소위 ‘잡범’을 향해서였다.

“그러니까 이 새끼야. 네가 먼저 때렸다는거야. 아니라는거야. 뭐라고 하는거야. 이 새끼야.”

순간, 나는 얼었다. 이게 뭐야. 물론 그 검찰계장의 반말은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조그마한 목소리로 반말과 존대어를 더러 섞어가며 말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신경은 거슬렸지만 딱히 문제 제기를 하기에는 좀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달라진 것이다. “어. 이건 아니잖아.” 싶었다.

더 놀라운 상황이 벌어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소위 ‘잡범’이 우물쭈물 변명을 대려고 하자 문제의 계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둘둘 말은 서류 뭉치를 들어 순식간에 잡범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치는 것이었다.

“야. 이 새끼야. 다 필요없고 넌 이제 끝났어. 새끼야. 어디 한번 감방에 들어가서 고생 한번 해봐라. 이 새끼야.”

기가 막혀 어이가 없어지려고 하는 순간 담당 검사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냐”는 재촉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꽤 오래 조사도 받았고 워낙 검사가 친절하게 모든 이야기를 다 적어주었으니 굳이 따로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서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네. 검사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다 적어주세요.”

뭘 무진장 길게 하려는 줄 알았나. 검사가 자세까지 추스렸을때 나 역시 입을 열었다.

“오늘 고발인 조사를 받으며 참 친절한 검사님 덕분에 좋았고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친절한 검사님께서 왜 바로 옆에서 검찰 계장이 피의자에게 욕설을 하고 머리를 내려치는 등 있을 수 없는 인권침해를 자행하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권운동가로서 이같은 상황을 대해 고발하지 않을 수 없고 ......”

처음 칭찬하는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열심히 적던 검사가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틈을 주지 않고 “어서 그대로 적으세요.”라고 검사를 다그쳤다. 그런데 반성과 사과를 기대했던 검사의 다음 말에 나는 더욱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선생님. 저희가 모든 분들에게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 잡범 수준의 형사사건 피의자에 대해서만 그렇게 하는거죠. 그러니 뒷 부분은 좀.....”
욕설하고 때린 계장보다 검사의 해명에 더욱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 한심한 검사의 해명을 두고 본격적인 논쟁으로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그때까지 피의자에게 심한 욕설과 서류 뭉치로 머리까지 내려치던 계장의 목소리가 나긋하게 귀를 울렸다.

“선생님. 이거 좀 보시고 맞나 확인해 주세요.”
인간 취급도 하지 않던 계장이 소위 ‘잡범’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면서 진술 조서를 건네주며 던진 어색한 말이었다. 쓴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조폭에게는 인권이 없다”는 조현오 청장님 그건 아니죠

인천에서 발생한 조폭의 난동에 조현오 경찰청장이 다시 한번 발끈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적극적인 총기 사용을 주문했다. 확인해 보니 조현오 청장이 총기 사용을 주문한 것이 올 들어서만 3번째라고 한다. 지난 5월 서울 난우파출소 취객 난동 사건을 계기로 적극적인 총기 사용을 주문했고 다시 올 8월, 인권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기사용 매뉴얼을 개정하여 재차 총기 사용을 주문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현오 청장의 적극적인 총기 사용 주문을 두고 외부의 반응도 그렇지만 경찰 내부의 반응도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조현오 청장이 제시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난우파출소 사건도 그렇고 이번 인천 조직폭력배 사건 역시 일어나서는 안되는 범죄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같은 공권력 경시와 강력 범죄 준동에 대해 경찰이 강력하게 대처하여 치안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경찰이 현장에서 제대로 상황에 맞는 조치와 준비를 충분히 다 한 것인지, 과연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점은 없었는지에 대한 자기 반성은 없고 오직 강력한 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아 벌어진 것처럼 주장만 거듭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조직폭력배의 범죄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이용하여 조현오 청장이 최근 행한 발언에 대해 인권운동가 입장에서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5일, 조현오 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조폭 문제를 다룰 때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며 “올해 말까지 경찰은 조폭과 전쟁을 하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불안한 치안을 걱정하는 이들 입장에서 들어보면 일견 치안총수로서 행한 이같은 발언이 ‘참 속 시원한 언행’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전율했다. 경찰청장의 발언이 이보다 더 위험하고 경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조폭은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조직폭력배가 싫다. 세상에 조폭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흔히 약한 자를 괴롭히고, 때리며, 핍박하는 이들 조직폭력배들이야말로 경찰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더불어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분명히 확인되어야 한다. 즉, 법치주의를 채택하는 문명국가답게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인권’ 역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역시 그렇다. 그런데 이 당연하고도 중요한 원칙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를 사실상 부정하겠다는 발언은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인권’의 가치가 어떤 특수한 상황, 조건에 따라 그때 그때 변하고 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일 수밖에 없다. 모든 독재의 논리가 그렇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박정희 독재권력이 자신의 영구 집권을 획책하기 위해 단행한 이른바 ‘유신의 불가피성’ 논리가 그랬다. 당시 박정희는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로서 대한민국이 가진 특수한 조건과 상황을 들어 이를 정당화했다. 즉,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는 맞지 않는 옷’이라며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독재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독재인 ‘유신’을 선언한 것이다. 세계 모든 독재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한편, 조현오 청장의 발언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조폭의 인권이 또 다른 우리의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왔다. 처음엔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를 숙청했다. 나는 둘 다 아니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다음엔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때는 이미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유명한 독백은 독일의 신학자이자 목사였던 마틴 니묄로가 쓴 ‘전쟁 책임 고백서’의 일부이다. 그는 히틀러 나치 정권의 전쟁을 막지 못한 잘못에 대해 고백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의 궁극적 목적도 이것이다. 강조하지만 나 역시 조폭이 싫다. 하지만 인권은 그 누구에게나 반드시 지켜져야할 그 ‘무엇’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권을 어떤 경우에는 싫다고 빼앗고 또 다른 때에는 기분 좋다고 주는 ‘그것’이 아니라 반드시 누구에게나 보장해 줘야할 절대적 원칙인 것이다. 그런데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같은 인권에 대해 “앞으로 조폭 문제를 다룰 때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좋다. 만약 그렇게 해서 정말 조현오 청장이 말한 것처럼 그것이 특단의 대책이 되어 조폭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치자. 그럼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다시 용산 철거민 사건이 벌어졌다고 하자. 그때 조 청장은 다시 “앞으로 철거민 문제를 다룰 때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뿐이겠는가. 그런 식의 접근이라면 경우의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앞으로 국가정책인 4대강이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등을 반대하는 문제를 다룰 때는...”, 또는 “앞으로 반값 등록금을 제기하거나 경찰의 불심검문에 불응하는 등의 문제를 다룰 때는...”등으로 경찰의 판단과 입장에서 누군가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조폭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인권 보장돼야

“너무 인권, 인권 하지 마세요. 인권도 가치가 있는 존재에게나 주는 것이지 그런 조폭들에게 무슨 인권? 전 경찰이 총을 쏘든 무엇을 해서라도 반드시 그 나쁜 조폭들을 다 소탕했으면 좋겠어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 이런 말로 화를 내는 분이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이같은 주장이 심심찮게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문명국가가 가야할 길이며 올바른 선택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조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일 뿐이다.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데 ‘인권 존중’으로 인해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과거 피의자를 무참히 구타했던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을 다시 하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13년 전, ‘잡범’을 상대로 한 반말과 구타에 대해 항의하자 “누구에게나 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니 문제가 없지 않냐”며 오히려 되묻던 당시 그 ‘착했던’ 검사의 순진한 미소가 끔찍한 기억으로 다시 살아나는 요즘이다.

강조하건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은 그 누구에게나 지켜져야 한다. 조폭이 예뻐서가 아니라 우리의 인권을 위해서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지켜져야 할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고상만 객원기자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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