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은 지역살리는 운동이자 대안운동”

조희연-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탐방(5) 요시다 유미코(吉田 由美子) 동경 생활클럽협동조합 조희연·이영채l승인2011.11.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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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안전성 문제 이슈로 시민정치참여하고 지역정치참여도 고민
전형적인 주부 시민으로서 아래로부터 성장한 여성리더십 전형 보여줘

한국의 사회운동은 80년대 이후 30여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해왔으며 수많은 단체들이 출현했다. 하지만 무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의 민중운동과 시민운동도 여러 지점에서 발전의 '병목지점'에 도달해 있으며, '전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일본의 사회운동은 대체로 '실패의 역사'로 한국에는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패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며, 실패의 역사라는 피상적 인식 이면에서 전개되어온 건강한 운동들은 정체기로 진입해가는 한국 사회운동 진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런 취지에서 한국의 사회운동을 전공하는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와 일본 사회운동을 전공하는 케이센대학교의 이영채 교수가 일본 사회운동의 중요한 전환점과 위기의 지점들에 대해서 성찰적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활동가나 학자 등을 두루 만나 연쇄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사카 노부토(사타가야 구청장), 가와사키 아끼라(피스보트 공동대표), 토리이 잇페이(노동운동가), 아하시 마사아키(학자), 요시다 유미코(생협운동 이사장), 우쯔미 아이코(평화운동가), 무토 이치요(신좌파 활동가), 우에무라 히데키(인권활동가) 등이다.

첫 순서는 지난 7월에 진행된 호사카 노부토 구청장과의 인터뷰이며, 편의상 두 교수의 질문은 구분하지 않고 '조희연+이영채(조+이)'로 통일했다.

이 인터뷰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프레시안과 함께 연재하는데, <시민사회신문>의 발행주기에 따라서, 2번의 인터뷰를 함께 싣는다. 편집자

생활클럽 생협은 일본의 생협 중에서도 가장 시민참가가 많고 시민참여형 지역정치를 실현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사장 요시다 유미코는 가정주부로서 처음 생협활동에 참여하여 지역반장, 도쿄남구지역 이사장을 거쳐 현재는 생활클럽 도쿄 이사장을 담당하고 있는 전형적인 시민출신형 여성리더이다. 지역공동체의 변화, 글로벌리즘과 신자유주의의 확산 그리고 3.11 대지진이후 격변하고 있는 일본사회 속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운동인 생협을 이끌어가 가고 있는 여성리더에게 그 현황에 대해서 의견을 들어보았다.

조+이 : 세계적인 생협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인데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생활클럽(세이가츠 그라부) 동경지부를 탐방해서 그 활동을 접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일본 생협은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부터 지역공동체의 포괄적인 삶의 영역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민운동이자 시민운동으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사장님은 '전형적인 주부 시민으로서 아래로부터 성장한 여성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시는 것 같은데, 개인소개와 함께 어떻게 생협에 관여하게 되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요시다 : 저는 평범한 주부로 생협에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동경출신이지만, 오랫동안 회사일로 지방에서 전근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동경에 부임했을 때, 이곳 세타가야구의 사택에서 살게 되었죠. 사택에 들어와 살고 있을 때 생협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초대를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생협활동에 가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뜻하지 않게 초대를 해주어서 참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생협에는 반장(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자료 및 정보를 계획적으로 공동구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연합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반은 생협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고 민주적인 참가와 자주운영, 연대를 만드는 공간으로 생활클럽은 규정하고 있다)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순번대로 조장을 하는 것입니다. 반장을 하던 중 제비뽑기를 해서 매 번 지부장을 선출하는데 우연히 제가 뽑혀버린 것입니다. 주부에서 시작해서 생협활동을 시작했다가 일종의 활동가가 되어버린 셈이지요.

활동 중에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셔서, 부이사장, 나아가 이사장까지 되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매번 자신의 직책이 올라갈 때 언제나 주저하기도 했지만 꼭 싫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직책을 맡게 될 때마다 새로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죠.

생활클럽 생협에 처음 가입했던 것이 20년 전이고요, 추첨, 즉 제비뽑기를 해서 당첨된 것이 95년 경이었습니다. 동경 생활클럽의 이사장을 맡기 전에는 동경 23구 중 남구지역 생활클럽의 지역 이사장을 했습니다. 이곳 동경전체 지역의 이사장을 맡은 지 5년째입니다.

소비자단체이면서 연합사업체 

생협 클럽 팜플릿.

조+이 : 생활클럽은 어떤 단체로 이해하면 될까요? 생협 중에서는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능하면 현재 조합원 수나 연간 예산 등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지요. 생협의 단어는 알고 있으면서 실제 그 구조에 대해서는 익숙치 않은데, 현지 생산자, 유통, 소비자로 이어지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시죠.

요시다 : 생활클럽 도쿄의 경우, 전체 예산은 약200억엔 규모입니다. 총매출액은 이것과는 다릅니다. 전체 예산중에서 26%가 소요경비입니다. 전조합원은 약35만 명이고 동경지부는 약 7만명 정도입니다.

생활클럽은 일종의 소비자단체이면서도 연합사업체입니다. 상근직원들이 기본적으로 실무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는 연합소비위원회라는 조직에서 결정합니다. 조합조직이므로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취급물품에 대해서도 연합소비위원회 내에는 각 담당위원회가 있어서 거기서 결정합니다. 상품의 물류유통의 경우는 관련단체들인 생활클럽 연합회라는 조직에서 담당합니다.

각 지역단위, 즉 저희들은 ○○단이라고 부르는데, 각 단별로 이사회가 따로 있습니다. 물론 조합조직의 형태입니다. 그래서 각 단 별로 책임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단내에서도 매일매일의 운영에 대해서는 단 내의 각 각의 위원회 및 현장단위에서 책임을 집니다. 기본적으로 조합원이 주인인 조합조직이므로, 각 단 내부의 현장 조합원들과 그 조직의 대표들간의 의사결정을 통해서 거대한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이 : 2002년 기준으로 일본에는 약 650여개의 생협이 있고, 그 조합원수가 2천20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전체인구가 1억2700만 내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 17-18%에 이르는 사람들이 생협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일본생협의 발전에는 역사적으로 어떤 요인들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요시다 : 일본 생협의 전체 역사를 설명 드리기에는 제가 너무 경험이 없고요. 생활클럽에 한해서만 말씀드리자면, 약45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1965년에 생활클럽이 처음 출발했고, 그 배경은 우유의 공동구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우유공급은 기업이 독점하고 있었는데, 주민들의 공동구매를 통해 기업의 독점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값싼 우유를 공급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우유의 공동구매를 주장했던 창설자는 처음부터 우유를 선정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냥 결집을 해서 전품목의 공동구매를 하는 운동을 촉발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공동구매 운동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특정한 품목의 선정과 공동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중요한 우유를 설정했고, 우유공동 구매운동을 통해서 소비구매시스템 전반을 함께 바꾸자고 한 것이지요. 이 운동이 이곳 세타가야구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생활클럽은 생활공간으로서의 시민들의 지역운동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죠.

생산자와 한번 계약하면 오래간다

요시다 유미코.
조+이 : 동경 생활클럽은 생협 중에서도 조합원과 시민들에게 밀접해 있다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요. 다른 생협과 비교하여 두드러진 특징이나 차이는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시다 : 세이카츠 그라브(생활클럽) 생협은 소속 조합원이 만드는 물품을 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조합원의 오리지널한 품목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생협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제휴를 중시하지요. 그런데 생산자들이 꼭 좋은 품목만을 제공하고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자가 생산을 할 때, 그 생산물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저희는 바로 거래를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해당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것의 개선을 요구하지요. 개선을 요구하면서 그 생산자의 관계를 계속 유지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생산자가 새로운 물품을 생산할 수 있기 위해서도 소비자들이 공동구매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지요. 한 번 계약을 하면 그 생산자와는 아주 오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생협활동의 중요한 정신입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지요. 히라타 목장(1953년, 야마가타현 히라타 마을(日平田町)에서 지역 청년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양돈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돼지고기로 소시지를 만드는 곳이지요. 그 곳은 나중에 알았지만, 소시지에 방부제를 썼고 돼지의 먹이로 인공적인 풀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조합원들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시지를 구매하고 싶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런 소비자의 목소리를 히라타 목장에 전달했지요. 그리고 저희와 함께 한 번 실험을 해보고 제안했습니다.
 
당시는 냉장차가 없는 상태에서 방부제 없는 소시지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지만 함께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시지는 썩지는 않았지만 조금 부풀어 오른 정도의 상태로 납품되었습니다. 약간 부풀어 오른 물품을 납품한 히라타 목장은 거래가 중지될 까봐 그런 물품의 납품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조합원들이 집회를 통해서, 거래 중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소시지가 부풀어 올라왔는지, 그리고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 토론했습니다. 그 결과 방부제 없이 그리고 부풀지 않는 소시지가 마침내 히라타 목장을 통해서 생산되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생활클럽은 히라타 목장의 소시지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생협의 시민정치활동과 지역정치에 대한 개입은?

조+이 : 생활클럽은 생협활동을 통해 시민정치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생활클럽이 추천하는 후보를 당선시켜 정치적 개입을 해 나가는 네트워크로도 기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활클럽의 시민정치 활동에 대해서 그 배경을 소개해 주시지요. 특히 생활클럽 가나가와 지역의 시민정치활동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시다 : 생활클럽은 정치적 개입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현재 생협이 지원하고 추천한 지역 의회의원이 전국적으로 약 60명 정도 됩니다. 생협의 정치활동과 관련해서는 ‘생활자 네크워크’(도쿄도에서 활동하는 지역정당, 정치단체. 생활클럽 생협의 대리운동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1977년 도쿄 네리마 지역에서 결성된 이후 확대되어와 왔다.

의원 입후보에는 로테이션제도와 3기 한정제로 특권화를 방지하고 있으나, 탈퇴하여 독자적으로 출마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가나가와 지역네트의 방침을 준수하고 있다.)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생협법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생활클럽이 직접 정치활동에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조직이 ‘생활자 네트워크’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생협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의 시민정치활동이 가장 활발한 것은 생활클럽 가나가와 지역네트(가나가와현의 지역운동단체. 1980년 생활클럽 조합원을 중심으로 [합성세제추방 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의 제정 및 청구활동이 그 배경이다. 가나가와현 내에 20여명의 의원이 활동 중. 2기한정제)입니다.

지역정치에 생협이 개입하게 된 것은 생협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문제의식이 생기기 때문이죠. 물론 사람에 따라 정치에 개입하게 되는 계기는 다른데, 예를 들면 비누운동(1977년5월 교토부근의 비와호수의 담수적조현상 및 아이들의 피부병이 합성세제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었고, 78년에 주부층을 중심으로 합성세제 추방운동이 전개됨. 80년7월에 가정용 합성세제의 사용 및 판매 금지 등을 명문화한 비와호조례가 제정되었다. 이후 도쿄 및 전국에서 합성세제 추방 및 비누사용 운동이 전개되었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생협의 시민정치 참여에는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생협은 물품의 공동구매를 기본적으로 하는 조직이지만, 결국 공동구매도 국가정책이나 지역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는 자각이 지역에서의 정치참여를 고민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협조직의 특성에 기인하겠지만, 이들 시민참여 의원들의 거의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시대 생협의 의미

조희연·이영채 교수와 인터뷰 하는 요시다 유미코.

조+이
: 세계화 시대는 생협에게도 여러 측면에서 도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글로벌 대기업의 영향력이 일반 시민의 일상적 삶에도 들어오고 있는데, 어떤 도전들이 있는지요.

요시다 : 아주 많습니다. 매우 위협적이지요. 글로벌 기업들이 생협의 이미미와 콘덴츠를 모방하고 자기 식으로 전유·활용합니다. 생협적 가치를 대기업이 자사의 광고에 활용한다거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지요. 때로 생산자들의 사진을 붙여놓는 등 그동안 생활클럽이 아래로부터 만들어온 것을 자본이 상업적으로 전유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은 표면적이고 모방이지만요. 예컨대 트레이스빌리티(traceability, 물품의 생산과정, 유통과정, 소비 및 폐기과정까지 추적이 가능한 유통상황을 의미)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원재료부터 생산 유통까지 투명하고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온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트레이스빌리티라는 말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개념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용없이 혼자 걸어다니는 것과 같은 현상이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홍보전략이 오히려 중요해지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합원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해서 알리는 것이 우리 생협의 장점이었는데, 이제는 대기업 광고와 경쟁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시장과 기업이 우리의 가치와 지향을 전유해버리게 될 때, 우리는 더욱 앞으로 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못하는 위기 속에 있습니다. 생협은 생산자 및 환경친화적인 생산을 지향합니다.

그런데 대자본은 싼 가격으로 그 영역으로 파고듭니다. 우리의 가치와 가격경쟁력을 모두 갖춘 대기업의 진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사회운동도 그러하겠지만, 기업과 시장, 자본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것, 그리고 우리의 고유한 장점과 특징을 전유하고 차용할 때, 우리들은 위기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조+이 : 생협은 자본주의적 유통구조에 대항하기 위한 대안적 유통운동인데, 자본주의적 시장유통에 편승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비판도 제기되는데요.

요시다 : 사실 생협 물품이 일반 유통회사의 물품보다 조금 비쌉니다. 그래서 현재의 가격구조가 조합원들에게 동의를 얻고 있지 않으면 구매자체가 유지될 수가 없지요. 생협의 물품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대형유통회사의 싼 상품에 비해서 정당한 가격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죠. 저희는 생협 물품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러한 이해를 통해서 생협활동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협물품의 가격은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적정가격이 필요하니까요.

조+이 : 일본의 생협의 경험에 비추어 '후발생협'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생협운동에 제언이 있다면 한마디 해주시죠.

요시다 : 제안할 것은 따로 없고요. 오히려 한국의 생협법 및 사회운동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국의 운동이 역동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요. 일본 생협에 비해서, 한국의 생협이 늦게 만들어져서 오히려 진일보한 요소도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생협이 일본사회 내에서 특정한 주도적인 위치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일개 사업체에 불과하지요.
 
한국 생협법은 생협이 한국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것은 생협운동에서 보면 매우 진일보한 것이고 대단한 것입니다. 생협법 속에서 공공건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것은 대단히 좋은 조항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는 생협의 이름으로 시나 구의 공간을 빌릴 수가 없습니다. 비영리단체 등록도 안되고요. 심지어 생협이 영리단체가 아님에도 행사에 오는 사람들을 단체 회원으로 가입시키려하니까 영리단체로 간주된답니다.
 
한국의 생협이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사회적 위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지속되어서 한국이 생협 선진국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일본 생협운동의 간단한 역사
 
일본의 생협은 제2차 대전 이후인 종전 직후부터 대중적으로 폭넓게 발전한 대표적인 지역운동의 사례이다. 일본 생협은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구분이 가능한데 역사적 접근에 따라 구분하면, 2차 대전에서의 패전 직후는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전개된 일종의 '빈곤극복형' 생협 혹은 '생활방위형 생협' 운동이 전개되었다. 생필품이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식량을 확보하려는 주민들의 노력 속에서 전후 생협이 탄생하고 확산되었던 것이다. 47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6,503개, 조합원은 297만명에 이르렀다.
 
이후 냉전의 격화 속에서 미 점령군의 민주화조치의 중단, 한국전쟁 및 좌익탄압의 영향으로 노동자와 일반국민의 권리가 눈에 띄게 축소되고, 공동체 생활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탄생한 노동자들의 자구적인 생협을 '지역노동자형 생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출현하여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던 형태이기도 하다.

1951년에는 일본공산당 소속의 단체를 중심으로 '일본 생협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제2단계 생협의 붐이 노동자생협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공산당 주도의 관료적 방식에 반발이 일어나면서 생협운동은 새로운 분화 혹은 분열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공산당 중심의 노동자 생협운동의 한계는 이후 지역시민이 주도하는 제3단계의 시민 주도형 생협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주도형, 주민밀착형 생협이라고 불리는 이들 생협의 대표적인 형태로는 생활클럽생협, 수도권 COOP, 그린 COOP(녹색생협) 등이 있다고 하겠다.

이영채 <일본의 사회운동>-생협운동의 역사와 현황
<인터뷰 진행자>


조희연 교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 현재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학술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 역임. 저서로는 <한국의 국가 민주주의 정치변동>,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빈곤과 계로>, <박정희와 개발독재체제>, <동원된 근대화> 등이 있다.






이영채 교수

일본 케이센대학교(惠泉女學院大學校) 국제사회학과 교수. 케이오대 및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일본 PARC(아시아태평 자료조사센터) 연구원 및 현장잡지 [노동정보]편집위원 역임, 야스쿠니 반대 동아시아 촛불행동 일본실행위 사무국장. <참세상>에 일본사회운동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일본의 노동현장 잡지 [노동정보]에 한국의 사회운동의 글을 연재하는 등 한일시민/민중연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初恋」からノムヒョンの死まで』(梨の木舎), 『なるほど!これが韓国か--名言・流行語・造語で知る現代史』(朝日新聞社),『IRISで分かる朝鮮半島の危機』(朝日新聞社) 등이 있다.


조희연·이영채 교수

조희연·이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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