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학생은 단정하고 깔끔해야 한다면서 남학생은 “짧은 스포츠형 머리”, 여학생은 “귀 밑 3cm를 넘지 않는 단발머리”를 ‘모범답안’으로 삼아, 답안에 맞지 않으면 남학생들의 경우 머리 위에 ‘고속도로’를 만들고,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좌우 비대칭’ 머리를 만들어주셨으니 이런 차세대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곳이 다름 아닌 ‘학교’이다.
요즈음에는 두발단속 규정에서 머리길이가 조금 길어졌다고 두발단속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설득’ 해보려고 하지만 역시나 교문 앞에서는 자로 두발의 길이를 재고, 길이가 길다고 체벌을 하거나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교사가 미용사로 돌변하여 학생의 머리카락을 휘릭 잘라 버리는 웃지 못할 풍경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필자 역시도 좌우 비대칭 머리를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본 ‘저항의 역사’가 있다. 아직도 긴 머리카락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세한 방법을 소개할 수는 없으나 계속 되는 두발단속 앞에 이러한 소극적 저항은 결국 머리카락을 자르는 결말로 비극적인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교문 앞에서 잘려나가고 있는 머리카락은 한 인간으로서 그 사람의 인권과 인격이 잘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발자유라는 것은 단순히 ‘기르고 싶은 머리를 기르게 해 달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그리고 늘 ‘덜’ 성숙한 존재로 규정되어 있는 청소년들이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와 인격&인권을 존중받고 보장받게 해달라는 큰 외침이고 요구인 것이다.
실제로 두발자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판단력과 자기 통제력이 미숙한 청소년이 두발 자유화가 될 경우 그것이 비행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교육적 차원에서 두발단속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학생으로서 단정해 보이고 깔끔해 보이기 때문에 두발을 자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을 ‘어른’들의 시선 속에 가두고 단정치 못하다고 해서 신체의 일부분인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를 언제까지 ‘교육적’ 차원이라고 말할 것인가. 두발단속은 교육적인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갖는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침해하는 것이다.
2007년 오늘의 학교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장발단속’을 하던 그 때 그 시절과 전혀 다르지 않다. 어른들에게는 억압이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그 억압은 청소년들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이 땅의 청소년들은 ‘머리’와 싸울 일이 참 많다. 하라는 공부도 해야 하고, 머리카락도 기르고 싶고. 아~ 서글픈 이 땅의 청소년들이여. 참, 혹시 긴 머리를 숨기는 방법이 필요한 청소년은 개인적으로 연락주세요! 016-2××-6××0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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