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불능?… 타살가능성에 방점을 찍어라"

서평 <그날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은우l승인2011.12.0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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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지음/ 책으로 여는 세상 펴냄(11,500원)
삼성 장군인 아버지 김척, 그 아버지가 걸어왔던 길이 너무나 존경스러워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육군사관학교를 자원했던 아들 김훈. 그 누가 봐도 자살로 인생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던, 바르고 밝은 성격의 김훈 중위가 JSA(공동경비구역)에 부임한지 두 달도 안된 상황에서 자살로 돌아왔다.

군수사관이 사건현장에 도착한 것은 2시간 반이 지났지만 이미 언론에까지 자살로 보도된 상태였다. 사건직후 자살이란 결론은 어떻게 지어진 것일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인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국방부는 김훈 중위의 죽음을 자살로 발표하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느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약 두 달 뒤인 1998년 4월 29일, 미 범죄수사단과 한국군 1군단 헌병대 수사팀은 김훈 중위 유가족과 국방부 관계자, 기자단이 참관한 가운데 1군단 헌병대 사무실에서 ‘김훈 중위는 자살했다. 다만 그 동기는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으나 부대원들의 알리바이는 모두 확인되었다’, 자살 방법으로는 ‘김훈 중위가 오른손으로 오른쪽 관자놀이에 자신에게 지급된 권총을 밀착시킨 뒤, 왼손을 이마 앞으로 뻗어 권총을 감싼 채 스스로 발사했다’는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겼다는 김훈 중위의 오른손에서는 화약흔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자살한 자세로는 보기 힘든 불안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김훈 중위는 누워있었다.

유가족은 당연히 반발했다. 김훈 중위의 동생은 1998년 5월 15일, 천주교인권위원회로 찾아왔고 천주교인권위에서 함께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천주교인권위 상임활동가가 바로 이 책 지은이 고상만이었다. 유족과, 인권운동가인 지은이는 김훈 중위가 자살했다는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조목조목 의혹을 제기하며 국방부의 타당한 설명을 요구하지만 국방부는 그때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과 거짓말로 유족과 인권단체를 농락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진상규명불능. 사건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날 공동경비구역...>은 한 청년 장교의 죽음, 나아가 한 해 백여 건 이상 벌어지는 군 의문사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만큼 지은이 고상만은 예리한 판단력과 추리력으로, 그리고 철저하리만치 논리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김훈 중위가 자살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국방부의 해명이 오류임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지은이는 마치 노련한 수사관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민첩하게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는데, 자살임을 주장하는 국방부를 향해 적절한 시점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국방부의 모순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훈 중위 사망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은 군 의문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군대 내 사망 사건을 대하고 처리하는 국방부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정작 김훈 중위 사건 자체는 아직까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누구라도 김훈 중위가 자살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자살하지 않았다는, 즉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증거와 정황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절대로 건강한 사람은 자살하지 않기 때문에 명백한 자살 증거가 없다면 군에서 사망할 시에는 무조건 국가 유공자로 대우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떤가.

이 사건은 그 어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의무를 다했는데도 국가가 그 가족이 어떻게 떠났는지를 알리지 않는다면 그건 국가의 정당한 의무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년 동안 김훈 중위 사망사건에 얽힌, 분명히 보이지만 밝혀지지 않는 죽음의 진실. 그 어디에서도 타살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써내려간 수사보고서는 없다. 김훈 중위 사건은 다시 원점에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군사기밀이란 이유로 꽁꽁 숨겨두었다가 먼 훗날에야 왜곡된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정말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김훈 중위뿐 아니라 수많은 젊은이들의 넋을 위로할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잊어버려지는 것, ‘망각!’... 그것이 두렵다고. 부디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청년 장교 김훈을 잊지 말아달라고.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야 싸움은 계속 된다. 정의를 위한 이 싸움이 계속되어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산다.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나라가 남의 나라가 아닌 내 나라가 된다. 내 가슴속 그래도 조금은 아름다운 내 나라말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가슴에는 분노를 안고 손에는 땀을 쥔 채,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그리고 마지막 한 글자를 모두 읽어 치울 때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혹시나, 그래도’라는, 정의는 살아 있으리라는 미친 듯한 기대감으로.


은우 기자

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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