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투표참여와 과소대표 문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최근 충남대 특강에서 20대의 80%가 투표하면 대한민국은 바뀐다며 20대에게 선거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KBS 2TV <호루라기>의 진행자인 김남훈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20대 투표율이 80%가 넘으면 국회에서 난투극이 일어날 거야.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급여 지급하자고 여야가 먼저 입법하겠다고 철야농성할걸. 누구를 찍든 간에 여러분 문제 해결의 시작은 투표임을 명심하세요!”라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선거인 수로 보면 20대 유권자 비율이 20%에 육박하지만 투표율 자체가 현저히 낮아 정치권에서는 젊은 층의 의사 반영에 지금까지 소홀해왔다는 점에서 20대의 투표 참여율이 가파르게 높아진다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어떠한 사회경제적 계층이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투표 참여보다는 바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를 가지는 것이다.

만 25세 이상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피선거권을 감안한다하더라도 18대 국회의 경우 20대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제헌국회부터 현 18대까지 총 4천534명 의원 중 16명으로 0.4퍼센트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인 8명이 제헌(3명), 2대(5명)때이며, 현 제6공화국 헌법 하에서 치르진 13대 이후에는 13대 때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지방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제1회부터 제5회 다섯 차례 동시 선거 결과를 보면, 광역의원 3천836명 중 20대는 11명으로 0.3퍼센트 수준이며, 이마저도 제1회 때 9명을 제외하면 제2회와 지금 제5회는 전무하다. 제3회 및 제 4회 각각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의원 경우 1만7천291명 중 20대는 현 제5회 10명을 포함해 총 73명으로 0.4퍼센트다. 결국 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3천948명 중에서 20대는 기초의원 10명이 전부다.

피선거권의 평등, 출마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정치적 영역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조직화된 정당을 매개로 하는 거의 배타적인 과정일 뿐 아니라 공천을 포함한 선거 과정에서 여전히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도 인기와 인지도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20대가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권에 20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 역시 분출되고 있으나 결국 그 20대 역시 우리가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젊은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알려진 유명인일 것이고, 그러한 20대 한 두 명이 정당의 필요에 의해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공천되어 당선된다고 해서 심각한 과소 대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안은 연령과 성을 고려한 추첨을 통한 대표자 충원이다. 국회와 지방의회를 일시에 선거 대신 추첨으로 바꾸기에 현실적인 제약과 반발을 고려한다면, 비례대표 의원을 대폭 확충하고 지금처럼 정당에서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번호를 부여한 비례대표 후보들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당선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성과 연령을 반영한 추첨을 통해서 충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로 선출된 의회에서 부족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기존 엘리트들의 경쟁에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어원 그대로 자기 스스로 통치하는 체제를 진정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선거가 정치 참여의 전부가 아니며, 선거 참여만으로 주인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개혁 ? 진보세력이라고 자처하는 범야권 진영부터 평소 크게 외치는 ‘깨어있는 시민’이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우리 시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 건설적인 고민을 해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