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서서 생명력의 북소리 듣다

강상헌의 한자숲 노닐기-겨울 동(冬) 강상헌l승인2011.1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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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하로(冬扇夏爐)·동빙가절(冬氷可折)·작호도(鵲虎圖)···
봄을 갈구하는 마음 빼곡

대표적인 세화(歲畵) 장르인 까치호랑이 그림. 겨울에 따뜻한 봄과 새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세화는 민화(民話)의 대표 격으로 대중의 마음이 유머와 함께 담겼다.
춥지요. 겨울은 어두운 이미지를 드리웁니다. 고난의 암울(暗鬱)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상징(象徵) 중 하나지요.

영국 시인 퍼시 셸리(1792~1822)의 ‘겨울이 오면 어찌 봄이 멀 것이랴?’(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라는 시 구절도 겨울의 이런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손꼽아 봄을 기다릴 만큼 겨울은 춥지요.

겨울 동(冬)자에도 이런 뜻이 담겼네요. 뜻 요소[형(形)]와 소리 요소[성(聲)]의 합체인 형성문자의 대표적인 글자입니다. 이수변(冫)이 얼음의 뜻을, 종(夂)자가 소리를 만듭니다. 발[지(止)]을 뒤집은 모양으로 뒤로 가거나 내려간다는 의미를 가진 夂자 또한 어두운 느낌을 보탭니다.

사계절 중 성품이 가장 강한 계절입니다. 맞서기 어려운 겨울의 위력(威力)을 의인화(擬人化)한 동장군(冬將軍)이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지요.

문자고고학에서는 이 글자가 청동기 금문(金文)에서 비로소 등장한 것으로 봅니다. 금문에는 태양 즉 일(日)과 夂의 합체로 나타납니다. 옛날의 다른 글자 형태(고문 古文)도 夂이 해를 가리는 모양을 보입니다.

夂자를 끝 종(終)자의 원 글자로, ‘실[사(絲)]의 끝’이라고 새기기도 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인 겨울이라는 것이지요. 나중에 전문(篆文)에 이르러 얼음이나 춥다는 생각이 작용해 동(冬)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夂과 冫(仌)의 뜻이 만난 회의(會意)문자라는 것이지요.

겨울 동(冬)자의 변천
빙(冫)자는 얼음의 모양을 그린 仌에서 비롯한 글자지요. 여러 글자에서 뜻 요소로 쓰여 ‘얼다’ ‘춥다’의 의미를 가진 다른 글자를 만듭니다. 冫과 水를 합친 모양인 빙(氷)자도 같은 뜻입니다. 冰으로도 씁니다.

氵(수 水)를 ‘획이 셋인 물’ 즉 삼(3)수라고 하는데 비해 冫은 이(2)수입니다. 획수(劃數)에 따른 ‘거리의 문자학’이 지은 부수(部首) 이름이지요. 속칭(俗稱)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이름을 즐겨 씁니다. 글자의 시작은 다르지만 冫[얼음]도 본질이 물인데다 획이 둘인 점을 표현한 것이지요.

집 가(家)의 부수자인 집 면(宀)자를 ‘갓머리’라고 부르는 것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宀을 머리에 쓰는 갓으로만 생각하면 ‘집’의 뜻이 사라져 이 부수가 붙은 다른 글자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원래의 뜻을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갑골문 등 그 글자의 비롯되는 그림을 알면 저절로 뜻이 통하는 이치이기도 합니다.

종 또는 치(夂)자의 변천
동선(冬扇)이란 말이 있습니다. ‘겨울 부채’라는 뜻인데 ‘동선하로(冬扇夏爐)’처럼 ‘여름 난로’ 즉 하로와 짝을 이뤄 시기(時期)에 맞지 않아 쓸모없게 된 사물(事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더러는 여러 이유로 왕따 당하는, ‘물 먹는 사람’을 이르기도 하지요.

동빙가절(冬氷可折)이란 말도 새길만합니다. 흐르는 물도 겨울철에 얼음이 되면 부러지는[折(절)] 것처럼, 사람도 때에 따라서 강하고 온건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겨울 깊어 해가 바뀔 무렵이면 우리 조상은 세화(歲畵)를 나누며 오는 새해의 행복을 기원했습니다. 민화(民畵)로도 한 장르를 이룬 까치호랑이 그림[작호도(鵲虎圖)]은 세화의 대표 격(格)이었지요. 기나긴 겨울의 한 복판에서 봄을 갈구(渴求)하는 마음을 실었습니다.

조선시대 화가로 김홍도와 쌍벽을 이룬 이인문의 ‘설경(雪景)’. 화가의 호인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문자와 겨울 눈 쌓인 풍경이 낙낙하게 어우러진다. (사진 동산방화랑)
셸리의 그 시 ‘서풍(西風)의 노래(Ode to the West Wind)’를 더 읊조려봅니다. ‘내 꺼져가는 사상을 온 우주로 몰아라/ 새 생명을 재촉하는 시든 잎사귀처럼/ 꺼지지 않는 화로의 재와 불꽃처럼// 인류에게 내 말을 퍼뜨려라/ 내 입술을 통하여 잠 깨지 않는 대지에/ 예언의 트럼펫을 불어라!/ 오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어찌 봄이 멀 것이랴?’

북소리의 의성어(擬聲語)인 동(鼕)자를 줄여 冬으로도 씁니다. 북 고(鼓)와 冬의 소리를 합친 문자지요. 그래서 겨울 冬이 북 冬이기도 합니다. ‘둥 둥 둥’ 메마른 땅 속 저 아래서 둔중(鈍重)하게 울려 퍼지는 먼 북소리, 대지(大地)의 생명력이 숨죽이며 여름을 예비하는 맥박(脈搏)일 터입니다. 듣습니까? 셸리의 ‘시든 잎사귀’는 결국 새 생명입니다.

토/막/새/김

필순 지켜야 글자 의젓하다.

필순(筆順)은 글자의 획(劃)과 점(點)을 시작하고 끝내는 순서다. 한자의 이해와 활용에는 몸소 써서 눈과 손이 두뇌와 함께 익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막쓰기’를 벗어나 필순을 따르면 바르고 고운 글씨체는 물론 한자의 생성 원리 등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두 가지 이상의 필순이 제시되는 등 예외도 있으나, 대체로 가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一 心 仰 口 水 林 川 등), 세로는 위에서 아래로(ㅣ 言 愛 卜 算 常 三 등), 가로세로가 섞인 것은 가로를 먼저(十 末 早 등) 쓴다. 해설과 함께 주요 한자의 필순을 사전식으로 배열한 믿을만한 교재를 시중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강상헌 논설주간/희망경제 머니토크쇼 발행인

강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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