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쓰는 사람

책으로 보는 눈 156 최종규l승인2012.01.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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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옆지기가 도시살이를 그대로 이었어도 우리 집 두 아이를 헤아리면서 동시를 쓸 마음을 품을 수 있었을까 궁금합니다. 어디에서 살아가든,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이 된다면 동시를 쓸 만하겠지요. 그런데, 아이를 사랑하자면 먼저 어버이로서 내 삶부터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권정생 님이 1967년에 손수 묶었다는 동시꾸러미를 고스란히 엮어 내놓은 《동시 삼베 치마》(문학동네어린이)가 2011년 7월에 선보였습니다.

“옥수수네 엄마는 / 좋은 엄마지 / 뙤약볕이 따가워 / 꽁꽁 싸 업고 / 칭얼칭얼 한종일 / 자장 불러요 // 옥수수네 엄마는 / 가난한 엄마 / 소낙비가 뿌려도 / 우산이 없어 / 치마폭만 가리고 / 걱정하셔요(옥수수).” 하고 노래하는 동시를 그러모은 예쁜 책을 고맙게 읽습니다.

두 아이랑 옆지기하고 살아가는 나는 내 삶을 돌아보면서 즐거이 읽습니다. 먼 뒷날 우리 집 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한글을 깨쳐 스스로 책을 읽을 무렵, 이 동시집도 읽을 수 있겠지요. 권정생 님이 열다섯 앞뒤였을 무렵 어떤 나날이었는가 하고 돌아보며 썼다는 동시이니, 1952년 앞뒤 즈음 이야기를 적바림한 동시라 할 텐데, 우리 집 아이들은 열 살 무렵이든 스무 살 무렵이든 서른 살 무렵이든 이 동시집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열 살 때에는 열 살 가슴으로 맞아들일 테고, 스무 살 때에는 스무 살 마음으로 받아먹겠지요. 서른이나 마흔에 되읽는다면 되읽는 나이에 새롭게 받아들일 테며, 쉰이나 예순에 처음으로 읽는다면, 이렇게 처음 읽는 나이에 맞게 기쁘게 아로새기겠지요.

“노랑 나비 / 노랑 꽃에 / 노랑 꽃물 먹고 / 노오랗게 닮아 버렸다(나비).” 하는 노래를 읽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터전에 걸맞게 마음씨를 다스립니다. 햇살 곱게 내리쬐는 푸른 들판이랑 멧자락을 옆에 끼며 살아간다면, 햇살 곱게 내리쬐는 마음씨가 되면서, 푸른 들판이랑 멧자락처럼 푸른 마음씨로 살아갑니다. 자동차들 붕붕 싱싱 내달리는 터전에서 살아간다면, 자동차마냥 붕붕 싱싱 내달리는 마음씨 되어 살아가요. 흙을 밟거나 만지며 살아간다면, 흙내음 물씬 나는 마음씨로 살아갑니다.

“호박 넝쿨은 / 사이 좋게 어울려 / 빈자리 없이 퍼런 이파리를 / 덮는다 // 호박 넝쿨은 / 전쟁하지 않고 / 정답게 돌담 가득 / 꽃피웠다(호박 넝쿨).” 하는 노래를 읽습니다. 싸우는 사람은 바보요 밉보입니다. 싸우는 사람은 이웃과 동무를 괴롭히지만, 누구보다 나 스스로 괴롭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과 동무를 아끼지만, 누구보다 나 스스로 사랑스럽습니다.

어여쁜 이야기꾸러미 《동시 삼베 치마》는 참말 권정생 님이 아니라면 쓸 수 없을 동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권정생 님처럼 어여삐 살아간다면, 어여쁜 마음결 살포시 담는 동시를 쓸 수 있습니다. 어여삐 살아가고자 하지 않으니까 어여쁘다 싶은 글을 쓰지 못해요. 어여쁜 삶이 어여쁜 말을 낳고, 어여쁜 말이 어여쁜 넋이 되어, 어여쁜 넋으로 어여쁜 꿈과 사랑을 꽃피웁니다.


최종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를 쓴 사람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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