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반민주 주민등록제 이제는 손볼 때다

시민운동2.0 장여경l승인2012.02.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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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12년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주민등록법을 제정한지 50년 되는 해이다. 이들이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1962년 5월 10일 "시 또는 군의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여 행정사무의 적정하고 간이한 처리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주민등록법이 제정되었고, 같은해 6월 20일부터 이 법이 시행되었다.

한국의 주민등록제도는 복지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필요성에 의해 도입되었다는 데에 그 특이성이 있다. 국가권력의 민주적 성립이나 법적 통제가 불충분하였던 박정희정권 하에서 추진된 주민등록, 주민등록증, 주민등록번호, 지문날인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를 개선하지 못한 상태 하에서 이제 정보사회에서 ‘새로운’ 재앙이자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08년 옥션에서 1천 8백만 명의 주민번호가 유출되는 사고로 한국이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샀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네이트/싸이월드에서 3천5백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고 초중등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사이트 메이플스토리에서도 1천3백만 명의 주민번호가 유출되었다.

특히 2007년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 이후로 인터넷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마구 이루어지면서 그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실정이다. 결국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제1차 한국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사생활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제도 재검토 및 주민등록번호를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엄격히 필요한 경우로 제한”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새 전국민 대다수의 주민번호가 유출되는 끔찍한 사고가 되풀이하여 발생하고 있다.

주민번호가 유출된 피해자들이 주민번호 변경을 요구했으나 행정안전부는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해 그 침해가 더욱 심각하다. 게임사이트에서 주민번호가 유출된 초등학생에게 앞으로도 평생 이 번호를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에서 계속해 쓰도록 강제하는 것이 얼마나 인권침해적인 발상인가?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주민번호 대신 아이핀(가상 주민번호)을 쓰라는 것이지만, 아이핀 역시 국민식별번호이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아이핀을 발급하는 신용정보업체에 개인정보를 집중시키고 이들이 이를 영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신용정보업체는 아이핀 발급 과정에서 자신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마구 불리고 있으며 그것을 영리적인 사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모두 적법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들 업체를 이용한 아이핀을 의무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주민등록번호의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전자주민증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연실색할 일이다. 많은 이들의 반대 속에 다행히 18대 국회에서는 전자주민증 법안이 폐기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별다른 토론 없이 전자주민증 법안이 통과되는 아찔한 사태가 발생하였고, 차기 정부나 국호에서 전자주민증 법안이 또다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정부는 주민등록증이 경신된 지 10년이 넘어 사진이나 주소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주민등록증 경신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전자적 기능의 도입 여부보다 인권침해적인 요소에 대한 재고이다. 차제에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이 과연 주민등록증에 포함될 필요가 있는지 재고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세계에서 전국민의 열손가락 지문을 강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 뿐이며, 전국민 식별번호를 부여하여 신분증에 공개한 후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두루두루 쓰도록 강제하는 국가도 대한민국 뿐이다. 정부는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 표면에서 삭제한 후 칩 속에 넣어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눈에 안보인다고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

전자주민증은 향후 병원에서, 은행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부동산에서, PC방에서, 편의점에서, 전자주민증을 긁으라는 계획일 뿐이다. 결국 이 법의 통과로 덕볼 곳은 삼성과 조폐공사 등 전자주민증과 그 인식기의 제조 및 판매에 이해 관계가 있는 기업들 뿐인 것이다.

정부가 정말로 주민번호의 유출 및 오남용을 걱정한다면 주민등록번호를 전자칩 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증에서 삭제해야 한다. 주민등록증 발급 시 전국민의 열손가락 지문을 강제날인하는 제도 또한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주민등록증에 주민등록번호가 삭제된다면 주민번호 보호를 명분으로 전자칩을 도입할 필요도 없다.

더이상 이러한 인권침해를 방치해서도 좌시해서도 안 된다. 전반적으로 주민등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신분 확인 관행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신분 확인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2012년 업무보고회에서, 안전한 사이버환경 및 건전한 소통사회 실현을 위하여 “본인확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해외 SNS 확산 등 소통환경 변화로 국내 기업의 역차별, IT 강국 이미지 저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본인확인제도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향후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한 지난 1월 선거법 개정을 논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의견을 제출하였다. 지난 12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인터넷 선거운동이 상시 허용되는 경우 선거운동기간 중에만 실명확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그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이 단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차기 국회 및 정부에서 반드시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는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오프라인 신분증에 대한 위·변조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도 역시 불필요한 신원 확인 요구를 제한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자주민증이 아니라 주민번호의 수집과 이용을 그 본래 목적인 주민 서비스를 위하여 제한하는 것이다.

또 끝없이 국민을 식별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범용사용번호로서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해야 한다. 특히 민간에서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것은 유엔의 권고대로 즉각 금지되어야 한다. 행정기관이건 민간기관이건 제 고유목적에 맞는 목적별 번호를 사용해야 하며, 공통번호로써 한 눈에 전 국민을 식별하려는 시도는 이제 누구든지 중단해야 한다.

결국 정부는 즉각 주민등록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시민사회 또한 주민등록제도 대안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50년이면 충분치 않은가?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장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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