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뒤흔드는 불법사찰

사설 시민사회신문l승인2012.04.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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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공직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공기업 임직원 뿐만 아니라 재계총수, 금융인, 여야 정치인, 노조, 언론인 등 사회 전부문에 무차별적으로 불법사찰을 해왔고 이를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또한 지난 2010년 민간이 사찰 수사 당시 지원관실의 광범위한 사찰 사실을 알고도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축소수사 의혹이 일고 있다.

KBS 새노조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2619건의 불법 사찰 관련 문건은 지원관실 점검1팀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작성한 것이다.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등 경제계 인물과 화물연대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서울대병원 노조 등의 노조 동향 등 광범위한 사찰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KBS·YTN·MBC 등 방송사의 동향 보고 등의 내용을 보면 방송사를 장악하기 위한 정부의 시도가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에는 BH(청와대) 하명이라는 메모가 있어 청와대가 이번 사찰을 주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결국 청와대의 2년여 간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은폐를 위한 무마작업은 실패로 끝났다. 이제 아무도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폭로와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증언을 통해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총리실에 자료삭제를 지시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시인했다. 이 전 비서관이 아무리 자기가 몸통이라고 우겨도 국민들의 시선은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가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었다는 총리실 관계자의 발언을 증언으로 쏠린다. 이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민간사찰을 직보한 정황도 나왔다.

만약 이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직권남용 사건이 아니다.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거슬러 국민들을 감시하는 데 공권력을 남용하고, 다시 공권력을 동원해 권력남용의 증거를 은폐하는 일을 승인한 것이다. 현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를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 공개된 문건으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과정에서 계속 제기되었던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불법 사찰 의혹과 청와대 개입 의혹은 모두 사실이었음이 분명하게 입증됐다. 정부기관이 자신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전방위적인 불법 사찰을 진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파괴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하물며 이러한 불법 사찰이 청와대의 직접적인 주도로 진행되었다는 것은 국정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더 이상 사건을 그냥 덮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특히 2008년 7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신설 이후부터 2010년 7월 총리실 민간사찰 자체 조사 발표 및 검찰 수사의뢰 전까지 민간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거나, 관련 직책(보고라인)에 재직했던 인물들에 대한 집중 조사가 요구된다. 또 2010년 7월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드러날 당시 증거인멸과 사건 축소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거나 관련 직책에 재직했던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2010년 7월 당시 검찰의 부실ㆍ축소수사와 관련된 수사ㆍ지휘라인과 담당 검사들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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