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보고서, 이렇게 해야 산다

현재 국내 100대 기업 중 70%정도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외국의 보고서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속가능보고서는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 다른 한편, 100대 기업에 들면서도 아직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기업들은 또 무엇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정부, 공공기관, 금융권 등을 포함해 본다면 사회적 소통과 보고 측면에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 지속가능보고서가 제대로 가기 위하여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대부분 지속가능보고서는 특정한 한 두 부서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 보통의 경우 보고서를 발간하는 부서만 열심히 하고 발행되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보고서 내용을 보면 회사나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으면 유용한 정보들이 매우 많다. 최고 경영진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틈틈이 보고서를 읽고 토론도 하고 숙지하면 회사 경영에도 좋고, 회사 구성원들의 회사 및 업무 이해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좀 더 쉽게 접근하여 지속가능보고서 내용에 대해 ‘사내퀴즈대회’같은 것을 하면 더욱 좋다. 아까운 시간에 일이나 하지, 지속가능보고서를 읽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나?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의 중요한 내용을 직원들이 잘 알고 있고, 토론도 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는 것은 회사 경쟁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된다. 많이 활용하기 위해서 보고서를 만든 것 아닌가?

현재 대부분의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고, 중대성 평가를 도출해 내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과 절차를 취했다고 하여 중대성 평가가 잘 되었다고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는 다수 이해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동떨어진 이슈를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많은 메일을 돌려서 의견을 받고 전문가 패널의 의견을 들어도 반영이 안 된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ISO26000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해관계자 참여’라는 개념이다. 사회보고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지속가능보고서 전 과정에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참여는 이해관계자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하여 사전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점검하고 수정·보완해 완벽을 기하는데 있다. 그래서 ISO26000에서도 이해관계자 식별과 참여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근본’이 된다.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가장 많은 오해와 비판은 ‘기업 홍보 책자’ 같다는 지적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홍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속가능보고서의 발간 목적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다.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 발간된 지속가능보고서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잘한 것만 기술하고 잘못한 것은 가급적 숨기거나 축소하는 경향 △이해관계자 참여 통해 중대성 평가는 하고 있지만, 결과의 신뢰도가 낮다 △가급적 쉽게 기술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책으로만 묶어내려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시의성이 떨어진다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해 보려고 해도 접근가능하지 않다 △검증 과정이 형식적이고, 제3자 검증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 동안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지침으로 GRI 가이드라인이 많이 활용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ISO26000의 7대 원칙과 7대 핵심주제, 그리고 사회보고의 7대 특징을 살려 작성할 필요가 있다. 2010년 11월 제정된 ISO26000(사회책임) 가이던스에 따르면,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정부, 지자체, 대학교, 병원,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들은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경쟁, 지역사회참여발전 등 7개 핵심 주제별로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 규범을 만들고 준수해야 한다.

국내외 대부분 지속가능보고서는 제3자 검증을 거치는데, 이는 지속가능보고서의 발간 목적에 부합하는지 제3의 ‘눈’으로 바라보고, 최종적으로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보고서의 경우 이 과정이 요식행위로 인식되고 있어 개선이 절실하다. 특히 컨설팅이나 자문을 하면서 제3자 검증(?)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인증과 검증에 관한 ISO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ISO26000은 검증 과정의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객관적으로 점검하도록 검증의 원리와 방법과 절차를 기술하고 있다. 검증기관들은 특히 ‘공평성’과 ‘독립성’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공평성의 원칙에 대해서는 모든 인증기관이 ISO/IEC 17021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인증 심사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한 국제표준이 있는데, 이것을 참고하면 무난하다. 가장 많은 ‘공평성’ 위반 사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일 기관이 컨설팅도 하면서 제3자 검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다. 앞으로 이런 경우는 기업 윤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보고서와 기업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마이너스(-)요인이 될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