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20일-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이하 리우)에서 유엔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일명 리오+20)가 열린다.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정상회의(일명, 리오회의)’ 이후 20년 만에, 2002년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금번 의제는 ‘녹색경제’와 ‘세계환경기구설치’ 두 가지다. 이 중 녹색경제가 핵심인데, 이는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지난 20여년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1992년 리오회의에서 세계정상들은 ‘지속가능발전’을 대안발전모델로 채택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10년간 각국 정부들은 국가정책으로 이를 추진했다. 그러나 성과는 전지구적 빈곤 심화, 환경 악화 등과 같이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더욱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발전이 추진되던 10년간 전세계는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휩싸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 이념인 신자유주의의 발호가 지속가능성의 구현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와 대안제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은 첨예하게 나눠졌다. 선진국들은 자유교역, 개방화, 민주화 등의 부진에 원인을 돌린 반면, 개도국들은 선진국 자본 주도로 세계시장이 개방되고 자본거래가 자유화되며 경제적 목적의 자연 착취형 개발이 범지구화 된데 원인을 둘렸다. 처방에서도 선진국은 자유교역 확대, 개방화, 민주적 거버넌스 등을, 개도국은 자본거래규제, 선진국의 기술이전 및 경제적 원조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 후 10년간(2002-2012) 지속가능발전의 이행을 위한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 등을 대응하기 위한 대한 논의와 시도가 범지구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는 계속되었고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각국 정부들은 물질적 부의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제중심 정책운영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속가능발전을 앞세우면서 녹색경제가 ‘리오+20’ 의제로 채택된 데는 신자유주의의 득세 속에서 환경과 상생으로 포장된 경제중심의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선진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

녹색경제는 기본적으로 선진국에 적합한 경제모델이다. 녹색기술, 녹색산업, 녹색소비 등 환경을 이용해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역량은 선진국만 지니고 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들이 녹색경제를 ‘지속가능발전에 이르는 과정(pathway)’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기실 지속가능발전이란 개념을 녹색경제로 대체하려는 선진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선진국 주도의 녹색경제 의제가 MB정부의 녹색성장과 맞물리고 있다. 그 결과 ‘리오+20’이 마치 한국을 위한 혹은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회의로 비춰지고 있다. 실제 MB정부는 녹색성장의 홍보차원에서 ‘리오+20’를 준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MB식 녹색성장을 세계적인 선도모델인 냥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녹색성장 이니셔티브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크게 교차하고 있다. 긍정적 평가는 유럽연합과 이태리, 덴마크 등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부정적 평가는 프랑스와 인도,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일부 개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은 한국이 ‘한국의 어젠다를 우리가 써야 하나’ 하면서 모든 문서에서 녹색성장 단어의 사용을 반대하는 등 녹색성장의 국제사회 적용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MB식 녹색성장에 대한 이중적 평가는 녹색성장 자체의 적실성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리오+20’의 전체의제와 그 설정방식에 대한 선·후진국간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MB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정부가 추진해 온 녹색성장이 선진국 주도 ‘리오+20’ 의제와 일치함으로써, 그 정당성이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MB정부는 시민사회 중심으로 요구해 온 ‘녹색성장의 정당성과 추진의 민주성 확보’에 대한 부담을 계속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MB식(토건식) 녹색성장이 갖는 모순은 이렇듯 ‘리오+20’의 중심의제인 녹색경제가 갖는 모순과 비슷하다. 이러한 중첩된 모순은 일국적이면서 동시에 범지구적인 시민운동을 통해 풀어야 한다. MB식 녹색성장을 넘어서기 위한 한국의 시민운동은 ‘리오+20’식 녹색경제를 대응하는 범지구촌 시민운동과 결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리오+20’에 대한 한국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지금부터 본격화되어야 한다.

조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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