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근혜 연정’의 고리를 끊기 위한 심판

재벌개혁 접고 ‘색깔론’ 섬뜩…개발독재 이념 안고가나 김주언l승인2012.04.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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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한나라당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쇄신을 내걸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뒤 공천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당의 정강 정책도 경제민주화, 맞춤형 복지 등을 전면에 내세워 변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공천 막바지에 'MB 맨’들을 대거 공천한 데다 친재벌 인사와 4대강 전도사를 비례대표로 영입한데 이어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재벌개혁은 총선구호에서 사라졌다. 게다가 선거 전략에서도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다시 끄집어냈다. ‘도로 한나라당’을 넘어 ‘명박근혜 연정’이란 새로운 용어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역시 부자정당’이란 비난 자초

구럼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난달 29일 제주해군기지건설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앞에서 ‘내가 구럼비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복장을 하고 빨간 페인트를 스스로 자신의 온 몸에 뒤집어쓰며 구럼비 발파를 강행하고 있는 삼성물산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구럼비 살리기 평화행동을 펼쳤다.

이명박 정부는 한마디로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의 정부’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에게는 ‘부자정당’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러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재벌개혁론자인 김종인 박사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해 변화하는 모습을 널리 선전했다.

그러나 김 위원이 사퇴한 뒤 새누리당은 다시 한나라당 시절로 돌아갔다. 본색은 감출 수 없는 법이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적대로 “새누리당이 개혁과 쇄신을 추구한다고 해도 박정희 유신시대와 개발 독재체제의 이념을 그대로 안고 가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대대적 부동산규제 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동산시장 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속뜻은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과 부동산업자들을 위한 정책에 다름 아니다.

이들 정책은 부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던 민원이다. ‘역시 부자정당’이란 비난을 자초하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지난 2월 DTI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려 했으나 김종인 비대위원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잠겼다가 김 위원이 퇴진하자마자 노골적으로 과거회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여야가 앞 다퉈 내놓았던 ‘경제민주화’ 문제도 본격 선거운동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크게 후퇴했다. 새누리당은 헌법 119조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도입한 김종인 위원을 영입하고 정강 정책에도 경제민주화 추진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친재벌로 돌아섰고 선거구호에서도 경제민주화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총선공약집에서도 재벌개혁은 3번째에서 8번째로 밀린 데다 정책내용도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처벌강화 등 주변적 사항에 머물렀다. 친재벌 인사들을 대거 후보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언론인 배려 없는 ‘오불관언’ 자세

KBS와 MBC YTN 등 언론사 노조의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파업은 선거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 중의 하나다. 야당들은 앞 다퉈 미디어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새누리당은 아예 무시하고 있다. “미디어렙법 등 핵심사항이 모두 해결됐기 때문에 미디어 정책에 관한 공약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낙하산 사장의 사퇴 등 방송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언론인들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미디어법의 개정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상을 바로세우고 공영방송 사장 선임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좀비TV'로 일컬어지는 종편에 특혜를 부여한 미디어렙법의 개정도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오불관언’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 미디어 악법 날치기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새누리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색깔론’은 새누리당의 전매특허다. 새누리당의 뿌리인 민정당이나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은 모두 색깔론을 주요 선거전략으로 악용했다. 새누리당이 색깔론을 제기하는 바탕에는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차단하여 선거쟁점을 흐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여기에 선거사상 최대규모로 성사된 야권연대의 틈을 벌려보자는 속셈이 들여다 보인다.

새누리당은 당의 로고와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대북정책 유연화를 강령에 넣었지만 그들의 전매특허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색깔론은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들고 나왔다.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국익을 버리고 있다” “이념에 빠진 야당, 갈등과 분열을 선동해 표를 구하는 야당” 등의 계속된 색깔 공세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시대를 방불케 한다. 결국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시작하는 그런 분들”이라는 조윤선 대변인의 논평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유권자가 ‘희망2013’ 만들어야

과거 독재시절로 되돌아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유권자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시민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의 권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 우리에게 희망 2013을 선사해줄 건가를 묻지 말고, 우리 스스로 희망 2013을 만들어가는 데에 어느 쪽의 승리가 더 유리할까를 물어야 합니다.”

원로회의는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1% 재벌과 특권 부유층을 대변하는 낡은 세력과 99%를 위해 재벌개혁 부자감세 폐지 등을 추진하는 세력, 대기업들이 살찌기만 하면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는 발상과 중소기업 육성 및 비정규직 대책이 필요하다는 발상 중 어느 쪽을 택할 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며 한국경제의 숨통을 터주는 일에 적합한 세력과 낡아빠진 색깔공세로 대응하는 세력 중에서 선택지를 가려내야 한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의 불법과 권력남용, 부정?부패?비리의 진상을 밝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세력과 지난 4년간 진실을 은폐·왜곡하는 데 몰두해온 세력 중 어느 쪽이 이번 총선에 이겨서 19대 국회를 주도해야 옳은지 판단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진실을 은폐하는 당국을 두둔하는 쪽이 어느 쪽인지, 누가 사회발전의 목표를 복지국가에 두려 하고 누가 차별적인 복지로 시혜나 베풀겠다는 것인지, 성차별문화와 군사문화에 절은 인사들이 가장 많이 모인 당이 어느 당인지를 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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