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들의 연못에 늙은 하마가 함께 살겠다고 들어왔다. 하마는 물이 넉넉하고 넓은 연못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작은 연못에 들어온 하마의 몸집이 너무 커서 불안한 개구리들은 꼭 지켜야 할 몇 가지를 당부했다. 배설은 반드시 연못 밖에서 해야 한다고 누누이 일렀다. 하품조심, 발 조심도 부탁했다. 하마의 큰 입이 개구리나 올챙이를 삼킬 수 있고, 큰 발은 연못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얼마 후, 개구리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하마가 일을 저질렀다. 물길을 낸다며 연못의 둑을 발로 마구 걷어차서 둑이 허물어졌고, 개구리 몇 마리가 다쳤다. 게다가 개구리들의 쉼터인 수련을 뿌리 채 몽땅 뽑아냈다. 개구리들이 와글대자, 수초를 없애야 못물이 맑아진다고 우겼다.

설상가상으로, 하마는 개구리밥까지 걷어냈다. 개구리밥은 올챙이들한테 그늘이 되어주는 것이지만 하마에게는 콧구멍을 간지럽히는 성가신 것일 뿐이었다. 하마는 항의하는 개구리 떼를 향해, 우물 안의 악머구리들이 입만 살아서 와글댈 줄 밖에 모른다고 콧김을 킁 내뿜었다.

하마가 개구리밥을 훅 빨아들이던 와중에 올챙이 수십 마리가 그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새끼를 잃어버린 성난 개구리들이 하마 등과 머리 위로 뛰어다니며 이제 단 한시도 함께 살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떠나라고 아우성쳤다.

“연못을 위한 대공사 중에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은 올챙이들한테 미안하게 생각해.”

하마는 짐짓 무거운 표정이었다. 그것도 잠시, 슬그머니 물속에 무른 똥을 싸고 있었다. 오물이 고이면 연못이 썩어 아무도 살 수 없게 된다고 혀가 닳도록 일렀는데도 잠수한 채 배설하는 하마의 버릇은 끝내 달라지지 않았다. 수시로 퍼지르는 하마의 많은 똥 찌꺼기로 인해 연못물이 걸쭉했다.

올챙이들이 숨쉬기 힘들어 할딱대더니 시체가 되어 떠올랐다. 모든 개구리들이 하마에게 떠나라고 한 목소리로 고함쳤다.

“더러워서 못살겠으면 너희들이 떠나.”

하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귀만 풍풍 뀌었다.

연못은 똥 늪이 되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진 개구리들이 연못을 떠났고 하마는 드디어 조용해졌다며 활개 치고 좋아했다.

얼마 후, 가뭄이 들자, 연못은 팥죽 끓는 가마솥처럼 거품이 보글거렸다. 하마는 금 쩍쩍 벌어진 연못에서 홀로 목말라 죽었다.

공동체를 위한 덕은 호혜적 원리를 바탕으로 행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는다.

한정선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