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병원 식당노동자 농성이 남긴 숙제

한국전력의료재단 한일병원에서 조리와 배식을 담당하던 식당 노동자들이 100일 넘게 진행해 오던 복직 투쟁이 지난 4월 17일 일단락되었다. 한일병원과 노동조합이 협상 끝에 고용승계 보장, 고소고발 취하 등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농성을 풀었다. 이로써 2012년 새해 벽두부터 풀리지 않고 진행되어 오던 노동 현안 하나가 해결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부각된 문제에 대해서는 사태 해결과 별개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중년, 고령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 다단계 하도급 문제, 입원 환자 병원 급식 직영화 문제 등이다.

한일병원 식당 노동자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 가까이 한일병원에서 조리와 배식을 담당해오던 이들이었다. 처음에 이들은 한일병원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9년 병원이 급식을 외주화함에 따라, 한화, 신세계, 아워홈 등 외주 급식업체에 고용되는 형식으로 계속 한일병원에서 근무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2012년 1월을 기점으로 변화되었다. 2012년 1월 1일부터 한일병원과 계약을 맺어 급식을 담당하게 된 CJ 프레시웨이가 이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J 프레시웨이는 고용 승계를 거부한 것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여러 이유를 대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신의 요구를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워홈 계약 시절인 2011년 7월,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자, 아워홈 측은 아예 한일병원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CJ 프레시웨이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15명의 식당 노동자 전원에 대해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든 후 사건이 커지자 CJ 프레시웨이는 한일병원에서 사업을 철수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IMF 이후 병원의 업무 외주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병원이 직접 책임지던 다양한 업무가 1990년대 말부터 대거 외주화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식당, 청소, 시설 보수 업무 등이 외주화되었고, 해당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고용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변경되어 임금 인상이나 고용 안정은 기대하기 힘든 조건이 되었다. 몇 년 간격으로 계속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는 형식이 되어 호봉 승급 등 근속기간 증가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한일병원 사례에서 확인되듯 이제는 하청에 재하청되는 형식으로 고용 관계가 복잡해지기에 이르렀다. 한일병원은 CJ 프레시웨이에 급식을 위탁하였는데, CJ 프레시웨이의 인력 공급은 M&M 푸드가 재위탁받는 형태가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 및 삶의 질 저하와 환자 급식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는 업체들이 중간 이윤을 얻기 위해 더욱 인건비를 절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 노동조건 하락으로 이어진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 접근되는 식단이 질 좋은 식사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환자 식사 질 저하도 필연적이다. 직영으로 하는 병원 급식은 이윤을 남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식재료 원가를 높여 양질의 식단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외주업체가 중간에 끼게 되면 당연히 이 업체가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식재료 원가를 절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식사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년 여성 노동자들의 생계형 일자리로 확산되고 있는 급식, 청소, 간병요양 등의 일자리는 거의 모두 이런 형태의 복잡한 고용 구조 속에서 다단계로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중년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는 저임금, 고위험, 불안정 노동으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고, 이는 사회 양극화를 촉진하고 있다.

입원 환자의 식사는 치료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2006년부터 건강보험 급여 서비스로 포함되었다. 그리고 병원이 식당을 직영하며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병원에 가산금을 주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이는 병원의 환자 식사는 병원이 직영하는 식당에서 제공하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양질의 식사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대형 병원일수록 환자 식사를 외주업체에서 제공하는 비율이 높다. 대형병원일수록 환자 밥에서조차 이윤을 남기려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향후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간접고용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현재 건강보험 급여상 인센티브를 주어 급식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대형병원에게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므로, 병원 급식 노동자를 병원이 직접고용하도록 강제하는 형태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