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섬의 새 지도자

한정선의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한정선l승인2012.04.20 16:4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화산재로 인해 산 숲이 말라가고, 해마다 열매나 잎이 줄어들고 있는 원숭이 섬이 있었다.
지도자인 늙은 원숭이가 후계자를 뽑겠다고 알렸다. 늙은 원숭이는 종족의 앞날이 걱정되었으나 많은 무리를 이끌기에 힘이 달렸다.

후계자가 되겠다는 젊은 원숭이들에게 맹렬한 의지와 불굴의 끈기, 용감성과 담대함을 알아보는 절벽타기, 산비탈로 통나무 밀어올리기, 힘겨루기 등의 시험이 치러졌다. 눈 큰 원숭이, 턱 긴 원숭이, 귀 큰 원숭이 셋만 통과했다.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섬을 뒤져서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을 찾아오게. 사흘 말미를 주겠네.”
늙은 원숭이는 세 원숭이들에게 딱 한마디만 던지고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사흘 후 저녁, 눈 큰 원숭이는 산양의 뿔 관을, 턱 긴 원숭이는 흑요석을, 귀 큰 원숭이는 고작 고구마 한 개를 들고 나타났다.

“제가 잡은 산양의 뿔에 붉은 칠을 한 관입니다. 이 관을 머리에 쓰시면 더 위대해 보일 것입니다.”
산양의 뿔 관을 바치는 눈 큰 원숭이의 표정이 의기양양했다.

“끝을 갈기만 하면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우리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턱 긴 원숭이가 길쭉한 흑요석을 늙은 원숭이 발 앞에 내려놓았다.

“자네는 그 고구마를 무엇에 쓸 셈인가?”
늙은 원숭이가 귀 큰 원숭이에게 묻자, 다른 두 원숭이들이 끽끽 웃었다.

“우리 모두가 살아갈만한 해안가의 숲을 찾아냈습니다. 화산 피해가 거의 없는 그곳은 캐먹을 것이 꽤 많았습니다. 이것을 심어서 거둔다면 열매나 잎을 따먹는 여기보다 훨씬 나을 것입니다.”
귀 큰 원숭이는 바닷물에 씻어 왔다는 고구마를 맛보라고 내밀었다.

다음날, 늙은 원숭이는 귀 큰 원숭이를 후계자로 정했다.


한정선 작가

한정선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정선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