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MB 정부 총체적 실정 심판 의미

편집인레터 김주언l승인2012.05.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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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수입중단 미온적·언론사파업 수수방관·측근 비리 등 ‘난관’
편집인레터/또 다시 켜진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것


4년 전 5월의 밤을 달구었던 촛불의 향연은 계속될 것인가.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서 서울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이 또 다시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다. 광우병감시국민행동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는 ‘촛불소녀’들이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모여든 지 꼭 4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촛불을 밝혔다. 이어 지난 9일과 12일에는 수천명의 시민과 야당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 광화문 일대를 뒤덮었던 촛불이 임기마감 7개월여를 앞두고 또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촛불 정권’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최근 매일 저녁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중단과 재협상 촉구, KTX 민영화, 9호선 민자사업 문제, 쌍용차 파업, 언론노조 파업 등 민생현안에 대한 범국민 촛불대회는 MB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분석이다.

이것도 괴담인가

미국에서 네 번째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민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국민의 66%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여론조사도 나와 있다. 일부 대형 마트는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쇠고기 소비량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하며 검역강화만을 외친다. 오히려 건강을 우려하는 국민에 대해 ‘괴담’에 휘둘리지 말라며 협박을 일삼는다. 수출 대기업을 위해서라면 국민은 희생할 수 있다는 배짱마저 엿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헌신짝처럼 던져버렸다. 수입중단보다도 약한 검역중단도 아닌 검역강화가 고작이었다. ‘한국 수입중단’이란 보도를 내보낸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의 예상조차 빗나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검역중단 등의 조치를 위해서는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톰 빌색 미국 농무부 장관은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보다 미국 농민을 보호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다.

광우병은 소의 뇌에 생기는 신경성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침을 흘리고 비틀거리다가 뇌에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이 생겨 바로 죽는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수 있다. 이 병은 아직 치료방법이 없고 발병자 모두 사망한다. 병원체는 바이러스보다 작고 유전자가 없는 '프리온(Prion)'이다. 전염성이 매우 높으며 스스로 복제한다. 열이나 화학처리에도 내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식품체계에 광우병의 원인 물질인 프리온이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렵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먹인 동물성 사료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이나 캐나다 미국 등은 소에게 닭고기 폐기물 등이 섞인 동물성 사료를 먹인다. 광우병 청정지역인 국내에서는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검역체제는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미국은 연간 도축소의 약 0.1%에 해당하는 40,000두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처럼 이력제도 실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광우병 소의 발견은 미국에 광우병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말로만 사과, 실제론 보복’

농림수산식품부는 “검역중단 등의 조치를 위해서는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현지조사단을 미국에 보냈다. 조사단은 발병농장 방문, 사체 조직 검사 등 의혹을 밝힐 수 있는 모든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이 허용하는 장소만 가서 구경하고 돌아왔다. 광우병 발병 농장엔 아예 가지도 못했고 도축장도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에만 갔다 왔다. 조사가 아닌 방문, 견학만 하고 돌아와 ‘현지 관광단’이란 비난을 듣는 이유이다. 국민행동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을 내팽개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민사회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재평가할 수 있는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광우병감시국민행동 등은 "검역중단조차 회피한 ‘검역강화’는 광우병 예방과 무관한 무력한 조치일 뿐"이라며 “광우병 발생 미국 쇠고기의 수입과 유통을 당장 중단하고 수입조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여 광우병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반응은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4년 전 광화문 네거리에 쌓여 있던 ‘명박산성’이 상징하듯 ‘먹통정부’임을 다시한번 보여주었다. 민생을 외면하고 언론을 장악해온, 민주주의 ‘역주행 4년’ 임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사 노조들은 네 달 가까이 파업 중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저 못 본체 할 따름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측근비리는 국민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좋아하던 재래시장의 오뎅도 이젠 질렸는가.

촛불집회는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담겨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말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4년 전 이 대통령은 세 번이나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곧바로 돌아온 것은 보복이었다. ‘말로만 사과, 실제론 보복’이란 이중성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촛불민심은 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심판’ 피하려면 진정성 사과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은 후계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물려줬지만, 백담사로 ‘귀양’을 떠나야 했다. 설혹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정권을 잡더라도 이 대통령이 ‘심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역사적 교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무상급식’을 모면하는 길을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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