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의 공짜 점심

한정선의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한정선l승인2012.05.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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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 구멍에 사는 바퀴벌레가 이른 아침부터 개미떼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이 낱알을 옮기는 개미떼의 이동 경로를 따라다녔다.

“너흰 무슨 재미로 사니? 종일 일만 하고.”
바퀴벌레가 바삐 걷는 한 개미에게 물었다.

“그러는 넌 무슨 재미로 사니? 일도 않고.”
개미는 걸음을 멈추고 톡 쏘았다.
정색을 한 바퀴벌레는 남의 일을 구경하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말했다.

“쌓아놓은 것이라도 있는 거야?”
개미가 물었다.

“아니. 때가 되면 보이지 않는 손이 벌어 줘.”
바퀴벌레의 입가에 알쏭달쏭한 미소가 감돌았다.

개미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고개 갸웃거렸다.
바퀴벌레는 콧노래를 부르며 어둑한 제 구멍으로 사라졌다.

개미는 다시 낱알을 찾아 달려갔다.
그 사이, 바퀴벌레가 잽싸게 개미 구멍과 자신의 나무 구멍을 번갈아 들락거렸다.
‘이 공짜 점심은 내가 일한 결과지.’
바퀴벌레가 자신의 구멍 속에 앉아 낱알 탑을 쌓았다.

바퀴벌레가 낱알 세는 동안, 개미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다 흙모래 더미에서 뒹굴었다.

얼마 후, 바퀴벌레가 바깥을 살피기 위해 긴 더듬이를 할랑거렸다.
허탈해서 널브러진 개미들을 내려다 보며 혀를 찼다.

그때였다. 딱따구리가 날아와 나무구멍 속 바퀴벌레를 콕 쪼았다.


한정선 작가

한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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